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친(親) 바이오시밀러 정책을 예고하는 액션 플랜을 발표하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미래 바이오시밀러 시장성을 보고 최근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인수한 SK 등 대기업들의 시장 추가 진입을 전망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특허 소송이나 리베이트 등 해외 제약사들이 후발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진출을 막는 장벽은 여전하다.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격화돼 레드오션이 될 수도 있다.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의약품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리지널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 경쟁을 촉발시키는 ‘바이오시밀러 액션 플랜(BAP)’을 지난달 발표했다.
BAP가 예고한 정책 방향은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오리지널의약품과 상호호환이 가능한 의약품 개발 강화 ▲승인 프로세스 명확화와 개선 ▲품질 과학적 검증작업 강화 ▲바이오시밀러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와 의사, 보험사 간 효율적 의사소통 개발 등이다. 구체적인 정책은 오는 9월 BAP 관련 공청회 이후 나올 전망이다.
BAP 발표 소식에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업계는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세계 의약품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도 유럽 다음으로 크다. KB증권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10억 달러(3조3천558억원)로 전체 시장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BAP 발표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이 촉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삼성과 LG가 진입한데 이어 바이오벤처기업이던 셀트리온이 대형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보고 국내 대형 기업들이 진출 시기를 따져볼 것이란 시각이다.
가장 유력한 기업은 SK다. SK는 바이오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SK바이오팜과 미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개발(CDMO) 기업인 앰팩(AMPAC Fine Chemicals)를 보유하고 있다. SK는 지난달 7천~8천억원을 들여 앰팩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이 진행한 해외업체 인수합병 규모 중 최대다.
바이오제약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신약 개발보다 실패 위험이 낮은 데다 오리지널의약품과 같은 효능에 가격은 더 낮아 시장 경쟁력이 높다.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유럽은 의약품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국도 BAP로 친(親)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가 의약품 시장의 본진인 미국의 기업을 인수했다는 것은 바이오시밀러 사업 시 미국 진출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며 "이미 삼성, LG, 셀트리온 같은 기업들이 매년 많은 수익을 내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봤을때 장기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고려하지 않겠나"라고 분석했다.
■ 진입 막는 리베이트·특허소송 ‘골머리’
이처럼 미국시장에 대한 긍정적 기류가 커져가고 있지만 미국 시장 장벽이 크게 낮춰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바이오시밀러의 미국 진입을 막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특허소송 문제가 남은 까닭이다.
오리지널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들은 보험약제관리업체(PBM)와 보험사, 병원에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가격이 더 저렴한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서 아예 선택받지 못하도록 한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점을 알고 제약사들에 리베이트가 포함된 약가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의약품시장 구조가 복잡한 데다 로비가 합법화돼 있어 다른 나라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까다롭다"며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의약품보다 20~30% 저렴하게 출시해도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높이면 보험사나 병원 입장에서는 이득이기 때문에 오리지널의약품을 선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허소송 문제를 봐도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의 오리지널의약품 레미케이드를 개발한 얀센과 2015년 3월부터 미국서 특허소송전을 벌이다 지난달 말에야 승소로 문제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연내 미국 판매 허가를 기대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오리지널의약품 '허셉틴'을 개발한 제넨테크가 최근 특허소송을 걸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얀센으로부터 지난해 5월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가 레미케이드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이 제기됐다가 같은해 11월 소송이 무산된 바 있다.
이같은 문제로 인플렉트라와 렌플렉시스는 미국에 각각 2016년 12월, 지난해 7월부터 판매됐지만 점유율이 기대만큼 빠르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미국 시장 점유율은 인플렉트라가 4.7%다. 렌플렉시스는 0.6%에 그친다.
또 다른 과제는 시장 경쟁 격화다. BAP를 계기로 세계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미국에 적극 진출하게 될 전망이다. 그간 다국적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매진해왔지만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성공으로 바이오시밀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이미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활성화됐다.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최대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달 FDA로부터 바이오시밀러 '니베스팀' 승인을 취득했다. 미국 주요 바이오제약사 암젠은 지난해 9월 FDA로부터 바이오시밀러 '엠바시' 승인을 받았다. 엠바시의 오리지널의약품은 '아바스틴'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과 셀트리온도 이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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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기준 4위 노바티스는 자회사 산도스를 앞세워 2015년부터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작시오'를 판매 중이다. 산도스는 유럽에서 릭사톤, 에렐지 등도 판매하며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럽, 미국의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집중했지만 바이오시밀러 시장성을 알고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