"아담(ADAMs)이라는 브랜드로 기존 B2B 솔루션 비즈니스를 더 강화해 나가겠다. 에바(EVA)를 통해 새로운 B2C 또는 B2B2C 모델 사업에 집중하고자 한다. 개인 소비자는 무상으로 입양한 인공지능(AI)을 키워 수익화하고 개발자는 구글, 애플 앱스토어와 유사하게 에바의 기술을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17일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클라우드서비스 기반 개인화 AI 개발 프로젝트 '에바'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B2C 및 B2B2C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솔트룩스는 2000년 설립이래 사람의 말과 글을 이해하는 '자연어처리 엔진'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간 이 기술을 기업용 검색 및 통번역 소프트웨어(SW)로 공급해 왔는데 곧 B2C 및 B2B2C 시장으로 보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간담회 현장 발표를 요약하면 솔트룩스는 에바라는 이름의 AI 서비스 플랫폼을 개인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에바는 각 사용자들이 음성 및 문자로 대화하고 실시간 인터넷 정보 제공을 넘어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학습해 생활맞춤형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종의 '대리인(agent)'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신생아 AI'다. 솔트룩스는 내년 7월께 에바 AI의 비공개 테스트, 내후년 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솔트룩스가 서비스할 에바 AI는 스마트폰 기기의 모바일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용 챗봇뿐아니라 지능형 가전이나 가정용 로봇, 커넥티드카 등에 적용될 수 있다. 우선 회사는 자체 구현 가능한 모바일앱이나 홈페이지용 챗봇 형태의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국내 하드웨어 제조사 및 통신사 등과의 협력을 통해 더 다양한 형태의 AI 서비스 시나리오를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에바 AI를 입양하고 성장시킨 각 사용자에게 수익화 기회를 제공하는 '생태계' 조성 구상도 언급했다. 에바 AI가 '영화', '금융', '패션' 등 관심 주제별로 특화된 지식과 안목을 갖추면 그걸 원하는 사람들과 커뮤니티 내 가상화폐같은 매개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이 특정 주제에 정통한 AI의 정보나 조언에 대가를 지급하면, AI를 키운 사람이 그걸 받는 시나리오다.
솔트룩스는 자연어처리 기반 B2B 시장에 주력해왔다. 2002년 검색엔진, 2003년 텍스트마이닝엔진을 상용화했다. 2004년 기업용 시맨틱검색, 추론기술을 선보였다. 2007년부터 딥러닝 기반 언어처리엔진 연구, 2010년부터 빅데이터사업을 진행했다. 재작년 정부 AI 프로젝트 '엑소브레인' 사업 참여사로 이름을 알렸고 회사의 연구개발 기술을 집대성한 아담도 자체 지식기반을 활용한 AI 플랫폼으로 2년전 공개됐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에바 AI 프로젝트는 솔트룩스가 B2C 비즈니스모델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이 대표는 "아담은 고객의 환경에서 작동하는 솔루션 라이선싱이나 온프레미스(구축형 SW) 방식의 기존 B2B 비즈니스 사업 브랜드로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에바는 B2B2C와 공존하는 플랫폼으로 사용자들이 AI를 키워 직접 활용하거나 그 재능을 거래하고, 수익이 발생시 우리는 플랫폼 제공사로서 그걸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 대표는 질의응답을 통해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연계한 토큰이코노미를 에바 AI 프로젝트의 사용자 커뮤니티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언급했다. 어떤 토큰을 발행하고 어떤 블록체인을 활용할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향후 비공개 시범서비스, 공개 시범서비스를 통해 여러 시도의 타당성을 검증해 3년 뒤 정식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솔트룩스는 지난 8월 AI 대화시스템 '아담 톡봇'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올해 사업현황과 미래 전략을 발표하며 AI 부문 매출 100억 이상, 연매출 200억원 이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는 KT, 신한은행, 한국투자증권, 현대기술투자, 테크로스 등으로부터 320억원 규모 투자유치를 했고 내년 1천200억~1천300억원 규모 기업가치 평가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개별 사용자에 맞춰 성장하는 AI'에 초점
에바는 솔트룩스 내부의 미래 AI 개발 프로젝트다. 회사측은 에바 AI 프로젝트를 최소 2년 이전부터 기획했다고 밝혔다. 자기만의 AI를 입양하고, 성장시키고, 놀이를 즐기고, 타인의 AI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실생활에 유용한 기능을 제공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아직 전체 결과물은 공개되지 않았다. 당장 일반 사용자를 위한 AI 제품이나 서비스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실체를 이해하기엔 제약이 따른다.
이경일 대표는 에바 AI를 "사람처럼 학습하고 성장하는 당신만의 AI"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재 스마트폰이나 스피커 기기에 탑재된 AI는 같은 모습을 하고 사용자가 질문하면 같은 대답을 내놓는데, 수많은 사람이 하나의 AI에 연결된 서비스"라며 "에바는 3가지 특징을 통해 여러분 각자와 호흡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가지 특징이란 유일성(uniqueness), 사회성(sociality), 환경적(ambient) 일상성이다.
그는 "AI도 독립적인 기질을 갖고 태어나고 이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형태로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성을 통해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지닌 전문성과 개성을 반영한 AI가 커뮤니티를 이루고 상호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며 "또 공기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필요할 때 스마트폰에서, 로봇에서, 거울에서, 자동차에서, TV에서 나타나고 여러분과 삶에서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솔트룩스는 이런 비전을 바탕으로 에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에바 AI의 핵심 기능은 모두 솔트룩스의 클라우드서비스 영역에 구현돼 있다. 개인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이나 가정용 로봇 또는 자율주행차 내지 커넥티드카처럼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바이스에서 구동되는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에바 AI를 쓸 수 있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에 모바일 앱 형태로 구현된 에바 AI 서비스를 시연했다.
에바 AI는 긴 뉴스를 읽기 귀찮은 사용자를 대신해 기사 본문을 읽고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물으면 그에 맞는 정보를 찾아 제시했다. 여기에 솔트룩스의 '빅오(Big-O)'라는 대화형 AI 플랫폼, '지니뉴스'라는 맞춤형 실시간 뉴스검색 및 추천 앱, 기계독해(MRC) 기술기반의 지식학습시스템이 활용됐다. 이 대표는 향후 연역추론, 귀납추론, 설명가능한 AI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한 발전방향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사용자의 겉모습, 목소리도 흉내내는 AI
에바 AI 서비스 시연과정은 유일성, 사회성, 환경적 일상성, 3가지 차별성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연 과정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자신만의 에바 AI를 '입양'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사용자는 '유머러스'하거나 '소심'하거나 다른 성격을 갖고 있는 AI를 선택할 수 있다. 또 '나를 닮았'거나 '친구'같거나 내게 '코치'를 해주거나 또다른 관계(타입) 기반하는 AI를 선택할 수 있다. 성격과 관계가 정해지면 AI가 입양된다.
에바 AI는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는 등 정보를 통해 자기 이름과 캐릭터를 생성한다. 생성된 캐릭터는 온라인 게임서비스나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캐릭터 또는 사용자 프로파일용 아바타를 연상시킨다. 그것과 차이가 있다면 에바 AI가 생성하는 캐릭터는 주어진 요소를 일일이 지정해 조합하는 게 아니라 AI가 직접 입력받은 정보를 통해 한번에 생성해낸다는 점이다.
이어지는 솔트룩스 임직원들의 시연을 통해 에바 AI는 다양한 '능력'을 보여 준다.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말소리를 알아듣고 문자로 변환한 뒤(STT) 그 의미를 해석해 '아담'이 축적한 도서 100만권 이상 분량의 지식을 바탕으로 맥락에 맞는 답을 문자 및 음성으로 제시하며(TTS)할 수 있다. 에바 AI 캐릭터는 말소리에 맞춰 자연스럽게 바뀌는 입모양과 표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에바 AI가 음성합성 30분~1시간 분량의 사용자 음성정보를 입력받으면 그의 음성과 비슷한 말소리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하이브리드 타코트론 엔진(Hybrid Tacotron Engine)을 통해 구현됐다. 딥러닝 방법 중 전이학습(transfer learning) 기법을 통해, 빠르고 자연스러운 음성합성을 위해 이미 '말하는 방법'을 습득한 기계에 사용자의 목소리와 억양을 추가로 습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 관심사를 따라 배우는 AI
에바 AI의 사회성은 솔트룩스가 제시하는 커뮤니티 안에서 다른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현됐다. 사용자가 에바AI를 통해 영화정보를 추천받고자 할 때, 자신이 입양한 AI를 통해 얻는 정보가 항상 최적이 아닐 수도 있다. 이 때 영화를 좋아하고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용자와 함께 성장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사용자의 AI가 영화를 더 잘 아는 타 사용자의 AI와 친구관계를 맺고 필요시 도움을 받는 식이다.
솔트룩스 측의 시연 시나리오는 최근 유행한 영화 '보헤미안랩소디'의 정보를 찾는 과정이었다. 이런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관련 정보를 소비할 때 사용자는 커뮤니티서비스 안에서 AI와의 상호작용이나 이용실적을 기반으로 얻게 되는 '코인'을 지불한다. 보헤미안랩소디의 '기본' 수준 정보를 얻으려면 100코인, 영화에 특화된 타인의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얻으려면 300코인이 차감되는 식이다.
시연 과정은 에바 AI는 보헤미안랩소디 영화 관련 요청을 처리하면서 '예고편을 보여 달라'는 요청에 유튜브 영상 등 인터넷에 공개된 콘텐츠가 연동되고, 영상에 삽입된 음악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을 받은 뒤엔 해당 노래 제목을 찾아 들어보겠느냐고 묻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이후 타인의 영화전문 AI를 통해 영화평론을 들려 주고, 그 내용을 마음에 들어 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예매를 처리하는 걸로 이어졌다.
■ 다양한 일상에서 찾아오는 AI
에바 AI의 환경적 일상성은 모바일을 비롯한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탑재되는 시나리오를 통해 구현될 전망이다. SW 기술만을 개발해 온 솔트룩스가 자체 사업 영역을 통해 이를 실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솔트룩스는 B2C 서비스 시나리오를 지향하는 에바 AI가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 사용자 응대를 할 수 있는 AI 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자체 서비스와 파트너를 통한 확산 계획을 제시했다.
솔트룩스 홈페이지에는 '에바 주니어'라는 상담형 AI 챗봇이 제공되고 있다. 방문자의 회사 일반 정보, 연락처, 분야별 제품 설명, 추가 문의 대응을 위한 담당자 문의 등록 및 연결을 위한 연락처 전달을 처리할 수 있다. 솔트룩스 측은 이 상담형 AI 챗봇이 다른 소규모 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제공돼 24시간 문의 응대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과 온라인 웹사이트뿐아니라 가정용 로봇이나 자율주행차 또는 커넥티드카 환경을 염두에둔 에바 AI 제공 시나리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로봇 제조사와 협력해 날씨정보, 영화 및 음악 재생, 아이들과의 놀이,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천가지 요리법을 제공하는 AI가 탑재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건물 조명 제어 및 출입 통제 역할을 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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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룩스 측은 발표회장 한켠에 가상현실(VR) 시스템으로 자율주행차와 접목된 에바 AI 서비스 시나리오도 시연했다. 가상의 자율주행차 운전석 안에서 에바 AI가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고, 위치정보와 차량 상황에 따라 경로제시, 주유경보, 날씨와 일정안내 등 다양한 반응과 정보제공 역할을 수행했다.
이 대표는 "홈페이지의 콘텐츠를 자동으로 학습하고 대답하거나 쇼핑몰에서 활용할 가치가 높은 AI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내년에 이 분야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며 "향후 똑똑해진 AI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