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페이, 베트남 간편결제 시장 선두될 수 있을까?

베트남 하노이 가보니(下)…선불카드로 간편이체 확산

금융입력 :2018/08/22 11:33    수정: 2018/08/22 14:17

[하노이(베트남)=손예술 기자] 베트남 정부가 '현금없는 사회'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국내서도 베트남 간편결제 사업에 속속 진출하는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 강자인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정책에 발맞춰 '삼성페이'로 초기 베트남 간편결제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과연 삼성페이는 베트남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까.

베트남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친다. 최근 컨설팅 업체 '솔리디언스'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스마트폰 보급률은 베트남 도시지역이 72%, 농촌지역은 53%다. 하노이나 호치민 등 대도시에서는 10명 중 7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데다 베트남 정부 역시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년 초 베트남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현금 거래 비율을 10%대로 낮추고, 은행 계좌를 보유한 인구 비중을 70%대로 높이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에 이미 수많은 베트남 스타트업과 은행들은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의 가장 성공한 핀테크 업체로 꼽히는 엠서비스의 '모모페이'는 물론이고, 은행 간 연합으로 만들어진 간편결제 'VN페이', '페이유' 등이 있다. 전자지갑을 통한 'OO페이'를 제공하는 베트남 업체만 20여곳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중순 삼성페이가 40여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50만건 총 1천500만달러의 규모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내만큼 단숨에 사용자를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드 단말기나 가게 포스(POS)로 마그네틱전송방식(MST)을 이용해 결제하는 방식이 삼성페이 확장에 걸림돌이라는 진단이다.

일단 베트남의 대부분 상점에는 카드 단말기가 구비돼 있지 않거나, 포스가 설치돼 있지 않다. 여기에 은행 계좌를 보유하거나 카드를 갖고 있는 베트남 인구 비중도 낮은 상태다. 베트남의 만 15세 이상 은행 계좌 보유 인구 비중은 약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가게 종업원들이 삼성페이를 생소해한다는 점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서 선전 중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광고. 갤럭시노트9을 활용한 삼성페이를 홍보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삼성페이는 이에 전략을 새롭게 수립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본인인증을 마치면 발급되는 전자지갑형 선불카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따로 은행에 방문하지 않아도 카드를 발급받고, 연락처를 통해 이체를 할 수 있으며 자동충전과 결제도 가능하다. 물건을 사고 파는데 필요한 모든 기능을 한데 묶어 제공하기 때문에 사실상 갤럭시 노트9 판매고가 높아질 수록, 삼성페이 이용률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삼성페이와 함께 선불카드 시장에 동반 진출한 신한은행도 선불카드를 기반으로 한 간편이체 확산을 예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디지털채널본부 관계자는 "은행 계좌가 없는 고객이 많다는 특징이 있는 나라"라고 진단하면서 "연락처를 기반으로 손쉽게 돈을 보내는 간편이체 시장에 일단 주력하고 있다. 만약 간편결제를 서비스한다면 포스와 카드 인프라가 열악한 곳이기 때문에 QR코드를 방식이 유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핀테크 업체를 운영 중인 핑거비나의 이정훈 대표는 "그랩페이와 삼성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랩페이는 운송서비스로 우버와 비슷하다. 사용자가 원하는 승차지점과 목적지를 검색한 후 그랩 택시와 그랩 바이크를 호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전에 등록한 카드나 그랩포인트로 결제하는 그랩페이가 이용되고 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인 만큼 그랩페이의 선전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또 한류 분위기가 확산되고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높다는 점에서 삼성페이가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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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베트남 페이게이트(PG)사들의 간편결제 시장 유입, 베트남 핀테크사들의 경쟁으로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PG사들은 가맹점 확보에 다소 우위에 있어, 다른 간편결제 사업자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절감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는 초창기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다. 점차 처음 사용한 간편결제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서비스로 이탈하는 경우가 적다"며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위챗페이와 알리페이와 같은 중국발 공격도 만만치 않다. 알리페이는 베트남 은행·카드 연합회인 나파스와 업무협약을 작년 체결했으며, 알리페이는 베트남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알리페이 월렛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위챗페이 역시 베트남의 월렛 서비스업체 '비모(VIMO)'와 비슷한 서비스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