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 4차산업혁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드론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드론 산업은 중국에 밀려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드론 산업은 제조가 아닌 중국산 부품을 짜맞추는 '유통'에 머물러 있다는 현장의 지적은 뼈 아프다. 기술과 자본력이 부족하고 각종 규제로 성장하지 못하는 한국 드론 산업의 현 주소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표류하는 韓 드론 산업' 글 싣는 순서(上) '속빈 강정' 드론 교육…자격증도 무용지물 (中) 수십억 들여 만든 드론 시범공역 '개점 휴업' (下) 드론산업육성법은 '낮잠'...낡은 규정엔 '발목'
국내 드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도는 정치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국회의원 16명이 발의한 드론산업육성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제조 인력 육성 관련 내용이 빠진 데다 법안 발의 이후 계류 중이다.
국토교통부, 산업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세 개 부처로 나뉜 주무 기관을 한 군데에서 통합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선진국이 요구하는 각종 안전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체재가 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 드론 키우겠다?...방법론 빠진 드론산업육성법
지난 6월 28일 발의된 '드론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드론산업육성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5년마다 드론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매년 공공부문 드론시스템의 중장기 수요전망을 작성하도록 했다.
또 드론 관련 인허가 등을 한시적으로 유예, 간소화하는 드론특별자유화구역, 드론교통관리시스템 구축과 드론 운영의 거점이 될 수 있는 드론산업 발전특구, 드론시스템의 국산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드론강소기업, 드론첨단기술 등 지정 등을 담고 있다.그러나 드론 업계 종사자들은 드론산업육성법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모든 드론 관련 법안이 동어 반복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안에 담은 내용 중 상당수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임은 물론, 고용 안정 자금이나 재교육 지원 등 제조 인력 육성에 대한 내용을 전혀 담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법안이 담고 있는 드론산업기술진흥원 신설 조항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전남 드론교육산업진흥원, 인천 항공안전기술원, 대구 스마트드론기술센터 등 유사한 기관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자칫 혼란만 더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이 법안은 발의 이후 국회에 계류중이다.
■ "컨트롤 타워 일원화" vs "견제 구도 필요"
현재 국내 드론 산업을 관장하는 주요 정부 부처는 세 군데로 나뉘어 있다. 드론 운항 관련 규제는 국토해양부가, 산업 관련 행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산 집행은 기획재정부가 관리한다. 여기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도 가세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처럼 난맥상을 빚는 현 상황에 대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드론산업협회 박석종 회장은 "현재는 드론 산업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없다. 대통령 직속인 4차산업혁명위원회 아래 직속 기관을 두고 각 부처간의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박춘배 명예교수는 하나의 기관이 드론 산업을 모두 컨트롤할 경우 드론의 안전성 등 규제를 독립적으로 책임질 주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 명예교수는 "드론도 엄연히 항로를 운항하는 비행체이며 항로 내지는 관제에 대한 규칙을 따라 비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 부처 중 어느 곳이 드론의 안전성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지 의아해 한다. 국내 드론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안전 관련 규제를 책임질 주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드론의 안전성이나 감항성 등 규제는 지금처럼 국토해양부가, 산업 관련 지원이나 정책은 산업자원부가 관할하는 등 역할 분담이 명확해 져야 한다는 것이 박춘배 명예교수의 지적이다.
■ "수십년 전 기준에 머무른 규정 걷어내야"
드론 제조와 활용을 가로막던 각종 규제는 조금씩 완화되는 추세다. 지난 15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확정된 신산업 규제혁신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드론 업체들이 근거리 비행시험이 가능하도록 전용 비행구역이 신설된다.
또 하천점용허가 대상에 ‘무인비행장치 비행이 가능한 공간·시설’을 명시해 하천에서 드론공원이 운영될 전망이다. 국토부도 지난 22일 시행에 들어간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고도 제한 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고도나 비행구역 제한 등 외형적인 규제보다 드론을 산업에 활용할 때 장애물로 등장하는 독소 조항을 걷어내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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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배 명예교수는 "러시아 등 외국에서는 이미 가스관의 균열이나 파손을 점검하기 위해 드론을 띄운다. 그런데 국내에는 가스배관 100미터 이내에 드론을 포함한 항공기가 비행하면 안된다는 법 조항이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또 "낡은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제가 드론 뿐만 아니라 신산업을 가로막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법령이나 법안, 규제에서 특정한 장비나 방법 등을 명시하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장비가 있다면 폭 넓게 허용하고 가능성을 열어 두는 방식으로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