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반도체이후 한국 경제 이끌 산업"

'블록체인 서울 2018' 결산 좌담회

컴퓨팅입력 :2018/10/01 16:28    수정: 2018/10/01 21:48

특별취재팀 기자

블록체인이 한국 경제에 찾아 온 '천재일우'의 기회라는데, 정작 한국 블록체인 기업들은 공포 분위기 속에 떨고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이들 거레소에 코인을 상장한 블록체인 기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막연한 공포만은 아니다.

규제 이슈는 한국 블록체인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하지만, 쉽게 해답을 내기도 어렵다. 블록체인은 산업뿐 아니라 경제 시스템과 기업 경영 방식에도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오는 기술이다. 누구도 적절한 규제가 무엇인지 지금은 알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의 블록체인 정책 방향은 어디로 가야할까.

지난 28일 서울 강남 모파스 본사에서 열린 '블록체인 서울 2018' 결산 좌담회에 참석한 국내 블록체인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한 목소리로 규제가 아닌 육성 프레임으로 블록체인 산업을 바라봐 줄 것을 당부했다.

또, 암호화폐 발행(ICO) 허용 같은 단편적인 법 규제 수립에서 접근할 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세계적인 IT기업이 한국에 나오려면 어떤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할지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블록체인 서울 2018 결산 좌담회가 지난 28일 서울 강남 모파스 사무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태순 모파스 대표, 아이콘 전종환 기술이사, 박승호 플레타 대표, 안병익 팬텀 대표, 핸리 킴 리빈 대표, 임선묵 데이터젠 대표, 전창섭 퀴즈톡 대표, 박승정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박승정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박승호 플레타 대표, 안병익 팬텀 대표, 핸리 킴 리빈 대표, 아이콘 전종환 기술이사, 임선묵 데이터젠 대표, 전창섭 퀴즈톡 대표, 김태순 모파스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정부,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

안병익 팬텀 대표

블록체인 기업 CEO들은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전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에서 일부분을 차지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산업만 보고, 나머지 훨씬 큰 영역에 대해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정부 관계자들이 실제 블록체인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안병익 팬텀 대표는 "정부기관 공무원들은 물론 은행 증권 투자기관까지 암호화폐라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법제도 공백 상태다"고 말했다.

핸리 킴 리빈 대표는 "정부가 산업을 이해하려면 공무원들도 암호화폐도 사보고 ICO에 참여해 봐야 하는데 지금은 못하게 되어 있다"며 "정부 공무원들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ICO를 전면 금지한 후 업계 내 공포 분위기가 만연한 상황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창섭 퀴즈톡 대표

박승호 플레타 대표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하기 때문에 규제가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는 아니다"면서도 "한국에서 인재를 뽑으려고 하면 이 산업에 들어왔다 자신의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전창섭 퀴즈톡 대표는 "지금까지 다른 산업에서 정부 규제는 비즈니스모델(BM) 수준에서 이뤄졌지만 블록체인은 산업군 자체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너무 많은 기업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으로 '블록체인 특구지정' 필요성이 제안됐다. 핸리 킴 리빈 대표는 "반도체 다음 국가 경제를 이끌 산업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기업공개(IPO)로 세계 기업이 나올 수 없는 자본 투자 구조를 가졌다"며 "아이템만 좋으면 전세계에서 몇천억원을 주는 ICO라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과 형법을 어기지 않으면 한국에서 고용하고 소비할 텐데 이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 특구를 지정해서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으면 다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업계도 성과를 내면서 호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태순 모파스 대표

김태순 모파스 대표는 "현재 정부에서도 블록체인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장벽이 굉장하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변화가 많이 생겼다"고 최근 정부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콘 전종환 기술이사는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그 안에서 할일을 찾아야 한다. 실질적인 성과면에서 아직 부족한 면이 있는 만큼 기술적 산업적으로 진보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서 점차 긍정적인 정책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 위해서는 정부, 업계 관계자, 전통VC 모두 함께 해야”

박승호 플레타 대표

이날 좌담회에서는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업계 대표들은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정부, 전통VC의 협조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박승호 플레타 대표는 “한국은 네트워크가 약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다른 나라는 전통VC도 슬슬 블록체인으로 넘어오는데 국내도 그런 환경이 마련되는 등 전체 생태계가 커졌으면 좋겠다”며 아직 열악한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를 언급했다.

핸리 킴 리빈 대표

헨리 킴 피노텍 대표는 “블록체인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가 생기는 것으로, 기존 산업을 보는 틀로 이 산업을 이해하고 규정하고 육성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금 해야 할 것은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블록체인, 암호화폐, ICO관련 분야에 아낌없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앞으로 블록체인 생태계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신 국가가 전략 아젠다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안병익 팬텀 대표는 현재 블록체인은 프라이빗과 퍼블릭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암호화폐를 필수요소로 하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외면하고, 프라이빗 블록체인 위주로 생태계를 조성하려 한다”며 “반면, 민간 차원에서는 퍼블릭 블록체인 쪽으로 시도를 많이 한다”라고 정부와 민간의 엇갈리는 방향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이콘 전종환 기술이사

이어 안 대표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가장 큰 가치는 신뢰”라며 “블록체인 업계의 분들도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화려한 백서는 많았지만, 그 백서를 구현하려는 노력이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블록체인 업계 분들도 백서 내용을 검증 가능하게 하고, 실제 쓰일 수 있게 하는 등 ICO 투자를 한 사람들이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선묵 데이터젠 대표

아이콘 전종환 기술이사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생산자 역할은 댑(dApp)”이라며 “아직은 댑이 많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지만, 진입장벽을 낮춰 여러 생산자들이 손쉽게 진입하게 되면 블록체인 생태계를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선묵 데이터젠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임 대표는 “시장에서 자동적으로 이용자와 가치가 형성돼야 확장이 가능하다”며 “서비스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창섭 퀴즈톡 대표는 각자의 블록체인 경험을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블록체인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산업군으로 가는 것”이라며 “각자가 하는 블록체인 사업 경험을 토대로, 그 내용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게 우리가 해야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순 모파스 대표도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블록체인을 활용해 좋아질지 많이 알려야 한다고 적극 동의했다. 또 “백서를 낸 이후 활동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각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그걸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며 백서에 담긴 약속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 위한 B8 MOU 체결 의미 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블록체인 서울 2018' 행사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가 한 자리에 모여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병익 팬텀 대표는 “이번 블록체인 서울 2018은 블록체인이 활발한 국가를 모아 생태계 발전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 MOU를 체결하는 등 교류를 활성화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평했다. 또 국내 기업 위주의 블록체인 행사로 마련돼 한국의 ICO 프로젝트와 기업들을 많이 알렸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선 세계 블록체인 주요 8개국 정부 및 산업계 인사들이 ‘블록체인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또, 3세대 플랫폼 블록체인 7개 업체를 포함해 약 60개 국내외 기업이 컨퍼런스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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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있었다. 박승호 플레타 대표는 “블록체인 기업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으로 인해 파생되는 업계도 같이 행사에 참여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북한과 블록체인 행사를 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헨리 킴 피노텍 대표는 “북한이 평양에서 블록체인 행사를 하는데 한국은 못 들어오게 됐다”며 “북한이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많은 만큼, 내년 행사는 북한과 공동으로 행사를 추진해보면 좋겠다”는 소망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