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EOS R은 2012년 캐논이 미러리스 시장에 뛰어든 이후 6년만에 내놓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다. APS-C 센서(23.5×15.7mm) 미러리스 카메라인 EOS M과 달리 EOS 5D 마크Ⅳ 등 풀프레임 DSLR 카메라와 같은 3천30만 화소 CMOS 센서를 탑재했다.
듀얼픽셀 CMOS AF로 최대 5천655 포지션에서 AF 프레임을 선택할 수 있고 4K 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지름 54mm, 센서와 렌즈간 거리인 플랜지백은 20mm인 RF 마운트 기반이며 올 연말까지 전용 RF렌즈 4종이 순차적으로 출시될 계획이다. 가격은 바디(본체) 기준 259만 9천원.
■ 모드 다이얼을 보완하는 버튼 설정과 컨트롤 링
EOS R은 무게와 부피를 줄이기 위해 본체에서 왼손으로 잡히는 부분을 대폭 덜어냈다. 오른손 그립을 최대한 확보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벌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기존 DSLR 카메라를 쓰는 사람이 모드 다이얼이나 각종 버튼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EOS R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먼저 LCD 모니터 바로 오른쪽에 있는 터치식 멀티펑션바를 포함해 각종 다이얼과 버튼의 기능을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또 RF렌즈 경통에도 컨트롤 링을 달아 노출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에게 맞는 버튼 조합이나 기능 배치를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RF24-105mm F4 L IS USM 등 일부 렌즈는 후드가 컨트롤 링을 가리는 바람에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 어려운 것도 옥의 티로 꼽을만 하다.
스피드라이트 470EX-AI나 외장 마이크 등 기존 EOS용으로 나온 액세서리도 상단 액세서리 슈에 장착하면 그대로 작동한다. EF/EF-S 렌즈는 전용 마운트 어댑터를 장착하면 그대로 작동한다.
■ 디테일·계조는 예상 범위 안, 훨씬 유연해진 AF 포인트
EOS R에 탑재된 센서는 각종 유효 화소와 특성이 2016년 출시된 EOS 5D 마크Ⅳ의 그것과 유사하다. 때문에 디테일이나 계조 등 특성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5D 마크Ⅳ보다 소폭 디테일이 개선된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EOS R부터 새로 적용된 미러 보호 구조도 있다. 카메라 전원이 꺼지면 센서 차단막이 닫혀 이물질 진입을 막는다. DSLR 카메라와 달리 센서가 그대로 노출된데다 크기까지 더 커진 센서를 보호하는 장치다.
CMOS 센서 면 전체를 AF 센서로 활용하는 미러리스 카메라 특성상 가용 가능한 AF 면적도 크게 늘어났다. EOS 5D 마크Ⅳ나 1D X 마크Ⅱ 등 최대 61개의 AF 포인트만 쓸 수 있는 기존 DSLR 카메라에 비해 구도 잡기가 훨씬 유연해졌다.
촬상면과 AF 센서의 거리 때문에 일어나는 핀 틀어짐 현상도 없다. 초점이 확실히 맞았다면 결과물도 의도를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가로/세로로 넓은 범위 안에서 AF를 잡는 대형 존 AF의 정확도다. 가끔 의도하지 않은 다른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초점을 수동으로 지정해야 했다.
■ ISO 1600은 이미 상용 감도
일부에서 '낡았다'며 눈먼 돌을 던지는 35mm 풀프레임에도 분명한 장점은 있다. 넓은 센서 공간을 이용해 여러 가지 구도를 담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빛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 촬영이 훨씬 편하다.
EOS R은 렌즈나 주변 광량, 혹은 삼각대가 허락하는 한 ISO 1600도 충분히 상용 감도로 쓸 수 있다. 완전한 야간이 아니라면 굳이 ISO 6400까지 갈 필요가 없다.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해 봤지만 플래시가 없어서 아쉬움을 느끼던 장면은 거의 없었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것은 플리커 저감 기능을 바로 뽑아내어 쉽게 쓸 수 있게 한 점이다. 형광등에 의존해야 하는 실내 촬영 환경에서 의도치 않은 어두운 사진을 피할 수 있어 상당히 유리하다.
LCD 모니터를 틸트 뿐만 아니라 상하 회전이 가능하게 한 것도 촬영 편의성을 높였다. 위에서 내려다 보며, 혹은 아래에서 올려다 보며 찍는 경우 확실히 편리하다.
■ 하이아마추어용 DSLR 따라잡은 미러리스
캐논 풀프레임 미러리스 출시설이 흘러나오던 올 초만 해도 EF 렌즈를 그대로 쓰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로는 미러리스에 맞게 만들어진 RF 시스템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EOS R은 첫 제품 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다만 앞으로 수십 년을 내다 보고 만들었다는 카메라 시스템인 만큼 EOS R은 풀프레임 미러리스로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보인다.
카메라 접점을 늘린 RF 마운트나 의도적으로 3천30만 화소에 머무른 센서가 의미하는 것은 다름 아닌 '대형화'다. 다만 EOS R이 앞으로(혹은 당분간) 놓이게 될 딜레마도 있다.
관련기사
- [기자수첩] '못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2018.11.07
- 캐논코리아, 풀 프레임 미러리스 'EOS R' 출시2018.11.07
- '진짜' 카메라 회사가 만든 풀프레임 미러리스2018.11.07
- "30년 뒤 내다 본 새로운 풀프레임 만들었다"2018.11.07
EOS R은 이미 기능이나 성능 등을 따져보면 EOS 5D 마크Ⅳ와 동등하거나 더 뛰어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캐논 전체 카메라 라인업에서는 '플래그십'이 될 수 없다. 현실 인식은 여전히 캐논의 몫이다.
▶ 촬영 사진 샘플 원본 다운로드 바로가기 (원드라이브) : https://1drv.ms/f/s!Aj8f0v7tesPMxH7YLgIKXCEXpQbz※ 사진마다 촬영에 쓰인 렌즈가 다르니 EXIF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샘플 사진의 영리·비영리 활용,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