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 나흘만에 주요 부문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실적 쇼크'에 가까운 성적표를 써낸 만큼 조기에 인사 카드를 빼들어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이번 인사는 지난 8월 ICT 본부 설립 이후 약 2개월만에 내놓은 터라 더욱 주목된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바로 수소전기차,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육성이다.
현대기아차는 BMW M 북남미 사업총괄 출신이자 현대차 고성능사업부장 출신인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을 상품전략본부장에,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디자인 최고 책임자(CDO)로 각각 임명했다. 무엇보다 연료전지개발실장으로 일했던 김세훈 상무는 연구개발본부 직속의 연료전지사업부장으로 조직을 총괄하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미래차 산업을 이끌기 위한 자율주행, 인공지능, IT에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관련 연구개발 인력 부족 현상을 겪어왔다.
현대차그룹 지능형안전기술센터장인 이진우 상무는 지난해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내부적으로 자율주행, 인공지능, IT 관련 인력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이런 분야의 인력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이번 인사에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사내 AI 역량을 강화할 'AIR Lab(Artificial Intelligence Research Lab)' 총괄에 네이버랩스 인텔리전스그룹 리더 출신인 김정희 이사를 임명했다.
■ 정의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 반영
이번 미래차 사업 중심의 인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전략이 적극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인도 뉴델리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에서 이같은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 수석부회장은 ▲친환경 이동성(Clean Mobility) ▲이동의 자유로움(Freedom in Mobility) ▲연결된 이동성(Connected Mobility)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후 일주일만에 현대차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섰고, 약 한달여만에 미래차 사업 중점 인사가 발표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도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기술 선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대기아차는 단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기업으로 적극적인 전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석 선문대 스마트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기아차는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미래 자동차 사업 관련 준비 속도가 약 2년 이상 늦은 편"이라며 "이번 인사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계를 확고히 하기 위한 조치로 보여지며, 수소전기차를 육성시킬 연료전지사업부는 성공과 실패 유무를 떠나 하루 빨리 자체 역량을 강화해나갈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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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는 현대기아차가 패스트 팔로워가 되려는 것이 아닌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진다"며 "내가 모든 것을 다 바쳐서 하는 현대기아차만의 순혈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려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결정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 급감한 2천889억원을, 기아차는 1천173억원 수준에 그쳐 시장에 충격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