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코어 프로세서 수급난은 일반 소비자, 특히 게임을 위해 조립PC를 찾는 게이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8세대 코어 프로세서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구매를 미루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완제품 PC 업체도 프로세서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생산 일정 조절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HP,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등 세계 순위 5위에 꼽히는 제조사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에이서조차도 물량 부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상황이다. 특히 생산 물량이 현저히 적은 LG전자,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와 중소 업체 역시 물량 부족 사태의 당사자가 될 확률이 커졌다.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PC 시장의 성장세가 멈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8세대 코어 프로세서 가격 일제히 상승
지난 21일 기준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소매 가격은 제품에 따라 적게는 8만원, 많게는 10만원 이상 뛰어 올랐다.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코어 i5-8500 프로세서 가격만 해도 7월 초 20만원 전후에서 9월 초순 24만원 전후로 올랐고 현재는 10만원 이상 상승한 3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출시 이후 1년을 넘긴 코어 프로세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특히 오는 10월 9세대 코어 프로세서 출시가 예정된 상황이며 예년대로라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한 대형 조립PC업체 관계자는 "9월이 비수기에 속하기는 하지만 9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기다리는 대기수요는 물론 수급난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이 완전히 완전히 얼어붙었다. 예년에 비해 문의마저 뚝 끊겼다"고 털어놓았다.
■ 국내 PC 업체도 프로세서 수급 문제로 '비상'
인텔 프로세서 수급 문제는 이제 국내 PC 업체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지난 8월 초만 해도 HP,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등 세계 순위 5위 안 제조사에는 영향이 없다는 추측이 우세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는 이들 중 하나인 에이서조차 공급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간 500만 대가 채 안되는 국내 완제품 PC 시장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특히 내년 조달 계획에 따라 프로세서 수급에 나서야 하는 중견 PC 제조업체에는 이미 비상이 걸렸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프로세서 수급이 불가능하다면 조달 계약을 체결해도 생산이 불가능해 수주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일부 업체는 "공공 기관 등 조달 시장에서 AMD 라이젠 프로세서를 도입해야 한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지만 걸림돌도 만만찮다. 조달 요구 사항에 인텔 프로세서가 명시되어 있는데다 과거 AMD 프로세서의 발열 등 문제를 겪은 조달 담당자들이 선뜻 AMD PC를 고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 "펜티엄 등 비주력 제품 공급 순위 밀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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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이미 주력인 14nm 공정의 생산 최우선순위를 제온·코어 프로세서로 돌린 상황이다. 일부 메인보드 칩셋 제조 공정을 14nm에서 22nm로 돌렸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인텔 주력 제품이 아닌 펜티엄 골드·실버 프로세서를 주로 쓰는 저가형·보급형 PC 제조사는 특히 프로세서 수급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