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블록체인 및 코인공개상장(ICO)을 해외서 진행하거나 이를 예정하고 있는 국내 20여개 업체에 'ICO 실태 점검 관련 질문서'를 송부, 오는 21일까지 회신을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블록체인 관련업체들의 자발적인 보고서 제출이 아닌, 금감원이 공식적으로 질문서를 보낸 것은 처음이라 관련업계는 당혹스러움과 동시에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정부가 국내 ICO 전면 금지 방침을 고수 중이기 때문에 혹여 이번 보고서가 빌미가 돼 정부의 눈밖에 날 수 있다는 우려와, 금융감독당국의 질문서를 토대로 '불량식품' 취급받았던 블록체인 등이 제도권 내에 편입될 수 있다는 희망이 교차되는 상황이다.
■ 첫 질문서 송부, 제도화 닻 올리나
17일 관련업계는 금감원이 보낸 A4용지 15페이지 분량에 8개 항목 중 '국내 투자자 대상 홍보 관련'과 'ICO 진행' 질문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두 가지가 국내법서 금지한 유사수신행위와 연관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코인(토큰)의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항목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ICO 금지의 이유로 유사수신행위와 다를 바 없다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조해왔다.
국내 투자자 대상 홍보 관련의 질문에는 코인(토큰) 또는 포인트를 추가 지급하는지, 추가 지급 시 투자자가 자금 요구권을 갖는지, 혹은 투자자별로 차등 지급을 하는지 등이 포함됐다. 만약 투자자별로 차등으로 코인(토큰)을 지급하거나, 포인트를 별도로 준다면 폰지식 사기나 다단계 마케팅을 통한 사기 행위로 짐작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발행 A업체 대표는 "유사수신과 사기 등 형사적인 측면에서 금감원 질문서가 참고사항이 될 수도 있다"며 "만약 이 부분에 대해 걸리는 업체들은 당혹스러울 것으로 본다. 업계 자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예 답변을 하지 않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술 보유사와 코인(토큰) 발행사와의 향후 코인 배분 계약 내용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부연이다. 배분 부분은 보호 예수(Lock-up)와 관련돼 투자자 보호와 맥이 닿는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금감원은 ▲기술 보유 회사 개황 ▲ICO 발행회사 개황 ▲양사간 계약관계 ▲프로젝트 내용 ▲ICO 진행 관련 ▲국내 투자자 대상 홍보 관련 ▲코인(토큰)투자자에게 부여되는 혜택 또는 권리 ▲그외 사항으로 질문을 분류했다. 각 항목마다 여러 개의 상세 질문에 대한 회신을 요청한 상태다.
■ 금감원 "기초 자료일뿐"
업계들은 이번 질문서를 작성하고 회신을 요청한 부서가 금감원 공시심사실이라는 점에서 무수한 추측을 제기했다. 질문서에는 금감원 IT·핀테크전략감독국 내 블록체인연구반이 있음에도 불구, 기업공시3팀이 관련 부처로 적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업체들은 국내업체가 시행한 ICO 대부분이 증권형 코인(토큰)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ICO가 자본시장법의 지배를 받는게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싱가포르나 에스토니아 등은 ICO 시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되면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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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자본시장법 상 규제 대상이 되거나 제도권 안에 암호화폐를 편입하기 위한 목적의 질문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공시심사실장은 "블록체인연구반과도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업체의 재무와 주주현황은 공시심사실에 소속된 업무이기 때문에 기업공시실 이름으로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증권형 토큰의 자본시장법의 규제, 제도화는 확대 해석일 뿐"이라며 "ICO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차원에서 질문서를 보냈다. 국내 언론에 주로 거론되는 대형 업체를 대상으로 질문서를 송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