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가 활짝 웃지 못하는 이유

실적 신기록 달성했지만 성장 사업 고민 많아

홈&모바일입력 :2018/10/07 08:35    수정: 2018/10/08 13:35

대한민국 전자·IT산업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위기와 도전의 시기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써냈지만 주력 사업이던 스마트폰 사업 수익이 점점 쪼그라든 탓에 활짝 웃지 못했다. 더구나 반도체에 쏠린 수익구조와 최근 업황의 고점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시급히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LG전자는 신성장 사업이자 캐시-카우로 키우고 있는 자동차전장(VC) 사업 부문의 안정화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B2B 산업 특성상 긴 계약체결 기간 동안 제품원가가 상승하면서 3~5년 이상 장기 발주 물량에 대한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있다는 게 내부 고민이다. 사업 초기 외형 확대를 위해 물량 수주에 적극 나섰지만 수익 개선에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부 제품에 대해선 팔아도 수익이 너무 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스마트폰 사업(MC)은 14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해지면서 이렇다 할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H&A, HE) 외에 기댈만한 언덕이 신통치 않다. 부진한 사업에 대한 발 빠른 궤도 수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질주 vs 스마트폰 침체

김동연 경제부총리(오른쪽)이 지난 8월6일 오전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을 만났다. (사진 제공=뉴스1)

삼성전자가 지난 5일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17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 역대 최고 기록이던 지난 1분기 15조 6천400억원보다 2조원 많은 수치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4조원 시대를 연 것이 지난해 2분기(14조7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5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3조4천억원 가량이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6.9%에 달한다. 제조업체가 20% 중반을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는 것은 미국 애플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어렵다.하지만 수익 구조가 반도체 사업에 크게 의존해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시장은 이번 분기에 반도체(DS) 부문이 1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의 7할을 넘게 책임진 셈이다. 쏠림 현상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메모리 가격에 대한 고점 논란까지 일고 있어 불안감이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3분기 메모리 가격은 D램과 낸드 모두 분기 초에 약세를 보였다"며 "하반기에 메모리 공급은 증가하는 반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메모리 수요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가격 하락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D램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4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전환될 것이란 게 시장의 예측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의 이익 감소 추세도 심상치 않다. IM 사업부문은 3분기 2조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년 동기엔 3조2천900억원, 직전 분기엔 2조6천7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여는 데 공을 컸던 지난 2013년 3분기 6조7천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문의 수익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중저가 라인에 신기술을 적용하고, 폴더블폰 등 혁신 제품출시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시장 전망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 라인업 공세가 만만치 않고 시장 또한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폴더블폰 역시 기존 스마트폰의 대체제라기보다는 현재 크고 갖고 다니기 불편한 태블릿(갤럭시탭 7인치~8인치용)의 보완제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매스(MASS)-프로덕트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 LG전자, VC-MC 사업부문 궤도 수정 시급

LG전자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역대 3분기 최고 매출(15조4천248억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5천161억원)보다 44.4% 증가한 7천45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부진에 빠진 VC(자동차부품)사업과 MC(스마트폰) 사업부문이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차세대 성장 사업인 VC 사업부문의 흑자 전환이 묘연하다. VC 사업부문은 완성차 브랜드에 차량 AVN 시스템 등을 납품하고 있는데, 원가율 상승, 비용 부담 증가 등으로 수익 구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전자 VC사업 부문은 지난해 1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지난 2분기 3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 3분기에도 300억원 후반대 혹은 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추정이다. 오스트리아의 자동차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제조사인 'ZKW' 인수에 따른 시너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VC사업부의 흑자전환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구광모 (주)LG 대표가 최근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사진=LG)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MC사업본부의 실적 부진도 장기화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MC 사업본부의 연간 적자 규모는 무려 1조2천591억원. 작년부터 조직의 체질개선과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 구조 개선에 힘쓰면서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지만 올해 1분기 1천361억원, 2분기 1천854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분기당 1천억원 중반대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번 3분기에도 1천500억원 가량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G3 이후 14분기 연속 부진의 늪에 따른 영향으로 조직 내 힘이 빠지고 있다. 또한 인력 전환 배치와 부품 공용화에 따른 제품 라인업(G7, V30, V35) 및 출시 일정이 엇박자를 내면서 글로벌 판매 실적도 신통치 않다. 매출 규모도 올초 2조1585억원에서 2분기 2조723억원으로 점점 감소하는 등 2조원 밑으로 하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정환 MC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4일 LG V40 씽큐 미디어데이에서 2020년께나 휴대폰 사업이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LG전자 MC 사업본부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가전이나 여타 IT 제품과는 달리 사용자층이 다양하고 시장의 특질이 복잡하다. 모바일 산업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며 "눈 앞만 보고 이리 저리 판을 흔들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상품 기획과 개발, 브랜드의 세밀한 관리 전략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VC와 MC 사업부문의 경우 흑자전환 시점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VC 사업의 경우 장기 계약물량이 다수 남아있지만 최근 제품 원가상승에 따라 수익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 삼성 이재용 부회장·LG 구광모 회장 미래 경영 주목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반도체·인공지능(AI)·5G·바이오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3년간 180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LG그룹은 올해 화학·배터리, OLED 등 신사업 분야에 19조원을 투자하고 연구·개발(R&D) 등 혁신성장 분야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초(超·뛰어 넘다) 격차' 전략을 중심으로 글로벌 AI 연구센터 설립, 5G 네트워크 장비, 전장 사업 확대 등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에 나선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행보도 분주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평택 반도체 사업장 현장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삼성이 메모리 글로벌 1위를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은 임직원들이 현장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당부했다. 이후 3차 남북정상회담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부터 거의 매월 해외 출장길을 오르며 주요 인사들과 만나 새로운 사업과 협력을 논의하는 등 미래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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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역시 'LG만의 성공' 방식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의 대명사로 떠 오른 'LG 시그니처'을 모델로 제2의 시그니처 성공에 집중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 7월 ㈜LG 대표에 오른 구광모 LG 회장이 첫 대외 경영 행보로 그룹의 미래 자존심이자 융복합R&D 메카인 LG사이언스파크를 전격 방문했다는 점이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레이저 헤드램프' 등 전장부품과 LG디스플레이의 ‘투명 플렉시블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공통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AR·VR 분야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육성키로 하는 등 R&D 경쟁력 강화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글로벌 IT산업이 모두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삼성과 LG 역시 혁신과 변화의 기회를 맞고 있다"며 "올해 나란히 경영일선에 나선 두 기업의 총수들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 난국을 헤쳐나갈지 관심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