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의 얼굴 말고 옆태와 뒷태도 보고 싶은가? LG유플러스의 파파고 외국어 놀이 콘텐츠를 보면 된다. 번역 서비스에선 파파고의 단면만 보였다. LG유플러스에 번역 API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파파고 캐릭터 디자인을 LG유플러스에 제공했다.”
네이버 김준석 파파고팀 리더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데뷰 2018’ 컨퍼런스에서 지난 2년간 파파고를 개발하면서 겪은 생생한 일화와 향후 발전 방향 등을 공개했다.
네이버의 인공신경망 번역 기술이 사용된 파파고는 2016년 8월 앱으로 먼저 출시됐다. 이후 웹버전으로 출시됐으며 네이버 자체 통역 서비스인 네이버 번역기까지 흡수 통합했다. 2년만에 지원 언어는 4개에서 13개로 늘었고, 월간이용자수는 30배 늘었다. 해외에서 이용자수도 40배 증가했다.
파파고는 모바일과 PC에서 번역기 역할을 뛰어넘어, 올해 2월에는 유아용 단어 학습 콘텐츠 '파파고 키즈'로도 발전했다. 파파고의 캐릭터는 지적재산(IP)으로도 활용돼 LG유플러스의 IPTV 외국어 학습 콘텐츠로 제작됐다.
김준석 리더는 “2년 전 데뷰에서 파파고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때 입었던 옷과 같은 옷을 입고 이번 데뷰에도 서게 됐다”며 “과거엔 번역기가 번역을 잘 못한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2년 만에 그 인식을 많이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TV 프로그램을 보면 ‘핫도그 세 개 주세요’를 ‘핫도그 월드(세계) 플리즈’로 번역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네이버가 따로 협찬한 것도 아닌데 연예인들이 번역기를 잘 활용하는 모습이 포착된다”며 “파파고 앱을 통해 외국인들이 이성교제를 많이 한다고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파파고는 애초에 외국 여행자의 통역을 돕기위한 서비스로 개발됐으나 출시 후 사용 실태를 조사해보니 외국어 학습에 사용한다는 이용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파고를 외국어 공부(31%)와 자녀 교육(2%)시 이용한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해외 여행(29%)시 사용한다는 비율을 상회했다. 해외여행이 아닌 외국인과의 대화나 비즈니스에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9%, 19%였다.
김 리더는 “출시 이후 피드백을 봐도 학습 관련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많았다”며 “원래 타깃으로 했던 해외여행자를 위한 기능보다는 학습용 기능을 우선적으로 추가하자고 내부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외에도 번역에 사용된 뜻 외에 다른 사전 검색 결과도 보여주는 기능이나 TTS로 번역 결과를 읽어줄 때 아주 느리게 읽어주는 옵션도 추가했다”면서 “또 한 번만 듣지 않고 여러 번 듣게 해달라는 요구사항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사용자가 번역이 빠르게 되는 것 같이 느끼게 하기 위해 ‘인공신경망 번역(NMT)’과 기존 네이버 번역기에서 사용하던 검색식 번역 방식인 ‘통계 기반 기계 번역(SMT)’ 방식을 혼용하는 방법도 고안했다.
김 리더는 “번역하기 버튼을 따로 눌러야만 번역이 되면 사용자가 번거로울 것 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며 “실시간으로 번역 결과를 제공해주기 위해선 NMT 방식을 써야 하나 이때 사용하는 GPU 서버 이용료가 비싸고, 생각만큼 속도도 빠르지 않아 결과값을 상대적으로 빨리 불러올 수 있는 SMT를 혼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를 만들다보면 어떤 기술이 우리가 원하는 품질만큼 올라가는데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동안 사용자 경험(UX)적으로 응급처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서 “차선택을 찾는 게 아무것도 안하는 거보다 좋다”고 역설했다.
파파고팀은 약 1년전 시작한 네이버 번역기와의 통합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통합 과정도 이용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을 염려해 1년여에 걸쳐 쪼개 진행했다. 그 결과 통합 첫 주에 약 9%의 이탈자만 발생했고, 이중에는 원래 네이버 번역기와 파파고를 동시에 사용하던 이용자가 있어 이탈 비율은 9%보다 적을 것으로 김 리더는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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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리더는 “회사 내에 비슷한 서비스가 두 개 있으니 통합하라는 미션이 나왔는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부가기능을 맘에 들어있던 네이버번역기와 심플한게 장점인 파파고가 합쳐지면 서로 이탈자가 생길 수 있었다”며 “그래서 선택한 해법은 변화를 쪼개고 또 쪼개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준석 리더는 “파파고가 처음 탄생할 때 팀원은 5명이었고, 지금도 다른 서비스에 비해 팀원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효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으로 일을 해내고 있다”며 “업무 시간도 대부분 주 40시간 내외로 만족스러운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