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과 우산의 공통점

기술 접목, 대출 사각지대 해소해야

기자수첩입력 :2018/08/30 10:34    수정: 2018/08/30 11:11

은행과 우산은 공통점이 여럿 있다.

하나는 비가 올 때 비를 막아준다는 점이다. 은행 역시 자금이 급하게 필요할 때를 '비올 때'로 비유하며, 은행의 대출을 '우산'으로 비유한다.

과거 일본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서 이런 비유가 시작됐다. 한자와 나오키의 아버지는 나사를 만드는 중소기업의 사장이다. 어음처리가 시급해 돈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혹은 부도 가능성을 이유로 은행과 상호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거절당한다. 결국 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은행은 필요할 때 우산을 뺏지말라'고 구두 경고했던는 이유도 비슷하다.

은행이 우산을 빼앗으면 결국 서민은 벼랑 끝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하나는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도통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비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가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가 쓰고 다니는 우산은 어쩜 이리도 모양과 형태가 바뀌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 세차게 비가 내리기라도 하면 온몸에 빗물을 맞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은행의 대출 행태 역시 변하질 않는다. 신용등급과 주택과 땅을 담보로 한 부동산담보대출이 대부분 은행의 대출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 시동을 걸기 시작한 공장 기계, 재고자산을 담보로 한 동산 담보대출 역시 시행된지 6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은행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반문하고 싶다. 리스크 관리가 '쉬운' 대출만 선택한 것이 아닌지 말이다.

결국 은행의 사각지대가 발생해 서민들은 비바람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장, 뚜렷한 직장이 없는 프리랜서·일용직 노동자가 은행 대출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 생각조차 감히 할 수도 없다. 우산처럼 비를 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은행은 쉬운 대출,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특정 담보대출만 취급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 대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땅 짚고 헤엄을 친다'는 비판과 비난 여론이 불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사물인터넷과 같은 신기술로 대출 시장을 넓히는 곳도 있다. 국내 18개 은행 중 IBK기업은행 한 곳뿐이다. 다른 대형은행은 시스템 구축을 빌미로 아직은 밍기적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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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디지털 전환이라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지만, 돈이 시급한 서민들을 위한 일은 아닌 것으로 안다. 대부분 데이터를 집적해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대형은행은 지금이라도 얼마짜리 스마트폰 요금제를 쓰는지, 요금은 밀리지 않고 있는지 등으로 개인을 평가하는 케이뱅크나 1년의 금융 이력 흐름을 추적해 대환 대출을 해주는 렌딧 등을 공부해보길 바란다. 대출 리스크 관리는 담보 가치 평가와 회수 가능성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