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연내 한 차례 더 연방기금금리 범위를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11개월째 기준금리를 현행과 같은 연 1.50%로 동결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 대외 리스크가 국내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데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과 국내의 금리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일부 위원 역시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연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가계부채↑‥금융안정과 대외리스크 '방점'
18일 한국은행(한은)은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1개월째 같은 수준인 연 1.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금통위에서 이일형과 고승범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주된 배경으로는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외리스크 등이 꼽힌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대외리스크 요인이 (경제 성장) 전망 경로에 어느정도 미칠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금융안정에도 유념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지나친 신용 확대와 금리 인상 시 취약한 차주에게 줄 수 있는 부담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소득증가율을 웃돌아 중장기적으로 경기에 부담을 준다"며 "가계부채 증가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리스크에 대해 그는 "리스크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다"면서 "성장이나 물가, 거시경제뿐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어떻게 줄 지 좀 더 지켜보자고 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 내외금리 차 1%p …금융불안 원인 아냐
이주열 총재는 미국과 한국 간 기준금리 차가 1%p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요소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소가 지속되면,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흐름과 국내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유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외금리차 확대=금융불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이 미국 채권 주식시장 불안에서 촉발했으며, 불안을 겪는 나라 대부분이 미국보다 금리가 훨씬 낮다"면서 "미국과 금리 차가 금융불안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채권자금이 국내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원인에 대해 이 총재는 "연초부터 8월까지 외인 채권 투자는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9월들어 감소로 전환했다. 9월 감소 원인을 보면 외인이 보유한 채권 만기일이 도래한 규모가 커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분기가 되면 차익실현을 계기로 투자 규모가 줄어든다"며 "국내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하고 외인 대부분이 장기 투자용인 공공자금이라는 점을 비춰보면 추세적으로 외인 자금의 유출이 큰 폭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금리 인상 가능할까
이주열 총재가 금융시장 내 불안을 '구두개입'으로 진압하고 있지만, 사실 국내 경제 여건이 녹록하진 않다. 내외금리차를 고려해 금리를 올리자니 가계부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유지할 경우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출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게다가 한은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에 이어 두 차례 하향 조정해 추후 기준금리 결정은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전망치인 2.9%에 비해 0.2%p 내린 2.7%로 내다봤다. 예상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다. 이주열 총재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월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고, 대내외 여건 변화를 고려해 재전망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짐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연관돼 있다"면서 "어떤 상황 올지 모르겠지만, 경제성장률이 2.7%가 되면 금리를 올리고 아니면 안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총재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어떤 게 경제에 바람직할지 판단할 것"이라는 원칙적 답변을 내놨다. 그는 "통화정책은 경기만 보고 하는게 아니다. 경기가 주된 고려 요인이긴 하지만 여러 불확실성, 금융안정 등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여지는 열어뒀다. 이주열 총재는 "지금은 성장세가 안정적으로 가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 가까운 방향에 수렴해간다고 하면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로) 역점을 두겠다"고 답했다.
■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앞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미국 정부 정책방향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설비 및 건설 투자의 조정이 지속됐으나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소폭에 그치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 흐름은 지난 7월 전망경로를 다소 하회하겠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가격 상승세 확대, 전기요금 한시 인하 종료 등으로 오름세가 1%대 후반으로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 수준을 지속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후반을 나타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글로벌 주가 급락 등으로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상당폭 상승했다. 장기시장금리는 주요국 금리의 움직임 등을 반영해 상승했다.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다소 축소됐으나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주택가격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다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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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