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는 2050년 약 100억 명까지 늘어나고 개발도상국 빈곤도 차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에는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 미만이었지만, 현재는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일 40여만명씩 늘어나고 있다.
생활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다. 그러나 해마다 휴대폰, 자동차, 음식, 주택 등의 수요도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가 설계, 제조, 엔지니어링, 건설 등에 미치는 영향도 동시에 생각해봐야하는 문제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증가 및 도시화로 건설 업계는 2050년까지 매일 평균 1만3천개의 건물을 주요 도시에 지어야 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수 조 달러에 이르는 전세계 새로운 인프라 구축 투자 비용 중 일부에 불과하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고, 기존 인프라도 꾸준히 재정비하고 고쳐야 한다. 건물, 교량부터 냉장고 같은 일상에서 활용되는 것들이 쉽게 버려지지 않고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전세계 폐기물의 약 3분의 1 정도는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2025년에는 두 배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조 과정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공급망에서 이뤄지는 낭비도 놀라울 정도로 많다. 오늘날 생산되는 예비 부품의 약 70퍼센트가 사용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더욱 많은 것을 원하면서 창고 공간, 자원, 자본 등을 허비하고 있다.
■자동화 재구상
인류가 사물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구 증가, 중산층 확대, 기후 변화, 천연자원 고갈,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상황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면서 일상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디자인 분야의 관점으로 봤을 때 디자이너와 제조사들에게는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것보다 가장 큰 기회가 될 것이다.
한정된 노동, 기술 및 천연자원 등의 부족한 현실과 인구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하는 것들 사이에서 조화를 찾아야 한다. 또 이와 함께 자동화의 미래를 새롭게 구상하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적화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자동화 모델은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은 더 고차원적이기에, 인간과 기계의 협업과 창의력에 무게를 둔 새로운 자동화 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새로운 자동화 모델은 수요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인류와 환경에 부정적 영향도 감소시키는 더 나은 것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자동화 모델은 인간과 기계가 서로 배우면서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 제조와 건축이 융합되면서 주로 공장에서만 사용했던 로봇을 더 많은 곳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로봇은 생산라인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프로토타입 제작에만 사용하던 3D 프린팅의 영역도 확장되고 있다. 항공 및 자동차 업계에서는 적층 제조를 이용한 생산이 증가했고 그 실효성 또한 입증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아이디어가 구애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해 더 뛰어난 성능과 지속성을 가진 제품, 건물,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자동화 재구상으로 그리는 제조의 미래
최근 제너럴 모터스(GM)가 보여준 기술 활용 사례는 이 새로운 자동화 방식의 좋은 예이다. 자동화의 선구자로 손꼽혔던 GM은 1분에 1대씩 차량을 생산한다. 완벽하게 제작된 3만개 이상의 복잡한 부품들이 조화를 이룬 덕분이다.
하지만 현재 GM은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배기가스 관련 부정적 영향이 없는 전기차와 미래를 위한 로드맵에 눈을 돌리고 있다. 효율성을 높이면서 중량과 복잡성을 줄여 강력한 경량 자동차를 생산하려 한다. 더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디자인 및 제조 과정을 통해 낭비를 줄이면서 제품의 내구성을 높이려고 한다.
GM은 이를 위해 오토데스크의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부품 디자인 및 제조 방법을 바꿨다. GM 엔지니어들은 부품 연결법과 강도 같은 변수들을 설정해 최상의 디자인을 만들어 신속하게 검토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설계자·엔지니어가 설계 목표 를 비롯해 재료, 제조 방법 및 비용 등의 매개 변수를 소프트웨어(SW)에 입력하면, 수백, 수천개의 설계 옵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미국 미시간 워렌 주의 GM 테크 센터 엔지니어들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으로 시트 브래킷(안전벨트 고정 장치)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었다. 기존 8개로 구성된 부품들을 하나의 부품으로 합치는 데 성공했다. 또 이 부품은 기존 대비 40% 더 가볍고, 강도는 20% 높아졌다.
이 사소한 구성품의 변화만으로 자동차는 더욱 가벼워졌다. 작업 방식도 더 간단 해져 작업양도 줄어든 한편, 궁극적으로 연료 효율성이 높아지고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었다.
■건설 업계에서의 자동화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자동화와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건설업에도 혁신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
네덜란드 건설 회사 반 베이넌은 합리적인 가격의 넷 제로 에너지(net-zero-energy) 주택을 전문적으로 건설한다. 이 회사는 수익률 2퍼센트 창출을 목표로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으로 보다 자동화된, 그리고 효율적인 과정을 도입해 낭비를 줄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빌딩 구성을 메타데이터로 태그한 반 베이넌은 여러 구성에서 사용될 수 있는 주택 모듈러 콘셉트를 개발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을 통해 반 베이넌 디자이너들은 크기, 전망, 태양에너지양, 비용 및 매출 같은 사항을 기반으로 1만5천 개의 다른 디자인 옵션을 연구해 완벽한 도시를 만들 수 있었다.
자동차 조립 라인과 유사하게 제조된 모듈러 빌딩 시스템을 개발한 결과, 반 베이넌은 주택 디자인을 재구상해 생산 과정을 새롭게 마련했다.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은 낭비를 막고, 주택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동선 최적화로 거주자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그 결과 회사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왔다.
자동화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작업 방식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까지도 바꿨다. GM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료 효율성이 높은 경량 자동차를 만들고, 반 베이넌은 합리적인 가격의 지속 가능한 주택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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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동화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인류가 한 차원 더 높은 일상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자동화를 새롭게 접근해 더 좋은 도시, 더 좋은 건물, 더 좋은 제품을 마련하면서도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게 한다. 부족한 현실과 인구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하는 것들 사이의 균형을 맞춰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