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 논쟁 이제 끝낼 때 됐다

[이균성 칼럼] 정부, 더 솔직해져야

데스크 칼럼입력 :2018/07/18 16:52    수정: 2018/11/16 11:18

통신요금도 상품 가격이다.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일반적으론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원인이라고 알고 있다. ‘자본론’을 쓴 마르크스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상품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직접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거칠게 예를 들자면, 자동차 가격은 시장이 정하고, 노동 상품 가격인 임금은 노동시간이 정하고, 담배나 쌀 가격은 정부가 관여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상품 가격에 대한 이론이 다양한 것처럼, 현실에서도 그 결정 방식에 대해 절대 가치, 혹은 왕도는 없다는 걸 의미하지 않겠는가. 사실은, 현실은 이론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이론은 보편적이고 총체적인 것이지만, 현실은 구체적이고 부분적이어서, 어떤 걸 하나로 규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격에 관한 한, 이론 논쟁보다 현실의 싸움이 훨씬 더 맹렬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큰 관계 없음.

자동차 가격은 시장이 정한다고 썼지만,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이 정한다. 시장 가격은 이론일 따름이고 현실은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전략적 판단은 상품 속성과 시장 상황을 근거로 한다. 그 근거가 박약할 경우 가격은 터무니없어질 수 있고 소비자는 외면할 것이다. 노동 상품도 꼭 노동시간에 비례한 것은 아니다. 상품과 시장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노동 상품 또한 사용가치가 다를 수 있고 그로 인해 교환가치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노동 상품은 아주 특수하여서, 그 가격은 상품(노동)을 재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사회적 평균치로 따지고 노동시간으로 환원한 값에 귀결되는 경향이 짙다. 쉽게 말해 꼭 먹고 살만큼만 준다는 거다. 담배 가격도 정부가 맘대로 정하는 건 아니다. 사회적으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그 값이 나온다.

정답이 없는 이 문제를 극히 단순화하면, 상품의 가격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을 너무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상품 속성과 시장상황에 따라, 개별 기업이 전략적 판단으로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복잡한 메커니즘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거다. 쌀값도, 휴대폰도, 자동차도, 밍크코트의 값도, 만인이 공감하는 가격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통신요금은 그 많은 상품 가격 가운데 논란이 가장 치열한 것 중 하나다. 사실 논란이 가장 뜨겁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 문제가 공약이 되겠는가. 대체 통신 요금 말고 어떤 상품의 가격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 수 있는가. 몇 가지가 있긴 하다. 그러한 상품은 대개 특수한 속성을 갖는 것이다. 노동 상품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통신 요금이 그런 특수 상품인지, 쫌 헷갈린다.

특수하지 않은 통신 상품은 대체 왜 특별 취급을 받는 걸까. 정부 탓이 크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을 초창기부터 쭉 지켜봤지만, 단언컨대, 요금에 시장논리가 우선한 적은 거의 없다. 간혹 부분적인 경쟁정책을 편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 거의 모든 순간 정부에 의해 시장은 통제됐다. 왜? 관성 때문이다. 이 시장은 원래 담배나 전기처럼 정부가 공급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랬다가, 공기업이던 한국이동통신과 한국통신을 민영화한 건 신자유주의라는 글로벌 조류 때문이었다. 경쟁해야 품질이 좋아지고 성장한다는 논리가 진리처럼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형식이었을 뿐이다. 겉으로 민영화는 했으되, 내용적으론 과거보다 더 은밀하고 교묘하게 통제됐다. 몸과 옷의 불일치가 십 수 년 계속된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와 사업자는 과거보다 더 잘 소통했다.

주고받아야 할 게 많은 관계라는 뜻이다. 정부는 때때로 뭔가를 허가해주고, 기업은 그 허가를 받기 위해, 가끔 요금도 내리고, 필요에 따라 ICT 생태계 발전을 위한 투자도 한다. 소비자들은 때때로 요금이 비싸다고 아우성을 치지만 내려봐야 거기서 거기고 사업자간 차이도 별로 없다. 또 정부는 1년 넘게 사업자를 압박하고 있지만, 사업자의 영업 환경으로 볼 때 내릴 여지는 진짜로 크지 않다.

어떤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그 최대 폭은 월 자장면 한 그릇 값이다. 그 이상이면 통신 3사는 곧바로 적자가 되고 5G 같은 투자를 단행할 여력이 없어진다. 드높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만1천원 기본료 폐지 공약을 철회한 건 이런 시나리오 때문이다. 정부의 1년 압박 속에 최근 통신 3사가 요금제를 다 개편했고, 인하효과는 약간 있겠지만, 소비자는 절대 만족할 수 없는 게 그 때문이다.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가 배임으로 고소당할 각오를 하고 내릴 여지가 자장면 한 그릇 값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시나리오가 진짜 그럴듯하다면 정부는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훌륭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또 이동통신 서비스가 보편적 상품이 되긴 했지만 그게 꼭 필수상품인지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 특히 무제한 요금제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정부가 요금이나 스마트폰 가격에 대해 너무 민감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왜? 필수재로서 서민이 큰 부담 없이 쓸 서비스나 단말은 현실 세계에 이미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알뜰폰이나 중저가 단말을 쓰는 게 창피한 일이 아니라 현명한 소비관행이라는 문화를 만드는 게 어쩌면 요금 인하를 강제하는 것보다 훌륭한 정부의 역할이다. 그렇게 한다면 시장은 분화하고 가격은 더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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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란이 확대되면, 정부는, 완전 경쟁체제를 도입해 모든 걸 시장에 맡기거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부 정책가로 단일화하라는 양단간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 무엇도 답이 될 순 없다. 그래서 정부도 그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안타까운 입장이란 걸 안다. 그러므로 더 솔직해지라고 권유하고 싶다. 사업자나 소비자에게. 현실과 처지에 솔직해야만 중재방안을 낼 수 있다.

정부가 언제까지고 요금 문제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산업 정책도 일자리 정책도 요금만큼 중요한 게 아닌가. 그래서 해보는 소리다. 요금 문제의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양쪽에 양해를 구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