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GPU 시장 추락에 AMD·엔비디아 '울상'

관련 매출 비중 한 자릿수로 감소 "사업 전환 관건"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10/29 17:52    수정: 2018/10/30 07:55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들의 실적 상승을 견인해 온 암호화폐(가상화폐) 수요가 1년여 만에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온 엔비디아·AMD 등 GPU 업계에 암호화폐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29일 반도체 기업 AMD의 지난 3분기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의 암호화폐 관련 GPU 매출은 총 매출의 6% 가량을 차지했다. 가까스로 두 자릿수(10%) 비중을 차지했던 전 분기보다 실적이 더 악화된 셈이다.

총 매출도 증권가 전망치(17억 달러·약 1조9천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16억5천만 달러(약 1조8천억원)에 머물렀다. 이 역시 암호화폐 수요 하락으로 채굴용 GPU 판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AMD 측은 설명했다.

AMD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회계연도의 채굴용 GPU 매출은 (총 매출 비중과 비교해) 무시해도 될 정도"라며 "이제 '암호화폐 광부(가상화폐 채굴가)'들은 AMD의 GPU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도 "올해 초부터 암호화폐 GPU 수요에 대해 '업황이 안정적이지 않다'며 부정적으로 전망한 AMD도 매출이 막상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게 큰 충격이었다"며 "향후 수요 전망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ZDNet)

글로벌 최대 GPU 업체인 엔비디아도 암호화폐 수요 하락으로 지난 분기 매출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지난 2분기에 암호화폐 관련 GPU 판매량 전망을 1억 달러(약 1천100억원)로 예상했지만, 실제 판매량은 1천800만 달러(약 205억원)에 불과했다. 3분기에도 재고를 처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렛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AMD와 마찬가지로 채굴용 GPU 매출 비중에 대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엔비디아는 더 이상 암호화폐 수요에 기대감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굴용 GPU 붐은 암호화폐 수요가 하락하면서 올해 초부터 차츰 줄어들었다. 채굴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각국 정부가 규제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성장이 주춤해졌고 GPU 재고량이 늘게된 것. 대형 거래소들의 해킹 사고 등 보안 문제도 수요가 하락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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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각은 삼성전자 등이 시장에 내놓은 주문형 반도체(ASIC)로 채굴용 GPU 수요가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ASIC은 GPU 대비 채굴 효율성이 월등하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캐나다 소재 암호화폐 채굴 업체와 ASIC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 자체도 위축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GPU를 넘어 ASIC과 CPU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며 "이제는 채굴용 GPU 생산량 자체를 줄여 재고를 처분하고 사업 전환을 서두르는 게 관건이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