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을 목표로 시작한 기업 중에 성공한 플랫폼 기업은 없습니다. 어떤 서비스로 고객 시간을 가져올지 생각해야 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공식은 서비스로 시작해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입니다.”
회계 컨설팅 법인 EY한영 김영석 파트너는 10일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열린 제262회 ‘스마트 사회 지도자 포럼’에서 플랫폼 기업의 성장 공식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 파트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 트렌드 및 한국 산업에의 시사점’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파트너는 플랫폼 기업을 ‘고객을 머물러 있게 하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전통적인 시장 구조에서는 고객의 지갑에서 얼마를 가져올지가 중요했다면, 이제 플랫폼 시장의 구조에서는 고객의 지갑이 아닌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가져올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고객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앱인 네이버, 카카오에는 고객이 오래 머물러 있기 때문에 택시, 음악, 게임, 은행까지 생겨났다”며 “플랫폼 산업구조에서는 더이상 그 기업이 무엇을 파냐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먼저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 기업으로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페이팔 등을 소개했다. “페이스북은 처음에 정보 공유로 시작해 상품 서비스, 로열티, 지불 결제 서비스까지 점점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다. 반대로 페이팔은 지불 결제에만 집중하다 역행해 상품 서비스, 정보 공유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결제 서비스를 잘하고 나니까 다른 서비스까지 확장이 가능해졌다.”
결국, 성공한 플랫폼 기업은 처음부터 플랫폼 기업으로 출발한 것이 아닌, 특화된 서비스를 가지고 시작하다 고객이 모여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는 플랫폼 기업을 크게 세 종류로 분류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글로벌 리딩 플랫폼 기업’ ▲거대 플랫폼 기업보다는 작지만 조금 더 고객 서비스에 집중한 에어비앤비, 우버, 넷플릭스, 테슬라와 같은 ‘파괴적 혁신 기반 플랫폼 기업’ ▲플랫폼 기업에 도전을 받아 응전하는 지멘스, 보잉, BMW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거대기업’ 등이다.
그는 거대 글로벌 리딩 플랫폼 기업보다는 그보다 규모는 작지만, 파괴적 혁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업과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을 사례로 플랫폼 기업의 특성을 설명했다.
■ 파괴적 혁신 기반 플랫폼 기업의 특성은 ‘개방성’과 ‘공유’
플랫폼 기업의 첫 번째 특성은 ‘개방성’이다. 그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처음 보여준 기업”이라고 예를 들었다.
“테슬라가 처음 자동차 운전공학에 필요한 기술들을 다 공개했을 때, 자동차도 만들어 보지 않은 기업이 기술을 다 공개하고 어떻게 자동차 회사의 기술을 따라잡겠다는 얘기냐며 애널리스트들이 모두 비난했다. 하지만 기술을 공개하니 공개한 기술의 버전 2.0, 3.0, 4.0이 나오는데, 그 속도가 포드의 기술 연구 속도보다 빨라졌다.”
그는 테슬라가 제조업인데도 불구하고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개방성을 통한 공유”라고 설명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도 ‘공유’의 특성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하루 일과 중 자가용 차를 사용하는 비율은 10%도 안 된다”며 “우버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통해 사람, 차, 시간이라는 자원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도 자신의 집에 빌려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정보를 플랫폼에 올려 공유함으로써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제조 업체도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 가능"
그는 “플랫폼 기업은 네이버나 카카오만 되는 게 아니”라며 “제조업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산업을 도입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 제너럴일렉트릭(GE)의 사례를 공유했다.
“예전에는 제조해서 유통하고 나면 고객과 접촉이 없는 게 해피 뉴스였다. 접촉이 있다면 그건 제조상품의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GE는 항공기 엔진에 센서를 달아 고객에게 먼저 접근했다. 센서를 통한 정보를 모아 고객에게 미리 엔진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또 이전에는 구글, 페이스북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을 의존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모바일 앱과 같은 플랫폼을 만들어 직접 고객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는 제조업체라고 해서 서비스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없거나, 고객과의 소통을 못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 미국 뒤쫓는 중국…AI, 딥러닝,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김 파트너는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 미국의 선도 플랫폼 기업을 뒤쫓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콘 기업 중 상당 부분이 중국 기업이며, 미국 이외의 지역의 상위 10개 중 7개 기업은 중국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위챗으로 유명한 텐센트는 중국 내 75%의 모바일 메신저 유저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왓츠앱과 페이스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챗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카카오톡은 “메신저와 게임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서비스를 늦게 시작해 규제가 너무 빨리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바이두는 인공지능(AI)과 딥러닝 영역으로 중국 거대 자본의 투자 유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바이두는 중국 검색 업계의 경쟁우위 포지션 덕분에 엑사바이트 단위의 빅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며 “전 세계 이미지 인식 정확도는 1위”라고 설명했다. 현재 바이두는 AI 기반의 자율주행차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알리바바는 유통회사로 시작해서 금융,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갔다”며 “플랫폼의 속성을 이해하고 있으니 훨씬 진화가 빠르다”고 덧붙였다.
■ "한국, 규제 풀어야 디지털 경쟁력 오르고 산업 성장 가능"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평가하는 세계 디지털 경쟁력 점수 및 순위에서 작년 한국은 63개국 중 19위에 그쳤다. 특히 IT 지적재산권, 벤처 캐피털 등의 영역에서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 발표한 2016년 기술수준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클라우드 부문에서는 1.6년, IoT부문에서는 1.9년, 빅데이터 부문에서는 3.3년, AI 부문은 3.5년으로 가장 격차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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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파트너는 “기술 격차가 2년이면 매우 큰 갭인데,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3년이 넘어갔다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이런 현상에 생긴 이유는 “까다로운 규제 때문”이라며 “개인정보법, 위치정보법 등 까다로운 규제를 피해 활용해야 하니 더딜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규제 재검토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그는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체계 전면 개편, 스타트업과 핵심 기술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 선택과 집중으로 특정 미래 유망 기술에 투자해 한국을 글로벌 메카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