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간암 수술을 더 쉽고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환자 수술 부위와 수술 도구 위치를 보여주는 증강현실(AR) 의료영상 기술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초음파와 자기공명촬영장치(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영상을 결합해 만들어 암세포 위치를 파악하기 쉽다. 해당 기술은 간암 외 다른 수술과 수술 시뮬레이션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원숙 캐나다 오타와대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기술산업진흥원이 주최한 글로벌 신사업·신기술 세미나에서 현재 연구 개발 중인 AR을 활용한 스마트헬스 기술 사례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컴퓨터 공학과 컴퓨터 비전 분야 전문가다. 앞서 삼성종합기술원과 미국 컴퓨터 비전과 오디오 분석 전문기업 LA 아이매틱 인터페이스(Eyematic Interfaces), 한국통신연구소에서 근무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오타와대에서 정형외과 전문의 동료들과 함께 간암수술 시 실시간으로 환자의 암 위치를 알 수 있는 AR 영상 기술을 개발 중이다. AR 영상은 초음파와 MRI 또는 CT 영상을 결합해 만든다.
현재 간암 수술은 먼저 MRI나 CT로 환자를 촬영해 암 위치를 파악한 후 실제 수술 현장에선 초음파 장비로 수술할 위치를 검사하면서 진행된다.
문제는 MRI와 CT 영상은 간암 위치를 깨끗하게 잘 보여주지만 초음파 영상은 노이즈가 많은데다 간 주변의 쓸개, 이자, 동맥, 정맥 같은 다른 기관이 보여줘 구별이 어렵다. 숙련도가 떨어지거나 피로가 누적된 의료진은 암세포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결국 집도의는 수술 전 미리 본 MRI나 CT 영상과 수술 현장에서 보는 초음파 영상을 머릿속에서 잘 결합해 간암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초음파는 노이즈가 심해 의료진 입장에서도 훈련을 많이 하지 않으면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의료 현장의 수요를 파악해 MRI나 CT와 초음파 영상을 결합하고 딥러닝까지 적용해 각 영상 속 부위가 실시간으로 자동 정밀 매칭되는 3차원 AR 영상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의료진이 원하는 것은 수술할 때 각 의료 영상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수술 도구가 환자 몸속 어느 부위에 들어가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간 초음파 영상은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딥러닝이 나오면서 노이즈는 제거하고 대상만 분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비는 남아있다. 영상 결합 과정에서 필수적인 이미지 프로세싱과 분할(segment), 트래킹 매칭은 물론 각 영상이 연결된 AR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환자 개인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데다 의료기관에서 의료 영상을 신속하게 받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 교수는 “의료진이 의료 영상을 찍을 때 암 위치만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라 환자 특정 부위를 듬성듬성 찍는 문제도 있다. 3차원으로 영상을 구축하려면 촘촘한 영상 자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숙련자가 아니라도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AR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연구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현재 연구는 간암 수술에 맞춰졌지만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다른 부위 수술은 물론 수술 훈련 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해당 기술은 간암뿐만 아니라 다른 수술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수술 시뮬레이션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수술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많은데 AR은 현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AI 유전자 진단 스타트업 쓰리빌리언, 30억 투자 유치2018.07.20
- 에이아이트릭스, 국제 AI학회 ICML서 임상 기술 발표2018.07.20
- 뜨는 AI헬스케어 시장…뛰는 美, 기는 韓2018.07.20
- 메디데이터 “바이오 임상 IT 토털 솔루션 제공한다"2018.07.20
이밖에 연구팀은 포터블(portable) 또는 웨어러블 초음파 기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의 고정된 자세를 찍는 MRI나 CT 영상을 3차원 영상화하더라도 환자가 실제 움직였을 때 뼈 위치나 근육 모양이나 굵기 변화 등을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초음파는 움직이는 신체를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초음파는 촬영 방식도 쉽고 안전하고 이동성도 있어 MRI, CT보다 활용하기 좋다. 향후엔 (스마트헬스 영역에서) 초음파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웨어러블 초음파 기기가 나온다면 학교에서 간편하게 아이들 신체 의료 영상을 찍고 진단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