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잡혔지만”…KT 통신복구 최우선 과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24일 화재가 발생했다. 광케이블과 회선 장비 등이 위치한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서울시 마포구, 은평구, 서대문구, 중구 일대에서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KT는 화재 발생 직후 소방당국과 협조를 통해 서비스 복구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화재가 발생한 지하 공간에 연기가 빠져야 엔지니어가 직접 들어갈 수 때문에 즉각적인 설비 복구가 늦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KT는 이동 기지국을 배치하는 동시에 우회 접속 루트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전 11시 12분께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인 오후 2시 23분께 불길이 잡혔으나 지하 관로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연기로 가득찬 지하 공간에 설비 엔지니어가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원인 모를 화재가 불러온 통신장애

KT 아현지사는 광케이블을 비롯해 교환장비가 구축된 곳이다. 지상 5층, 지하 1층의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역은 관로로 이어지는 지하 통신구다. 전기설비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지만, 소방당국은 원인을 지속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지하에 발생한 화재라 진압이 쉽지 않았다. 또 통신장비가 집중된 곳이라 통신장애 피해가 컸다. 통신실 지하 2미터 아래에 있는 유선회로 16만8천 회선, 광케이블 220조 뭉치에 불이 붙었다. 특히 광케이블이 매설된 구역은 소방장비의 진입이 쉽지 않다.

실제 소방당국은 전기를 차단한 뒤 맨홀 뚜껑을 열어 지하로 소화수를 넣는 방식으로 화재 진화 작업을 진행했다.

광케이블 소재가 고무인 점이 시설 복구가 느려지는 이유다. 고무 소재가 식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 연기를 많이 일으켜 설비 관련 엔지니어가 진입하기 쉽지 않다.

■ 휴대폰 인터넷 불통, 카드결제 매장까지 울상

통신 주요 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인근 지역의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아현지사를 중심으로 서남 방향의 마포구, 서대문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 등이 통신장애 발생 지역이다.

휴대폰 기지국으로 이어지는 통신망의 연결이 끊기면서 1차적으로 이동통신 서비스가 두절됐다.

소방재난본부청이 화재진압과 동시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토록 했지만, 실제 장애지역의 KT 휴대폰은 기지국이 먹통이 되면서 재난문자도 받지 못했다.

가정 내에서도 초고속인터넷과 IPTV 등의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주말 홍대 상권을 비롯한 통신장애 지역의 매장에서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상황도 연출됐다. POS(판매시점관리) 등을 비롯한 카드결제 역시 통신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로 인근 상권에서 카드결제의 불편함이 이어졌다.

■ 우회복구 시작, 비상체제 가동

KT는 화재 진압 전에 장애 지역의 통신서비스를 복구하기 위해 비상 인력 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우선 소방당국의 협조를 받아 통신 서비스 복구에 즉시 임하겠단 계획과 함께 우회복구를 시작했다.

월드컵 응원현장이나 촛불집회 등 트래픽이 급증하는 지역에서 운용하는 이동 기지국 배치에 나서고, 유선 인터넷 연결은 광화문 지사 등 인근 지사를 활용해 우회 루트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화재현장을 찾은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은 “현재 복구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많은 광케이블과 회선이 있어 (화재로 인한 시설) 복구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통신구 연기가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엔지니어가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시일이 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 이동전화, 익일 아침까지 90% 이상 복구

오성목 사장은 “현재 우회 루프로 복구를 진행중이며, 오늘 오후 6시까지 50퍼센트 정도 복구를 예상한다”면서 “내일까지 90퍼센트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동 기지국 45개를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KT에 따르면, 이동전화는 이날 내에 70%까지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5일 아침까지 90% 이상 복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유선전화, 인터넷, 카드결제 등은 통신구의 화재 연기가 빠진 뒤 현장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1~2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KT 관계자는 “화재 현장의 연기로 인한 안전상의 사유로 현재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연기를 신속히 제거하기 위해 소방당국 등 유관기관과 협의 중이며, 통신구 진입을 위한 다각적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후 대응에 이목

화재 현장을 직접 찾은 황창규 회장은 네트워크부문 핵심 임원과 함께 피해복구를 독려했다. 사회 기간 인프라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조기에 복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신서비스의 장애 사례로 볼 때 상대적으로 협소한 지역에서 일어났지만, 서울 도심인 지역인 만큼 불편을 겪은 이용자 수가 적지 않다. 또 이동전화에 국한된 이전 장애와 달리 유무선 통신에서 장애가 발생한 만큼 KT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예견치 못한 사고를 대비해 이중망까지 고려하는 기업과 달리 회선 하나만 이용하는 일반 가입자의 경우 대체할 서비스를 곧바로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이용자가 겪은 불편함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약관에 따른 배상 절차에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된다. KT 약관에 따르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거나, 한달 중 6시간을 초과해 서비스 제공이 중단될 경우 서비스 중단 시간 청구금액의 6배 상당한 금액을 기준으로 손해를 배상한다. IPTV의 경우 시간 당 평균 요금의 3배를 보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