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압박받는 통신사…'5G화재' 막으려면

[데스크칼럼] '비용절감'이 능사 아니다

데스크 칼럼입력 :2018/11/30 18:02    수정: 2018/11/30 18:03

KT 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현지사는 D등급 통신시설이지만 화재로 인한 피해가 유독 컸다.

정부는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통신시설을 A, B, C, D 4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A는 권역별 영향을 미치는 큰 시설, B는 광역시·도, C는 3개 이상 시·군·구에 영향을 주는 시설이다. A, B, C 등급은 정부로부터 지도·점검을 받아야 한다.

반면 D 등급은 통신사가 자체 점검을 한다. 하지만 KT 아현지사는 D 등급 시설임에도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중구, 은평구 등 5개 지역의 회선이 연결돼 있다. 사실상 C 등급 이상 시설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방송통신재난에 대비해 통신시설 등급을 결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 허술하게 운영된 탓이기도 하고, 등급이 바뀔 수 있는 아현지사에 대해 KT가 명확한 신고를 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통신사들의 경영 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보니 비용효율화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 비용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이유로 국사를 광역화해 그 숫자를 줄였다. 또 수도권에 위치한 값나가는 국사들을 매각했다. 과거보다 통신장비 집적도가 높아져 상면 공간이 많이 남아 국사를 줄일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옛 전화국이었던 노른자위 땅을 유휴공간으로 두느니 팔아버린 것이다.

그나마 지금은 국사를 매각하지 않고 부동산 개발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비통신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통신영역의 수익이 매년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통신사들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단체로부터 통신비 인하를 요구받았다. 그 결과로 마케팅비 규제, 기본료 1천원 인하, 가입비 폐지, 데이터 요금 인하, 자발적 보편요금제 출시 등을 해왔다.

이 조치는 통신소비자 개인에게는 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6천500만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3사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기본료 1천원 인하였다. 개별 이용자는 1천원을 깎은 셈이지만 통신 3사의 매출은 월 650억원씩 사라졌다. 연간 7천800억원이다.

국내 통신사의 어려움은 여기에만 있지 않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통신강국, IT강국의 위상에 맞춰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투자를 요구받는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2G, 3G, 4G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는 이유다. 심지어 국내 제조업계의 해외진출과 먹거리 발굴을 위해 곧 서비스가 중단될 예정인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키도 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한 투자 압박을 받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당장 5G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만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음에도 모험적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통신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통신사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유무선망이 진화하면서 투자비가 줄어들어 이를 상쇄하고 있다면서도, 주파수나 네트워크 투자부담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 6월 5G 주파수 경매에서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을 총 3조6천184억원에 낙찰 받았다. 10년 동안 이용하는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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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업계 전문가들은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귀속되는 주파수 경매 대가를 앞으로는 통신비 인하에 활용하고, 통신사들이 5G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도 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인 5G 생태계를 조기에 활성화하자는 의미이지만, 아현국사와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통신사들을 비용절감으로만 내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