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개발 중인 자체 블록체인 '클레이튼(Klaytn)이 베일을 벗었다.
클레이튼은 이더리움이나 이오스(EOS) 같이, 분산애플리케이션(dApp·댑)을 위한 플랫폼 블록체인이다. 가장 큰 특징은 1초 안에 블록 생성부터 확정(블록에 쓰인 기록이 번복되지 않는 상태)까지 끝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이 이더리움은 수분, 비트코인은 한시간 가까이 걸린다.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인 '확장성과 속도 문제' 때문이다.
클레이튼은 합의가 필요한 작업은 수십개 수준의 컨소시엄(허가형) 노드에서 처리하고, 합의가 필요 없는 작업은 퍼블릭(공개형) 노드에서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해 성능 문제를 풀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 2018' 행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클레이튼의 아키텍처(구조)를 공개했다.
이날 한 대표는 "대규모 사용자를 확보한 블록체인 서비스의 등장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라며 "블록체인 가치 중 탈중앙화는 점진적으로 달성하고 유용성을 먼저 증명하는 데 집중하는 게 우리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 카카오는 왜 블록체인 개발에 뛰어들었나?..."사업 확장 무기될 것"
그라운드X는 카카오가 글로벌 블록체인 사업을 펼치기 위해 만든 자회사다. 한 대표에 따르면 카카오는 "블록체인이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 확대와 글로벌 무대로 시장 확대에 필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카카오 같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업들은 사업확장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블록체인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때 굉장히 좋은 무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바일 이후 넥스트빅씽이 블록체인에서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IT 산업 변화를 보면 컴퓨터-인터넷-스마트폰이 등장할 때마다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변화가 큰 변화가 생겼고 그 시대를 주도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했다.
한 대표는 "다음번 변화는 블록체인이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하고 거기서 토큰(암호화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산업의 현실은 '사용자 미미'....그라운드X의 "탈중앙 가치보다 유용성 입증 먼저"
하지만, 현재 블록체인 산업의 현실은, 꿈꾸는 미래와 거리가 있다. 일일 댑 사용자 수는 1만5천명 수준이고, 발생한 트랜잭션도 7만 건에 불과하다. 전체 인터넷 사용자 수와 비교하면 거의 사용자가 없다고 볼만큼 미미하다.
그라운드X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탈중앙화는 점진적으로 달성하고 사용성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한 대표는 "사용자 입장에서 이 서비스가 탈중앙화돼 있다 해도 혜택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탈중앙화는 툴이지 목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 같이 큰 기업이 기존 서비스를 다 탈중앙화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안 일어날 것"이라며 "서비스 중 일부 요소만 블록체인위에 올리는 하이브리드 앱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일부 요소를 블록체인에 올릴 때도 "탈중앙화가 목표가 아니라 투명성 등 다른 가치를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에서 쓸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1초안에 모든 처리 끝나도록"
그라운드X는 기업이 실제 블록체인 위에 서비스를 만들 때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해야 블록체인 대중화를 이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클레이튼에도 이런 관점에서 설계됐다.
먼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로 지적되는 '성능문제'를 풀기 위해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기본적으로 합의 과정에 참여하는 컨센서스 노드와, 이 컨센서스 노드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레인저 노드'로 구성된다.
컨센서스 노드는 컨소시엄(신뢰가 담보된 일부 노드로 구성된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해 속도를 높였다. 합의에 참여하는 노드 수가 적을 수록 블록처리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컨센서스노드는 비잔틴장애허용(BFT)에 기반한 합의 알고리즘을 쓴다. 3분의 1이상이 담합하지 않으면 네트워크가 깨지지 않기 때문에 빠르게 블록을 확정할 수 있다.
레인저 노드는 컨센서스된 블록을 다 다운받 받고 블록이 제대로 생성됐는지 감사를 실행한다. 퍼블릭(참여가 개방된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했다.
레인저 노드는 또 '읽기 요청(리드 리퀘스트)'를 처리하는 역할도 한다. A에서 B로 트랜잭션을 보내는 것 같은 '쓰기 요청(라이트 리퀘스트)'은 합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컨센서스 노드가 처리해야 한다. 반면, 어떤 블록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잔고가 얼마인지 등을 보여 달라는 요청은 합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레인저 노드에서 다루게 된다.
한 대표는 "읽기 요청을 레인저 노드에서 처리하면 컨센서스 노드 작업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런 처리방법 역시 전체 네트워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컨센서스 노드에는 카카오나 카카오급으로 대형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참여하게 된다. 수십개 수준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레인저 노드는 수만개 수준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컨센서스 노드는 블록 생성에 대한 보상(리워드)를 받고, 레인저 노드도 작업 보상을 받는다. 보상을 받는 레인저 노드가 잘 작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컨센서스 노드에서 랜덤한 질문을 던져 확인하는 메카니즘도 집어 넣었다.
클레이튼은 초당 트랜잭션 처리 속도(TPS)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 체인'이라는 개념도 도입했다. 한 대표는 "컨센서스를 개선하고 한 노드에 대한 시스템 튜닝을 잘 해도 성능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 이상의 확장은 샤딩(데이터 분산 처리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비스 체인은 서로 영향을 주는 댑만 모아 놓은 것"이라며 "블록 순서를 결정(오더링)하는 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데 서로 다른 서비스체인에 있는 요소들은 오더링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이런 방식들을 복합적으로 적용해 1초 안에 블록 생성부터 확정까지 마무리 되는 "1초 파이널리티 성과를 올렸다"고 강조했다.
■클레이튼과 클레이 토큰 내년 1분기 안에 출시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 메인넷을 내년 1분기 안에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자체 암호화폐인 '클레이'도 메인넷과 함께 공개된다. 테스트넷은 연말에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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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토큰은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공개하진 않을 생각이다. 한 대표는 "원래 ICO의 취지는 이 서비스를 처음 쓸 열정적 유저들에게 가는 게 맞는데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간다. 일반 사용자들은 토큰을 받아도 거래소에서 법정화폐로 바꾸는 것 말고 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ICO 말고 토큰을 배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대표는 "그라운드X는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규모 사용자가 유입되는 방향으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