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식 거래정지에 이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상장폐지 여부 심사는 한국거래소(거래소)가 유가증권 상장규정에 따라 진행하며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길어진다면 1년 뒤에야 나올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심사 절차는 더 미뤄질 수 있다.
15일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전날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 제재 조치안을 최종심의한 후 2015년 회계처리 기준을 고의로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래소는 이날 공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처리기준 위반행위에 대한 검찰 통보 사실을 공시했다”며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50조제1항제3호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시행세칙 제50조 제1항 3호 나목에 따르면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의 2.5% 이상인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금융위 또는 증선위가 검찰 고발통보 조치를 의결하거나 검찰이 직접 기소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주식 거래도 정지된다.
의결하고 검찰에 고발통보 조처하는 사건 가운데 해당 법인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삼성바이오 7조3천억원)일 경우 회계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삼성바이오 3조7천700억원)의 2.5% 이상이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은 7조1천830억원, 자기자본은 3조9천764억원이다. 증선위는 분식회계 규모를 4조5천억원으로 보고 있다.
■ 이제 판단 주체는 한국거래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은 즉시 거래 정지됐다. 이후 상장적격성은 거래소에서 심사, 판단하게 된다.
지난해 4월 금감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한 때부터 본격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은 19개월 만에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다. 상장폐지 여부 결론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거래소는 우선 15영업일(오는 12월 5일) 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 해당되는지 따져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면 15일 내 심의대상 여부 판단을 1번 연장할 수 있다. 여기서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을 유지하고 주식 거래 정지도 해제된다.
반면 심의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면 거래소는 20영업일(내년 1월 4일) 내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고 ▲상장폐지 여부 ▲개선기간 부여와 기간(최대 1년) ▲거래정지 여부와 기간 등을 결정한다. 단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주총회, 사업보고서 제출 등 일정이 예정됐을 땐 개최 시기를 1개월 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결정은 기업심사위원회 개최 후 7영업일 내 나와야 한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따지는 기준은 ▲주된 영업이 정지된 경우(분기 매출액 5억원 미달) ▲주권의 상장 또는 상장폐지와 관련한 제출서류 내용 중 중요한 사항의 허위기재 또는 누락내용이 투자자 보호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기업심사위원회가 거래정지 여부와 기간을 결정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결론이 나오면 이의신청이나 개선기간 완료 후 다시 이어지는 상장폐지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결론이 통지된 날로부터 15영업일 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거래소는 이의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20영업일 내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해 ▲이의신청의 적정성 여부 ▲개선계획 타당성과 개선기간 부여 여부, 기간(최대 1년) ▲주식 거래정지 여부, 기간 ▲상장폐지 여부 등을 심의한다. 이때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줘야한다.
상장공시위원회는 심의일부터 3영업일 내 결론을 내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선기간을 부여 받으면 개선기간이 종료된 후 7영업일 내 ▲개선계획 이행 내역서 ▲개선계획 이행 결과에 대한 해당 분야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심의 요청을 접수한 날부터 15영업일 내 상장공시위원회를 개최해 개선계획 이행 여부와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해야 한다. 결과는 심의일부터 3영업일 내 나와야 하며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1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가로 개선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상장공시위원회의 2번째 판단에 대해선 추가적인 이의 제기가 불가능하다.
거래소와 기업심사위원회 심사가 연장되고 개선기간도 최대 1년으로 1번 부여되면 상장폐지 결론은 1년 이상 뒤에야 나올 수 있는 것이다.
■ 심사제도 도입 후 상폐 사례 없어
이같은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주식 거래정지가 중지되고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에도 제공이 걸리면서 상장폐지 여부가 확정되는 시기는 더 미뤄질 수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선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 도입 후 심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 중 실제 상장폐지된 기업은 없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장기적인 주식 거래 정지로 마무리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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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 역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후 기자회견에서 “거래소에서 2009년 2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한 후 16개 회사가 심사 대상에 올랐다”면서도 “최근까지 16개 회사 중에서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실질심사결과 상장폐지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식회계 여부를 가리기 이틀 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급등한 것도 결국 분식회계로 판결나더라도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투자자들의 베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주식 거래정지는 될 수 있어도 상장폐지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