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논의의 초점이 요금제에서 단말 출고가로 옮겨지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통신비 논쟁의 중심에는 대선 공약이던 기본료 폐지 대안으로 거론돼 온 보편요금제가 있었다. 정부가 지정하는 저가 요금제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의무 도입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보편요금제 입법을 담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통과를 앞둔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 과다 개입, 이통사들의 요금제 인하 개편으로 인한 입법 필요성 등 논란의 여지가 많아 여야 조기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런 가운데 단말기 자급제가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제조사가 단말을 높은 가격에 출시하더라도, 이통사가 알아서 팔아주는 구조를 무너뜨리기 위함이다. 즉 제조사 간 출고가 경쟁을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소비자의 단말 할부금 부담을 낮추기 위함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서 통신비 인하를 위해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필요하지 않냐는 국회 지적에 대해 "법제화하는 방법 대신 시장을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정적 방법이 있는데 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단말기 가격 부담을 낮추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단말기 가격을 문제 삼았다. 김경진 의원은 이날 "단말기 부담을 낮추자는 것은 구형폰이나 외산폰도 보편적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상대적으로 비싼 최신 단말을 쓰지 않아도 SNS나 통화를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의식을 바꾸는 것이 통신비 인하 문제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문제 제기는 최근 전략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급속히 증가한 것과 관련이 깊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9일 단말 가격 100만원 시대가 본격화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과 애플 아이폰 주요 모델 출고가가 지난 2014년 각각 87만원, 95만원인데 비해, 올해는 96만원, 160만원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이후 이통 3사에서 출시된 스마트폰 67개 중 34개 출고가가 100만원 이상이었다며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함께 병행될 때 국민들이 통신비 절감의 효과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난 14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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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석에는 오는 2일 공식 출시를 앞둔 아이폰 XS·XR이 반영되지 않았다.
신규 아이폰 모델의 출고가는 최저 99만원(아이폰XR 64GB)부터 시작, 최대 196만6천원(아이폰XS맥스 512GB)에 이르는 등 지난해 출시 모델 대비 30~40만원 가량 출고가가 비싸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