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거래규모 세계 1위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현재 10위 안팎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해외 진출 카드를 꺼내들었다. 싱가포르 거래소 설립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비트 측은 세계 상위 암호화폐 거래소 순위가 수시로 뒤집히고 있는 만큼, 지금이 다시 주도권을 잡을 기회라고 보고 있다. 한국 시장 경험을 살려 해당 국가 법정화폐로 거래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모바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및 사용자경험(UX) 면에서 강점도 내세우고 있다.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대표는 지난 13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업비트개발자컨퍼런스(UDC) 2018'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10월 초 싱가포르에 현지 거래소를 오픈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업비트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하고, 김국현 전 카카오 인도네시아 대표를 법인 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중순부터 업비트에 합류해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 이유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암호화폐 거래소가 많이 생기고 있고 한달 주기로 거래소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한다"며 "한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되찾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업비트는 해외 진출을 통해 이용자 및 거래량 확대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 10월 서비스 오픈 직후부터 거래가 활발했던 1월 중순까지 거래량 기준 세계 1~2위 자리를 지켜왔다.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해 연말부터 올 1월 초에는 일일 거래량이 10조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후 중국계 거래소에 밀려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업비트 일일 거래량은 코인마켓캡 기준 1억8천만 달러(약 2천억원) 규모다. 세계 10위에 해당한다.
이 대표도 지난 7일 UDC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초에 거래량이 많았다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하향 곡선을 어떻게 만회시킬 수 있을까 고민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비트, 법정화폐 거래소 강점 살려 해외시장 공략
업비트는 법정화폐 거래소 운영 경험을 해외 진출 경쟁력으로 삼았다. 이번에 오픈하는 싱가포르 거래소도 코인 간 거래(C2C) 마켓뿐만 아니라 현지 통화인 싱가포르 달러 마켓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현지 은행과 시스템 연동도 마친 상태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법정화폐 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에 법정화폐 거래를 지원하면 그만큼 사용자 기반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른지역에 거래소를 오픈할 때도 현지 정부·은행과 협력해 법정화폐 거래소를 구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대형 거래소 운영 경험과 모바일 친화적인 UI·UX도 해외 시장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한창 거래가 활발할 때 하루 12조 거래가 이뤄졌다. 코스닥 거래량의 두배에 해당한다. 이런 규모의 거래를 서비스 중단이나 에러 없이 운영했다는 건 그만큼 기술적인 강점이 있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또 "카카오스탁 서비스를 4년간 운영하면서 모바일에서 사용자들이 요구사항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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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해외 송금이 막혀 있는 탓에 해외 거래소 설립이 어려웠다고도 호소했다. 자본금을 해외에 송금해서 법인을 설립하면 쉬운데, 현재 은행에서 업비트를 포함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해외 송금을 막고 있어 "합법적인 선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는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에 어려움은 여전히 있지만 그럼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방법을 찾고 서비스를 오픈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