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사회'에 대한 두 번의 경고

[이균성 칼럼] KT 화재와 AWS 장애

데스크 칼럼입력 :2018/11/28 10:41    수정: 2018/11/28 17:21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말 중 하나가 초연결(超連結)이다. 그냥 연결도 아니고 초연결이다.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이고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물과 사물이 연결된다. 왜 연결하는가. 정보와 데이터의 가치와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왜 극대화하는가.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편리는 모든 수요(需要)의 원천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돈벌이의 출발선이다.

#그게 곧 돈인 만큼 요즘 뜨는 기술은 대부분 초연결을 지향한다. 5G가 대표적이다. 인간으로 비유하면 핏줄 같은 것이다. AI도 마찬가지다. 초연결의 두뇌 역할이다. IoT는 세포에 비유될만하고 빅데이터는 호르몬일 수 있다. 각종 센서는 눈과 귀 그리고 피부에 해당한다. 자율주행차는 이런 기술의 집합체이고 초연결의 정점이다. 그것은 차(車)이지만 인간의 확장된 몸과 정신이랄 수도 있겠다.

#초연결이 편리를 극대화한다는 건 재론과 반론의 여지가 없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홈이 추구하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그것들의 궁극적인 모습은 인간의 생각을 즉각 반영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거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수고로움은 최소화한다. 그 편리를 즐기는 대가로 인간은 돈을 지불하면 된다. 시간의 길고 짧음은 있겠지만 세상은 지금 분명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KT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진화 작전을 펼치고 있다. 출처=뉴스1

#그러나 꼭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초연결로 편리가 극대화할수록 개별 인간의 자주성(自主性)은 훨씬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홈을 자신의 생각만으로 조작하는 세상이 오겠지만 그게 자신의 통제권이 강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초연결에 대한 의존이 극대화함을 의미한다. 자신의 통제권은 사실 모든 통제를 중앙의 그 무엇에 맡기는 한에서만 보호된다.

#초연결 사회에서 인간은 자율주행차나 집안의 냉장고처럼 단말(端末)에 불과하다. 연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 단말은 중앙의 통제 하에 잘 작동된다. 그게 곧 편리의 다른 이름이다. 문제는 연결에 문제가 있을 때다. 이때 단말은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 연결 없이 할 수 있는 능력이 대부분 거세됐기 때문이다. 개별 인간의 자체 해결 능력은 멈춘 엘리베이터를 마주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장애를 일으켰을 때와 KT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그 대책 없음을 경험했다. 초연결의 극히 일부가 일시적으로 붕괴됐을 뿐이지만 사회 곳곳이 멈춰버렸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와 지하철이 멈췄을 때처럼 개별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도 없다. 그저 복구될 때를 기다리는 것 말고. 그 실체는 구름(클라우드) 너머에 존재하는 그들만 알고 있기 때문.

#KT 화재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긴급점검회의와 추후 마련될 재발방지 대책에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다 해도 대증 치료에 머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화재가 원인이었지만 모든 기술 사고가 화재로 일어나는 건 아니다. AWS는 불이 나지 않았지만 몇 시간 동안 주요 인터넷 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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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큰 문제는, 초연결이 개별 인간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세상으로 가지만, 사실상 개별 인간의 총체적 의지로 행하는 ‘사회적인 통제’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초연결 서비스의 주체들이 민간기업이기 때문이다. KT처럼 국내 기업의 경우 정부가 어느 정도 들여다보겠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비전문가가 구름(클라우드) 너머에 숨어 있는 바늘을 찾는 일만큼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인 통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 건 아마존이었다. 그 회사 클라우드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국내 수십 곳의 인터넷 사이트가 몇 시간 씩 불통이 되었지만 이 회사는 그 흔한 ‘사과의 변’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에 쓰다 달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런 회사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통제)은 아무 것도 없어보였다. 단지 돈 내고 우리 정보까지 주면서 그들의 기술을 쓰는 것 말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