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는 문재인 정부의 신성장 동력중 하나다.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툴이자 수출 플랫폼이기도 하다. 정부는 스마트시티를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으로 선정, 2022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러한 목표에 맞춰 올해 스마트시티 사업지 선정에 주력, 스마트시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를 비롯해 스마트시티 연구개발 실증도시,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사업지를 선정했다.
국가 시범도시에는 총괄책임자(MP)를 선정하고 총괄계획단도 구성하며 사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체계를 구성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또 스마트시티가 무엇인지 개념을 공유하고, 어떤 스마트시티를 만들 것인지 철학과 비전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부처로 사업을 이끌었고,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실무 작업을 진행했다.
■ 국가 시범도시 세종 5-1생활권, 부산 에코델타시티 선정
올 1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스마트시티 추진전략'을 확정했다. 추진전략에 따라 4차위 산하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는 국내 첫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세종 5-1생활권(83만평)'과 '부산 에코델타시티(세물머리지역 중심, 66만평)'를 선정했다.
국가 시범도시는 2021년 입주를 목표로 한 백지상태에서 조성되는 신규 도시다. 시범도시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에너지, AI 등 4차산업혁명의 다양한 미래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조성된다.
지난 4월에는 국가 시범도시 총괄계획가(MP)를 선정해 본격적인 시범도시 구상안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뇌공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스타트업 투자 회사의 천재원 대표를 각각 세종과 부산 시범도시 MP로 선정해 시범도시의 혁신성을 강조했다.
국가 시범도시 기본 계획은 지난 7월 발표됐다. 세종 5-1생활권은 ▲ 모빌리티 ▲거버넌스▲헬스케어 ▲ 교육 ▲ 에너지·환경 ▲ 문화·쇼핑 ▲일자리를 7대 혁신서비스로 꼽았다. 공유 자동차 기반 도시를 내세우며, 블록체인을 이용한 거버넌스 서비스도 강조했다.
기존 지역 지구제에서 탈피해 '용도지역 없는 도시'도 제시했다. 도시 전체를 리빙·소셜·퍼블릭으로만 구분해 리빙 지역에는 주택, 사무실 등이 들어오며 소셜 지역에는 유치원, 공원이 퍼블릭 지역에는 학교, 도서관, 병원 등이 들어오게 하는 구상안을 선보였다.
부산 에코델타시티는 '글로벌 혁신 성장 도시'와 '친환경 물 특화 도시'를 내세웠다. 7대 핵심 콘텐츠로 ▲사람 중심 스마트 도시 디자인 ▲시민이 직접 만드는 도시 ▲리빙랩 네트워크 ▲R&D 플러그인 도시 ▲규제 샌드박스 도입 ▲개방형 빅데이터 도시 ▲시민 체감형 혁신 기술을 내걸었다.
시민참여형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 시민, 전문가가 시범도시를 가상공간에서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3D 맵 기반 가상도시도 구축한다.
하지만 8월 천재원 부산 MP가 선임된 지 4개월 만에 돌연 사임하면서 시범도시 사업에 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빠르게 후임 MP 선정에 들어갔고, 부산 AP(Assistance Planner)를 맡고 있던 황종성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새 MP로 선임됐다.
기본 구상안에서 발전된 세부 시행계획(마스터플랜)은 다음 주 공청회를 거쳐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실증도시는 대구광역시, 경기도 시흥시 선정
신도시가 아닌 기존 도시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시티 사업으로는 국가전략 연구개발(R&D) 실증 사업과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진행됐다.
국가전략 R&D 실증 사업에는 대구광역시와 경기도 시흥시가 지난 7월 실증도시로 선정됐다.
국가전략 R&D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1천 159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투입해 세계 선도형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 사업이다. 스마트시티 데이터 허브 모델은 도시 인프라와 시민으로부터 수집되는 각종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 필요한 정보로 재생산하는 도시 정보 통합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사업추진단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맡았다. 실증도시는 ‘도시문제 해결형’과 ‘비즈니스 창출형’으로 나눠졌다.
대구광역시는 교통, 안전, 도시행정 등 대규모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도시문제 해결형’ 도시다. 국비 포함 511억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CCTV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교통 제어, 소음문제 해결 등을 연구한다.
경기도 시흥시는‘비즈니스 창출형’ 도시다. 새로운 산업을 스마트시티에 적용하기 위해 리빙랩 형태로 추진된다. 국비 포함 368억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자율주행 버스 연구 등을 통해 지역 여건에 적합한 새로운 산업을 발굴한다.
실증도시에서 개발되는 연구성과는 국가 시범도시를 비롯한 국내 다른 도시에도 순차적으로 적용될 계획이다.
노후·쇠퇴 도시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시티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에는 지난 8월 대구 북구(중심시가지형), 울산 동구(일반근린형), 충북 제천(우리동네살리기), 경북 포항(경제기반형), 경남 김해(중심시가지형) 5곳이 선정됐다.
■ 스마트시티특위 1기 종료
학계·산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스마트시티특별위원회(이하 특위) 1기는 지난해 11월 구성돼 스마트시티 추진 전략에 맞춰 시범도시를 선정하고, MP와 함께 기본 구상안을 만들어왔다.
특위 1기는 지난 5일 회의를 마지막으로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특위 2기는 현재 구성 중이며, 내년 1월에 출범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특위 1기의 가장 큰 성과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입지 선정과 7월 발표된 기본 구상안, 이달 말 발표될 시행계획 수립”을 꼽았다.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특위 활동이 주로 시범도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실증도시나 도시재생 지역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또 MP의 역할과 권한을 재정립하고 MP를 도와줄 총괄계획단을 구성하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지난 10월까지 총괄계획단 구성 작업이 미뤄지면서 시행계획 수립은 당연히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거버넌스 체계도 약하다. 민간위원으로 이뤄진 특위는 한 달에 한 번 모여 회의를 갖는 자문 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특위가 스마트시티 사업을 전담해 이끌고 가기에는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스마트시티 특성상 여러 부처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부처 간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따라 스마트시티 추진 거버넌스 체계를 격상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기술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은 필수다. 정재승 세종 국가 시범도시 MP는 “지금처럼 지정된 것만 규제를 풀어서는 갈 길이 멀다”며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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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정부, 기업들의 공조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스마트시티 사업 추진 초기부터 민간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민간 기업, 특히 대기업의 투자나 관심은 미미한 상태다. 지자체들도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다.
내년은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시행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는 해다. 앞으로 남은 과제를 얼마나 잘 이행해 가느냐에 따라 스마트시티 사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