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가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3건의 법안이 연이어 발의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완전자급제 논의가 이동통신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완전자급제 논란이 이처럼 이동통신 관련 논의를 한 번에 삼켜버린 것은 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파괴력 때문이다. 이동통신시장의 생태계를 완전히 뒤엎어야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자급제가 갖는 위력과 달리 이를 도입하기 위한 국회의 준비작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완전자급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만 이후 도입을 위한 법안심사 논의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통신비 인하를 위해 구성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지난 2월 활동을 종료하면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에 대한 논의 결과를 정리한 결과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음에도 관련 논의는 없었다.
국회가 완전자급제를 여론을 의식한 포퓰리즘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도돌이표 완전자급제 논란
완전자급제 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은 19대 국회다. 전병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제정 단계에서 국내 이동통신 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관련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을 시작으로 완전자급제 법안은 총 3개가 발의됐으며 김 의원은 최근 완전자급제 2.0 법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다.
각각의 법안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한다. 완전자급제 도입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향후 해당 상임위가 병합심리를 하고 최종적인 결론을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단통법의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폐지한다면 이 법을 근거로 한 공시지원금 제도, 선택약정할인 등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논의가 있어야 하며 규제의 틀도 바꿔야 한다.
특히, 서비스 가입과 단말 판매를 분리할 경우 소비자들과 유통업계가 겪을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보조금이 사라지고 단말을 구입해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유통시장의 근본적 틀이 바뀌기 때문이다. 또 당장 생계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6만여 유통업계 종사자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올 초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완전자급제 도입 대신 자급제 활성화로 결론짓고 국회에 공을 넘긴 이후에도 이렇다 할 논의조차 없었던 국회가 또 다시 자급제를 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 이해관계자 완전자급제 할 의사 있나
최근 아이폰XS맥스 등 출고가 200만원을 상회하는 단말기가 등장하면서 완전자급제 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서비스 가입과 단말 판매를 분리할 경우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이 발생해 단말기 출고가격이 인하될 수 있고, 이동통신사가 유통점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이 사라질 경우 통신비 인하를 할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제조사의 단말 경쟁은 국내 내수 시장만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체제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완전자급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단말의 출고가 인하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또, 이통사의 단말 유통관리 비용이 사라지는 만큼 제조사의 유통비용이 새로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로 인한 혜택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또 이통사가 그동안 유통에 지출했던 비용을 통신비 인하에 사용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가계통신비 인하가 이뤄질 수 있는데 이는 강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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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현재 이통사, 제조사 등이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입장을 내놨던 상황과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정부만 완전자급제가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고, 제조사와 통신사, 유통업계 등 전체적인 상관관계를 봐야 한다며, 완전자급제가 좋은 취지이지만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는 유보적 입장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바뀌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