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벌교황이 만든 인터넷 싸움 문화

[조중혁 칼럼] '기회 불평등'이 분쟁 만든다

전문가 칼럼입력 :2018/11/23 13:49    수정: 2018/11/23 13:49

조중혁 IT 칼럼니스트
조중혁 IT 칼럼니스트

인터넷 공간에 갈수록 다툼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선 인터넷에서 하루라도 갈등과 이슈가 없는 날을 찾기 힘들 정도다. 포털, 커뮤니티 사이트나 SNS는 갈등과 싸움을 부추기는 콘텐츠를 통해 사이트를 유지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를 거슬러 올가가다보면 디시인사이드와 딴지일보를 만나게 된다. 디시인사이드는 회원 가입이라는 최소한의 규제 장치도 없이 글을 쓸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인터넷 악플과 욕설 문화를 만들어 낸 사이트로 비판받기도 한다.

(사진=딴지일보)

하지만 원래 디시인사이드는 대표이자 창업자인 김유식 대표가 디지털 카메라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개인 홈페이지였다. 그러다보니 초기에는 매우 얌전한 분위기로 서로 존대를 했었다. PC통신 때부터 존재하던 ‘님’으로 호칭하며 존중하던 문화가 디시인사이드에서도 그대로 계승되었다.

이런 문화가 바뀐 것은 디시인사이드와 딴지일보에서 활동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악질 악플러인 '씨벌교황'의 등장 때문이다. 그는 딴지일보에 1천500페이지에 달하는 욕을 올렸고, 이후 디시인사이드에 수 천 페이지에 욕을 올렸다. 그의 글은 묘하게도 흡입력이 있었다. 다른 사용자들이 처음에는 정중하게 그를 비난하다가 나중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함께 욕을 하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문제는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도 흡입력 있던 씨벌교황의 글을 따라 하며 상관없는 글에도 욕과 반말을 쓰는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악플과 욕 문화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이트로 퍼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악플이 늘어나고 싸움이 늘어나게 한 결정적인 장면은 ‘씨벌교황’이었다. 그는 큰 악행을 행했지만 그의 정체는 소문만 무성 할 뿐 끝내 알려지지 않았다.

■ 기회 불평등이 인터넷 싸움 만든 씨앗

씨벌교황이 불을 붙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싸움이 늘어난 건 사회 변화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사회정치체제는 민주주의, 경제는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양립하기 힘든 매우 모순되는 이념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전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인 평등은 기회에 대한 평등을 의미한다. 누구에게나 동등한 평등을 주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는개인 책임으로 수긍하라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때문에, 내가 남들보다 부족하게 살고 남들처럼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두 내 책임으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불평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어떤 이는 대기업을 상속받을 운명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풍족한 환경 속에서 어려움 없이 좋은 대학을 가고, 경영 수업을 받으며 너무나 쉽게 대기업을 물러 받는다.

그에 반해, 어떤 이는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처음부터 생존 위협을 받기도 한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며 도움을 줄 만한 사람도 거의 없는 환경에서 출발한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성공을 위해 꿈을 꾼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욕심인 경우도 많다.

이런 사회구조의 문제점은 개인에게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주위 환경은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발달된 선진국 국민들이 가난한 부탄, 방글라데시아 같은 나라보다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건 평등하다고 배웠지만 평등하지 않은 현실 때문에 생기는 괴리감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가 양극화 되면서 있어 사회적 불만이 늘어 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양극화를 만든 게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차이가 아니란 점이다. 출발부터 너무나 큰 불평등이 존재하는 현실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사회에서 낙오된 개인이 결과에 승복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간인 인터넷에서 공격적인 글들을 늘어난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폭력성 만으로 모든 걸 평하절하하면 안돼

사회적 불평등은 결국 이념 대결로 연결된다. 인터넷에서 사회적, 문화적, 사상적, 동질감을 가지는 사람끼리 댓글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같은 이념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객관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꼭 잘못된 것도 최근에 생긴 것도 아니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이념 투쟁이 상시화 되었을 뿐이다.

역사는 이념 투쟁의 기록이다.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 자신들의 생각처럼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며 살아왔다. 이를 세련되게 제도화시킨 것이 현대의 정당 정치이다. 현재 인터넷은 이념 투쟁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평소 이념에 대한 생각이 있어도 자신의 이념을 표출할 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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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억눌러 있다가 혁명이라는 것을 통해 한꺼번에 폭발했다. 이 과정에게 어쩔 수 없는 과도한 폭력이 동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인터넷 을 통해 상시적 이념 싸움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폭력성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평가 절하하면 안 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