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계좌 몰라도 해외송금 가능하다구요?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무계좌 송금 서비스 확대

금융입력 :2018/07/30 15:24

최근 몇 년 전만해도 받는 이의 은행 계좌번호를 반드시 알아야 해외송금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받는 이들의 계좌번호를 몰라도 돈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 계좌번호를 외우거나 적어둬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셈이다.

대부분 국내 은행에서는 이 같은 '무계좌 해외송금' 서비스로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다양한 해외송금 결제망이 발전하고, 국내 은행이 해외 은행과 제휴 관계를 맺었기 때문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중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이 무계좌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한다.

KB국민은행은 중국 지정 13개, 필리핀 지정 1개 기관에서 유니온페이를 발급받은 수취인에게 계좌번호 없이도 돈을 보내는 '유니온페이 카드 송금'을 실시하고 있다. 수취인의 유니온페이의 카드번호와 영문 이름만 알면 송금과 동시에 돈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다. 돈을 받을 수 있는 계좌는 수취인의 유니온페이 결제 계좌다. 송금 수수료는 송금액의 1%(최저 5천원)이며, 이 수수료에는 수취인이 내는 수취 은행 수수료도 포함된다.

신한은행이 베트남서 실시 중인 무계좌 해외송금 '모모아이디해외송금'의 광고 사진.(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은 베트남 모바일 결제사업자 '엠서비스' 등과 함께 '모모 아이디(MoMo ID) 해외송금'을 서비스 중이다. 국내 체류 중인 베트남 노동자가 베트남 거주 가족의 휴대전화번호와 영문명을 '신한글로벌S뱅크'에 접속해 입력하면 송금이 된다.

현재 출시 기념 이벤트로 신한은행은 8월말까지 모든 고객에게 송금 수수료와 송금액의 지급과 관련된 내용을 전신(電信)으로 송부하는 비용인 전신료를 전액 면제 중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필리핀 '메트로은행'과 손잡고 무계좌 해외송금이 가능하게 했다. 계좌번호 없이도 수취인의 이름과 송금 비밀번호(PIN)만으로도 돈을 보낼 수 있다. 메트로은행이 보유한 960여개 지점과 7천여개의 제휴 가맹점에서 수취인은 돈을 찾을 수 있다. 송금 가능한 외화는 달러와 필리핀 페소화 두 종류다.

우리은행은 필리핀 외에도 베트남과 네팔·스리랑카 제휴 은행에서도 무계좌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1회 송금 제한액은 2천달러 이하이며, 수수료는 5천원이다. 3개국에는 달러만 보낼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베트남 '아그리은행'과 제휴를 맺고 무계좌 해외송금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도 베트남 '아그리은행'과 업무 제휴를 통해 계좌번호없이도 송금을 수취할 수 있게 했다. 베트남 아그리은행은 지점 수가 2천253개이다. 베트남 수취인의 경우에는 베트남 신분증과 송금 비밀번호를 제시하면 돈을 수령할 수 있으며, 한국 여행객은 여권과 송금 비밀번호로 송금된 돈을 받을 수 있다. 한국서 송금 시 송금인이 수수료를 부담하고 베트남은 수취 수수료가 없다.

■ 무계좌 해외송금 가능해진 이유? 비결은 두 가지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무계좌 해외송금이 가능해진 배경으로 두 가지 원인을 꼽는다. 하나는 국제은행간통신협정(스위프트·SWIFT) 망 외에도 해외송금결제망 사업자가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스위프트의 경우에는 은행 간 협정이기 때문에 계좌를 기반으로 돈을 주고 받는 방식이었다. 차츰 머니그램과 웨스턴유니온 등 해외송금결제망이 생겨나면서 계좌가 없어도 송금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리플과 같은 해외 결제 송금 솔루션 제공업자도 등장하면서 해외송금 방식은 더 다변화될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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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하나는 국내 은행이 국내 유입이 많은 외국인노동자의 고향 국가나 이민을 많이 떠나는 나라와 업무 제휴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 국내은행은 국내서 이민을 가장 많이 하는 필리핀과 베트남의 경우 무계좌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사람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나라가 필리핀과 베트남이다. 이에 맞춰 무계좌 해외송금을 진행하기 위해 송금수령처가 많은 현지 대형은행들과 제휴를 맺었다"면서 "이밖에 인도네시아까지도 무계좌 해외송금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