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개SW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해 온 '공개SW 대부'이자 정보기술(IT)계 1세대 석학인 고건 이화여대 컴퓨터공학전공 초빙석좌교수가 급환으로 26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경기중·고와 서울대 공대(응용물리학)를 졸업하고 미 버지니아 주립대에서 전산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최초로 대학에 인터넷 교육망을 설치하는 등 국내 대학 및 정부기관의 1세대 인터넷망 설치 사업을 주도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학부장과 차세대행정정보시스템기획단장, 학술정보원장을 역임했다. 국가정보화추진위원회 자문위원과 제15대 한국정보과학회 이사 및 부회장으로도 활동했다. 2007년부터 4년간 제4대 한국공개소프트웨어활성화포럼 의장과 제12대 전주대학교 총장도 지냈다. 최근까지 오픈소스소프트웨어 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미국 벨연구소와 IBM 왓슨 연구소 등에서 연구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공개SW와 '대학 SW인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한국 공개SW 활성화 포럼 의장을 역임했고, 한중일 3국이 공동으로 공개SW 모델 커리큘럼을 개발해 확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공개SW 인력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과정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개방형 SW교육 플랫폼 필요성을 강조,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최신 SW기술을 온라인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과정 개설을 주창했다.
대학의 SW인력 양성에도 관심이 많았다. 외부 강연이 많았던 그는 늘 "SW가 세상을 삼기고 있는데 대학에 SW 전공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지난 2월 지디넷코리아가 대학의 SW교육 실태를 점검하는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을때도 패널로 나와 "우리나라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사용법만 가르쳤다. 자동차학과서 운전만 가르친 셈이다. 내부 설계를 가르치려면 소스코드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에 없었다. 그런데 공개 소프트웨어 나오면서 내부 설계 교육이 가능해졌다"면서 "지금 한국은 SCI 논문에 치여 공개 소프트웨어 교수가 없다시피 하다. 가르칠 사람이 없다. 그래서 무크(MOOC)가 필요하다. 동영상으로 교육하고 TA로 실습하면 고급 SW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공개SW와 우수 SW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엄영익 성균관대 교수(한국정보과학회회장)를 비롯해 컴퓨팅 및 IT학계 및 기업에 많은 제자가 있다.
노경원 과기정통부 SW정책관(국장)은 "공개SW가 우리나라에 자리잡고 확산하는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하신 분"이라며 "제자들 배출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였고, 인품도 부드럽고 따뜻해 마음으로 참 많이 좋아했다"며 애도했다.
이민석 국민대 SW학부 교수는 "정부 조달 체계나 문서관리 등 정부와 기업의 공개SW 도입 및 확산에 큰 열정을 지니셨던 분"이라면서 "1세대 원로 교수님인데도 권위가 없으셨고, 항상 유머스러웠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고인은 한국정보과학회 학술상(1994년)과 대한민국 근정포장(2003년), 제10차 한중일 IT 국장급 회의 및 동북아 공개SW 활성화 포럼 공헌상(2011년), 대한민국경제리더 인재경영 대상 및 세계 한류대상(2012년) 등을 수상했다.
유가족은 부인 김혜례(66) 씨와 은영㊳·미영㊲ 씨 등 두 딸과 사위, 손자 4명이 있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 30분이다. 02-2227-7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