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분야 중 필요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적고, 남북 간 상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 경제협력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 ICT 협력 추진' 정책 세미나에서 '남북 윈윈전략과 글로벌시장 진출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문광승 전 하나비즈닷컴 대표는 북한 인력이 우수하고, 단기간 투자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 경제협력을 제안했다. 하나비즈닷컴은 지난 2001년 북한의 평양정보센터와 함께 중국 단둥에 ‘하나프로그램센터’를 설치하고 2010년 5·24 조처 전까지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판매한 회사다.
이어 곽인옥 숙명여대 교수는 '남북 ICT 협력 거버넌스 체계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곽 교수 역시 소프트웨어 관련 남북 경제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동 사무실, 정부 부처 간 협력 채널 구성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제 자본 입주하고 북한이 인력·토지 담보하는 경협 방식 필요"
문광승 전 대표는 ICT 분야의 경우 남북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하드웨어 분야의 경우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건설이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 등 분야는 단기간에 소규모 투자를 통해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확인하는 데 적격인 분야"라며 "북한 최고 인재들이 컴퓨터 관련 학과와 기업에 집중돼 있는 등 경제 발전의 주요한 축으로 위치해 있는 것도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대 진행된 남북 경제협력의 경우 통일부 주도 하에 개별 회사에 대해 협력사업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 군사적 용도로 쓰일 수 있는 기술, 부품 수출을 금지한 미국 수출관리규정(EAR) 등 국제적 제약으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문광승 전 대표는 과거 남북 경협 사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경협 방식으로 일몰 시기를 정해 일정 기간 업종별, 특성별 협력 그룹을 구성해 협력 방안을 마련해 사업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 협력 기업의 성패가 남북 간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다른 차원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협력 참가 기업에 대한 일정한 심사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적법한 절차와 승인을 거쳐 이뤄진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중단할 경우 보장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첨언했다.
문 전 대표는 "국제적 자본과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거점 개발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남측이나 북측 지역에 개성 공단과 같은 ICT 협력 단지를 개발하고, 입주에 필요한 인프라는 남측을 포함한 국제 자본이 담보하고, 북측은 토지와 인력을 담보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CT 개발협력 국제자유지대를 창설해 남측, 북측 기업은 물론 중국, 일본, 유럽 등 모든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접근성, 발전 가능성, 관리 편의성, 개발 편의성, 면적 등을 고려한 최적지라고 하면 파주, 개성, 남포 등을 고려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비단섬을 추천한다"라고 덧붙였다.
■"소프트웨어 남북 경협, 기술 격차 줄이고 국제 경쟁력 향상"
곽인옥 숙명여대 교수도 남북 소프트웨어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곽인옥 교수는 "ICT는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분야"라며 "미래 통일을 대비해 남북한 간 산업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교류 협력에 대해 곽 교수는 "2010년 이후 북측은 법규 개정과 신규 지방경제개발구 지정을 통해 경제 재건에 주력하고 있어 이를 활용한 경협 활성화 추진이 필요하다"며 "남측은 젊은 IT 인력의 소프트웨어 산업 진출 기피현상으로 OECD 19개 국가중 14위에 그치는 등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북한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활용해 국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곽인옥 숙명여대 교수는 "북한에 새로이 지정된 경제특구 중 향후 남북 간 소프트웨어 관련 경협 활성화를 추진 가능한 지역은 평양 은정구역, 강원도 원산, 개성공단일 것"이라며 "평양 은정구역과 강원도 원산의 경우 IT를 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개성 지역은 남측 기업에 의한 통신 인프라도 보급돼 있는 등 ICT 관련 협력 사업 확대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ICT 협력 거버넌스를 체계화하는 방안으로 곽인옥 교수는 협의체와 협력 채널을 구성하고, 협력센터를 설립 하의 사업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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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평양에 협력 센터를 설립해 공동 사무실을 두고 인력이 상주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라며 "정부 기관도 남한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북한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및 체신성 간 협력채널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ICT 분야 중 방송통신 기반 협력의 경우 보안 상의 문제가 있어 우선적으로 협력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 대신 의료기기, 전자제품, 애니메이션 등의 합작 추진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