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VR로 재밌고 효과적으로 재활치료한다”

[인터뷰]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 장현정·정용기 삼성창원병원 교수

디지털경제입력 :2018/08/14 14:54    수정: 2018/08/16 20:17

국내 가상현실(VR) 전문 헬스케어 기업 서지컬마인드가 VR 기술을 이용한 수술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넘어 재활치료 솔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창원병원과 협력해 VR이 결합된 승마기계 장비를 개발했다. 지체장애 아이들을 재활 치료하는 데 승마가 효과적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삼성창원병원은 이 장비를 활용해 국내 최초로 VR 승마기계 재활치료 효과를 측정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한다.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면 당원을 시작으로 전국 의료시설 곳곳에 해당 장비가 들어가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솔루션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개발 과정에서도 전문가 의견을 전달해온 삼성창원병원의 장현정 재활의학과 교수는 해당 장비가 실제 승마재활 치료의 불편함을 상당수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현정(맨 왼쪽부터 순서대로) 삼성창원병원 교수와 정용기 교수,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가 13일 삼성창원병원 내 VR랩에서 VR 승마기계에 쓰이는 VR 헤드셋과 햅틱을 들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13일 기자와 만난 장 교수는 “승마재활 치료는 여러 논문을 통해 효과가 확인됐다. 다른 물리치료와 다르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 참여 동기 부여도 강하다”며 “미국에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전문 승마재활 치료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재활승마장이 잘 구비돼있지만 한국은 장소가 한정돼있고 아이가 말을 한 번 탈 때마다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승마 때마다 말을 이끄는 기수, 치료사, 자원봉사자 2명이 필요한데 특히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우선 승마기계만 사용하는 방법을 고려했다. 실제 승마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아이가 중심을 잡고 근육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문들도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저 움직이기만 하는 승마기계는 몰입도가 떨어져 오래 탈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는 “아이들이 재밌게 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VR을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 요청에 따라 서지컬마인드는 재활치료 효과와 재미, 안전성을 핵심 요소로 잡고 VR 승마기계를 개발했다. 현재 콘텐츠는 마무리됐으며 하드웨어는 안전장치 추가만 앞두고 있다.

하드웨어는 머리에 쓰는 VR 헤드셋과 양손에 드는 햅틱, 올라타는 승마 의자로 구성됐다. 승마 의자는 신화전자 제품을 활용했다. 안전장치는 승마 의자 뒤쪽에 기둥을 세우고 벨트를 달아 아이가 몸을 기울이다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식을 고려하고 있다.

콘텐츠는 아이가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동물을 타고 숲속을 달리며 양손 망치로 좌우에 나타나는 아이템을 먹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가끔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피해야 하는 적이 등장하기도 한다.

서지컬마인드가 개발한 VR 승마기계 프로토타입. 승마 의자는 신화전자가 개발했다. 승마 의자 뒤쪽에 안전장치가 설치될 예정이다.(사진=지디넷코리아)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전신 근육을 사용해 몸 중심을 잡거나 좌우로 기울이고 양팔을 뻗게 된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서투른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햅틱 센서 수치를 여유 있게 잡아 일정 이상 팔을 뻗으면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들마다 언제 얼마나 VR 승마기계를 탔고 아이템 확보와 적 피하기 성공률은 어떻게 되는지 기록이 모두 남아 진료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는 “아이들이 멀미를 느끼지 않도록 콘텐츠 내용과 속도 모두 신경썼다. 배경을 숲으로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라며 “승마기계 재활치료 효과가 높으려면 매번 일정 시간 동안 꾸준히 타야하는데 이점과 아이들 집중시간을 고려해 30분간 2주를 꾸준히 타야 아이템을 모두 모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프로토타입이라 재활치료에서 요구하는 항목 10개 중 2개만 들어있다”며 “임상 시험 단계에서 장 교수와 논의하며 항목 수를 늘리고 플레이 시간, 게임 진행 방식 등을 조정하고 콘텐츠도 추가할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서지컬마인드와 장 교수는 직접 또는 자녀들과 VR 승마기계에 탑승해 효과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장 교수는 “어른이 타도 몰입감이 충분했다. 아이들은 더 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반응이 좋왔다”고 평했다.

VR 승마기계는 안전장치가 곧 추가되는 대로 삼성창원병원에 배치된다. 장 교수의 목표는 임상 시험으로 재활치료 효과를 확인한 후 보험 수가 적용을 신청하는 것이다. 보험 수가가 적용돼야 의료 현장에서 활발하게 쓰이며 아이들에게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다.

장 교수는 “국내서 승마기계 재활치료가 수가로 인정된 사례는 없다. 손에 끼우는 글러브나 햅틱으로 모니터 속 화면과 상호작용하는 재활치료 기기가 인정받은 사례가 있긴 하지만 기계를 사용하는 운동 처방으로 수가가 인정됐다”며 “VR 승마기계도 같은 방식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의료산업과 VR, 뗄 수 없다

삼성창원병원이 지난 2월에 설립한 VR랩 관계자들과 장 교수, 정 교수, 김 대표.(사진=지디넷코리아)

VR 승마기계는 현재 5~10세 아동 대상이지만 효과가 확인된 임상시험 사례가 쌓이면 성인용 제품 개발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서지컬마인드와 장 교수는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산업에서 VR을 활용할 만한 분야가 워낙 많아 또 다른 헬스케어 솔루션을 함께 고민할 계획이다.

삼성창원병원은 올 2월 국내 최초로 병원에 VR랩까지 설립하고 홍성화 원장이 먼저 서지컬마인드를 알고 병원에 소개할 정도로 VR에 관심이 많다.

장 교수 외의 정용기 이비인후과 교수도 서지컬마인드와 VR을 활용한 귀 수술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생각하고 있다. 정 교수는 “앞으로 헬스케어 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은 활발하게 쓰일 수밖에 없으며 특히 VR은 수술과 시술, 교육, 재활 등 넓은 영역에서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술, 시술 등 직접 환자에게 물리적 조치가 들어가는 분야는 지금보다 발전된 VR 기술이 필요해 실제 적용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교육과 재활은 현재도 적용될 수 있는 분야”라며 “특히 교육이 의료 VR시장의 큰 흐름이 될 것 같다. 근무시간 제한으로 전공의, 간호사 등 교육 시간도 줄어 의료서비스가 저하될 수도 있는데 VR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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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사실 ICT를 적용한 헬스케어 솔루션은 의료 현장에서 먼저 아이디어가 나온다”며 “의료진이 어떤 기능, 기기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기업은 보유 기술로 해당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서로 논의하며 솔루션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비인후과용 마이크로 수술 시뮬레이션도 정 교수와의 논의로 아이디어가 나와 솔루션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