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과 카드 없이 간편결제로 2주 살아보니

편의점·가맹점서 편리...식당선 불편

금융입력 :2018/08/13 14:58    수정: 2018/08/13 17:17

'현금없는 사회'를 넘어서 '지갑없는 사회'가 도래하는 분위기다. 현금은 물론이고 체크 및 신용카드를 굳이 실물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실물 카드를 등록하고 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되는 '삼성페이'를 이용해봤다면 지갑없는 사회라는 말을 대부분 수긍할 것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아닌 애플의 아이폰이나 LG전자의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들에게 지갑없는 사회를 선사한 건 페이코나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오프라인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카드가 아니더라도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의 간편 이체로 돈을 송금하는 절차가 단축되면서 지갑은 점차 제 기능을 잃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는 아이폰으로 지난 2주(8월 1~13일) 동안 지갑 없이도 살 수 있는지를 체험해봤다.

2주 간 두고다닌 지갑.(사진=지디넷코리아)

■ 편의점, 대형 신용카드 가맹점 'OK'

앱에서 단 한 차례만 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대대적 마케팅 활동을 하면서, 기자 역시 간편결제를 사용해보게 됐다.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와 카카오페이의 '카카오페이'에 평소 즐겨쓰던 카드를 2종류씩 등록했다. 입력 절차가 번거롭진 않지만, 꼭 진행해야 하는 절차인만큼 심리적 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이 번거로움을 극복하면 '뚱뚱한' 지갑을 들고다닐 일이 없다.

집 근처에는 세 곳의 편의점이 있다. GS25, CU, 미니스톱이다. 물건을 산 후 '페이코로 결제하겠다'고 말한 뒤 내 스마트폰 내 페이코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후, 간편결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그러면 바코드가 하나 뜬다. 바코드의 유효 시간은 3분. 유효 시간 내 편의점 직원에게 바코드를 보여주면 바로 결제가 완료된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과정이 조금 더 단순하다. 카카오톡을 실행한 후 스마트폰을 좌우로 흔들면 바코드와 QR코드가 나온다. 편의점에서 이를 읽으면서 결제가 끝난다. 페이코처럼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페이코로 결제하면 영수증이 자동으로 애플리케이션에 뜨지만, 원할 경우 종이로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페이코 신용'으로 결제 내역이 적힌다.(사진=지디넷코리아)
서울 시내 CU편의점 계산대에 카카오페이 사용 시 할인을 해준다는 마케팅 문구가 붙어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동네 산책을 나왔다가 목이 마를 때, 혹은 운동 후 캔맥주를 살 때 유용했다. 산책이나 운동 시 지갑과 스마트폰을 모두 챙기지 않아도 되서다.

다만, 페이코와 카카오페이 등을 더욱 100% 쓰기 위해선 오프라인 가맹점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편의점 GS25에서 음료수를 사고 페이코로 결제하려 하자, '회원이 아니다'며 결제에 지속적으로 실패했다. 페이코와 카카오페이가 GS25와 제휴를 맺지 않은 상태라서다. 결국 이날 GS25에서 구매한 물건은 같이 간 친구가 대신 사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편의점 외에도 음식 배달에도 요긴하다. 집에서도 카드를 찾기 위해 배달원을 기다리게 할 필요가 없다. 음식 배달 앱에서는 종종 페이코와 카카오페이 결제 시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많아 유용하다.

간편결제 외에도 롯데의 '엘페이(L.Pay)' 역시 롯데마트수퍼, 세븐일레븐 등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방식은 동일하다. 롯데면세점 앱에서 20여만원어치를 등록해둔 엘페이를 통해 결제를 마무리지었다. 결제수단을 엘페이로 터치하면 엘페이 앱이 자동 구동되며 사전 등록한 카드를 통해 결제가 완료된다.

■ 쉬운 계좌 이체에 지갑 없어도 'OK'

결제 수단만 지갑없는 사회를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각종 커피숍 쿠폰들도 사라지고 있다. 수십장의 커피숍의 쿠폰을 모으지 않아도 된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대형 커피 체인점 커피빈, 이디야 역시 모바일로 쿠폰을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 앱을 출시했다. 미리 커피숍 앱에 커피를 사마실 수 있는 돈만 있다면, 앱 내 바코드를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 주문 때마다 자동으로 쿠폰을 적립해주는데다 앱 알림으로 할인 혜택을 알려준다. 지갑이 해주지 않았던 기능이다.

은행의 모바일 앱으로 쉽게 계좌 이체가 가능하다는 점도 지갑을 찾지 않게 했다. 특히 현금 결제를 더 선호한다는 강남 등 지하쇼핑몰, 노점상, 트럭 상인들에게 계좌 이체로 돈을 지불하면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공인인증서뿐만 아니라 이체 시 필요했던 보안카드가 필요없어졌기 때문이다.

십 여년 전 1천원이라도 옷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한 여대 앞 옷가게에서 귀 한쪽을 막고, 텔레뱅킹을 통해 돈을 이체했던 시절이 참 무색해졌다. 또 지하상가에서 '현금가 할인' 기회를 잡기 위해 1천원이 넘는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돈을 뽑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았다.

■ 대형 프랜차이즈점 위주…'불편'

그렇지만 매번 점심이나 저녁을 사먹기 위해서는 식단을 포기하거나 카드 한장쯤은 챙겨야 했다. 대다수의 간편결제 사업자의 가맹점은 대형 프랜차이즈점이 위주이기 때문이다. 서울 연남동의 맛집이나 연희동의 아담한 커피숍을 방문하면 아직은 이 같은 간편결제를 쓸 수 없어서다. 이 때문에 겪은 불행은 점심 메뉴를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2주 간은 거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거나 제휴된 가맹점인 '쥬시' 등에서 과일주스를 먹으며 강제 다이어트를 했다.

서울 시내 음식점이 '알리페이'를 받는다는 문구를 붙여놨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이와 반대로 서울 신사동이나 강남, 명동 등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다니는 곳에서는 작은 음식점이라 할지라도 '알리페이'와 '위챗'을 쓸 수 있도록 해놨다. 범용성이 훨씬 더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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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에 따른 모바일 결제에 따른 역차별도 새로운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쓰는 것이 어렵진 않지만, 어르신들은 아직도 현금이 가장 쉬운 결제 수단이라서다. 이 경우 쓰면 받을 수 있는 포인트,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연령별 1인당 현금 보유액을 살펴보면 이 같은 세대에 따른 지급수단 이용행태 격차는 이미 시작된 일이다. 한국은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연령대로 따지면 50대가 8만5천으로 가장 많이 들고 다니는 반면 20대는 5만원에 불과했다. 2016년에는 50대는 1인당 9만원을 들고 다녀 가장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연령층이었다. 반면 20대는 5만3천원으로 가장 적었다. 작년에도 50대는 10만1천원을 보유, 20대는 4만6천원을 들고 다닌다고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