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

조시 프레이저 오리진 프로토콜 CEO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8/12/17 14:35    수정: 2018/12/17 14:35

블록체인으로 중개인을 없애겠다고 등장한 프로젝트들이 꽤 많다. 블록체인이 신뢰를 담보하는 제3자 없이도 개인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특징에 주목한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공통적으로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플랫폼이 과하게 많은 몫을 수수료로 챙겨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탈중앙화된 공유경제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오리진 프로토콜도 큰 틀에서 아이디어는 다르지 않다. 차별 점은 차량 공유, 숙박 공유 등 다양한 개별 서비스들이 오리진 프로토콜 마켓플레이스 위에서 개발·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다소 평범한 아이디어지만, 오리진 프로토콜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중순까지 3차례 펀딩 라운드를 통해 총 3천800만 달러(약 4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에는 판테라, 해시드, 케네텍 등 유명 크립토펀드들이 참여했다.

오리진 프로토콜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최근 만난 조시 프레이저(Josh Fraser) 오리진 프로토콜 공동창립자 및 최고경영자(CEO)는 "블록체인으로 중개자를 없애겠다는 프로젝트는 많지만 실제로 구현한 프로젝트는 없다"며 "오리진은 이 아이디어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 휴면 캐피탈(인적자원)을 갖췄다는 점이 경쟁의 원천이다"고 자신했다.

실제 오리진 프로토콜 팀 멤머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프레이저는 2010년 차세대 웹 개발 서비스인 토르빗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성능 측정 및 최적화 도구를 개발했다. 이 도구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아마존 등에 적용됐다.

또 다른 공동 창립자 매튜 리우(Matthew Liu)는 유튜브 스물다섯 번째 직원으로 합류해, 초기 유튜브 광고 비즈니스를 구축했다. 또, 페이팔 창업자 7명 중 하나인 유팬(R&D 엔지니어)과 전 드롭박스 최고기술책임자 쿠옹 마(수석 엔지니어)도 오리진 프로토콜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조시 프레이저(Josh Fraser) 오리진 프로토콜 공동창립자 및 CEO

프레이저 CEO는 공유경제 서비스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빠르게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분야라는 입장이다.

그는 "블록체인 기반 공유경제 서비스는 많이 들어본 아이디인 만큼 대중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개인을 없애겠다고 등장한 수많은 이더리움 기반 디앱(탈중앙화애플리케이션·dApp)이 있는데 우리는 이런 프로젝트들이 오리진 프로토콜 스탠다드(표준) 위에서 구축되고 같이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공유경제 어떻게 바꿀까?

Q. 오리진 프로토콜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오리진 프로토콜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서 탈중앙화된 공유경제 마켓플레이스 구축하는 프로토콜이다. 다양한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디앱) 개발사들이 오리진 프로토콜 위에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주로 공유경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어떤 것이든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어디 살든 공정하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우리 목적이다."

Q. 어떻게 가능한가?

"기존 공유경제 산업에는 독점적인 중개자들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중개자들은 높기본 20~30%의 높은 수수료를 가져가고 있다.

오리진 프로토콜은 이더리움 가스비 외에 프로토콜 사용에 대한 어떤 수수료도 발생하지 않는다. 거래 수수료를 걷어내면 구매자와 판매자가 과거 보다 더 상호 이득이 되는 중간지점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찾게 될 것이다.

또, 지금은 중개기업들이 사용자 정보(ID)와 사용자 거래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는데, 오리진 프로토콜은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IPFS라는 분산형 파일 시스템을 써서 사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게 한다.

이더리움 지갑 주소가 자신의 ID가 되고, 이 ID로 판매자나 구매자로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오리진 프로토콜은 신원증명에 ERC725표준을 쓴다.) 또 거래가 이뤄졌을 때 거래 내역과 평가가 기록된다. 평가를 통해 이 사람이 거래 상대방으로 믿을 수 있는사람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오리진 프로토콜이 구상하는 탈중앙화된 공유경제 서비스 구조

Q.이미 이더리움 위에서 많은 디앱이 탈주앙화된 공유경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오리진 프로토콜 위로 올라갈 동기가 있나?

"오리진 프로토콜에서 디앱을 개발할 경우 장점이 있다. 먼저 개발자들은 오리진 프로토콜을 사용함으로써, 자신들 스스로 개발하는 것보다 더 빨리 실제 구현되는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오리진 프로토콜은 각각의 디앱이 서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오리진 프로토콜 위에 형성된 다양한 마켓플레이스는 더 강력한 시장 공유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 존재...최적의 사업 분야 찾게 될 것"

Q. 오리진 프로토콜이 겨냥하는 시장 혹은 산업 분야는 어디인가?

"첫 번째는 어떤 마켓플레이스든 기존 서비스가 많은 중개 수수료를 가져가던 분야에서 먼저 사용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수수료를 절감해서 더 나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분야가 먼저 움직일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특정 지역에서 금지된 서비스들이 오리진 프로토콜 위로 먼저 올라올 것이다. 예컨대 우버나같은 차량 공유서비스가 완전히 금지되는 나라도 있다. 블록체인 위에 구현한 탈중앙화된 마켓플레이스는 현재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세 번째는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더 빨리 적용될 것으로 본다. 금융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휴대폰 보급률은 높기 때문에, 오리진을 통해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네 번째는 암호화폐 사용 빈도가 높은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더리움 지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크립토 네이티브한 에셋이나 서비스에 이미 친숙한 시장이나 산업을 타겟하려고 한다. 암호화폐 사용 빈도가 높은 산업이 오리진 프로토콜에 들어왔을 때 사용자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초당 처리할 수 있는 트랜잭션 수(TPS)는 14개 정도다. 이더리움을 사용하는 오리진 프로토콜은 거래 처리 속도에 문제는 없나? 사용자가 늘어나면 확장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차량 공유 서비스는 즉각적으로 차가 잡혀야 하니까 네트워크 TPS에 민감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마켓플레이스는 지금 오리진 프로토콜에서 많이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숙박 공유 같은 서비스는 예약을 위해 몇 분 정도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이더리움에 TPS 한계가 있는 만큼 더 여유를 가지고 거래를 진행할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가 무엇일지 찾고 있다.

이더리움 재단에서 성능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진행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오리진 프로토콜 사용자가 너무 많아져서 이더리움으로 어렵다고 판단되면, 그때 다른 체인으로 이동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아직 먼 얘기라고 본다. 지금은 파트너들을 모으고 사용자들을 모으는 게 먼저다."

Q. 한국 사업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인의 30%가 거래경험이 있다고 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으로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또 한국에는 해시드, 스트리미 같은 우리 투자자와 위홈, 미탭스플러스 같은 파트너사가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 오리진은 개발자를 위한 프로토콜이므로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이 필요하다. 한국에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오리진 프로토콜에 참여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

■실리콘밸리 개발자로서 본 블록체인 산업 미래는?

Q. 개인적인으로 왜 블록체인에 왜 빠져들게 됐나

"단순히 블록체인을 데이터베이스로 본다면, 전통적인 DB와 비교해 너무 느리고 값비싼 시스템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써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을 신뢰할 필요가 없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이나 어떤 기관을 믿는 대신, 컴퓨터 코드를 믿을 수 있게 됐다. 나는 컴퓨터 과학자로서 내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찾고 있을 때 이런 점이 내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는 어떤 사례를 만들어 내야 할지는 몰랐지만, 사람을 믿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이 점에서 잠재력이 높은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Q. 실리콘밸리에서 일반적인 개발자들은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나?

"블록체인은 전통적인 IT 산업과 다른 특성이 있다. 기존 방식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블록체인 분야 이외에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은 정형화된 비즈니스 검증 방법이 존재했다. 단계단계 밟고, 사용자 규모가 어느정도 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아직 확장성 문제가 남아 있고 사용자 확대도 어느정도 잠재력이 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전통 테크 회사들이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이 블록체인 분야로 전환이 좀 느린 감이 있지만, 최근엔 엔지니어, 비즈니스 디밸로퍼들이 블록체인 기업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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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같은 대형 IT기업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보나?

"지금은 간을 보는 정도다. 빅 컴퍼니들은 자신들이 중앙화된 중개인들이다. 현재 스윗스팟(가장 좋은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 확장성 문제가 해결되고 사용자 채택이 늘면 이들 기업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