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주회사 출범을 위한 본격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20일 금융위원회에 지주사 출범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적격성 여부를 금융감독원이 검토 중이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우리금융지주사가 본격 닻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제는 재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의 자리가 금융업권의 초미의 관심사다.
■ 당연한 시나리오 3가지…관치의 시작?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지주사의 차기 회장 시나리오는 당연히 세 가지다.
하나는 우리은행 노동조합과 일부 직원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손태승 행장의 겸임, 두 번째는 과점주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전직 우리은행 출신 혹은 외부 인사다. 마지막 하나는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등을 필두로 한 관(官)출신의 인사다.
세 시나리오 모두 논리적 합리성이 충분해,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도 많은 실정이다.
최근에는 관 출신 인사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방아쇠가 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분을) 18%이상을 보유한 정부로서 당연히 그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주주권 행사가 될지, 구체적인 의사 표시를 어떻게 할지는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일각에서는 자율경영을 보장한 정부가 약속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아무래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의 최대주주(18.43%)인만큼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이 때문에 배창식(예금보험공사 추천) 비상임이사가 오는 27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 참석할지, 참석한다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 7개의 과점주주, 그들은?
하지만 우리은행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최대주주로 '입김'을 작용하기만은 어렵다.
우리은행의 주주는 국내 금융사·사모펀드·중국계 금융사들로 이뤄져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6%) ▲한국투자증권(4.02%) ▲키움증권(4.01%) ▲동양생명(4%) ▲한화생명(4%) ▲미래에셋자산운용(3.69%) ▲유진자산운용(1.5%) 등으로 과점주주로 구성돼 있다.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다. ▲장동우(IMM) ▲신상훈(한국투자증권) ▲박상용(키움증권) ▲전지평(동양생명) ▲노성태(한화생명)로 돼 있다. 각 기업 추천 사외이사인만큼 이들은 주주가치를 제고하면서도 자신의 회사에 실익이 될 인사를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주 출범 인가가 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 회장 인사에 대해 '혼전' 양상을 띄는 이유에 주주 구성 역시 일조한다는 것이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구두발언'…KB사태 돌아봐야
과점주주들이 주주 가치를 제고한,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회장 겸임 인물로 추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렇지만 '지배구조'의 안정성, 투명성 면에서는 실책일 가능성이 높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앞서 KB국민은행장을 겸임했다. KB사태 당시 경영안정성을 꾀하고, 내부 지배구조를 견실히 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윤종규 회장의 행장 겸직이 길어지면서 금융당국은 다시한번 '지배구조'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KB금융지주회장과 KB국민은행장 간의 갈등, KB국민은행 내 다양한 계파들이 KB사태를 이뤄 한시적 명분은 될 수 있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회장과 행장 겸직이 장기화되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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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이와 상황이 비슷하지만 다르다. 지주사 재출범으로 인해 경영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금융사 M&A에 나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하면서도, 인수를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금융당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한 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지배구조' 안에 다 녹아들었다고 평가한다. 투명하며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회장 선출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당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들은 "회장 후보 추천부터 추천 인사의 면접과 심사 과정, 선출 배경의 이유가 뚜렷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