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까지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비를 매년 삭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교수)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전략을 위한 '반도체산업 발전 대토론회'에서 "수년간 정부의 반도체 R&D 예산 추이 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 796억원이었던 예산이 지난해 314억원으로 확 줄어들었다"며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주력 산업인데도 정부의 지원이 매우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학회에 따르면 정부가 편성한 반도체 분야 R&D 사업비는 ▲796억원(2011년) ▲775억원(2012년) ▲727억원(2013년) ▲599억원(2014년) ▲561억원(2015년) ▲356억원(2016년) ▲314억원(2017년)으로 매년 삭감됐다.
적게는 연간 21억원, 많게는 205억원 규모로 줄어든 셈이다.
2011년 기준으로 보면 무려 60% 가량이 쪼그라든 셈이다.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현실로 다가온 올해 들어서야 전년 대비 30억원을 더 얹은 344억원의 예산을 증편했다.
신규 사업 예산확보에 쓰이는 비용도 2009년 355억원에서 지난해 185억원으로 들쭉날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 2016년에 편성된 신규과제 예산은 '0원'으로 알려져 업계에 충격을 가했다.
박 학회장은 "오는 2020년이면 경쟁국(중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자국 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 정부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중국에 따라잡힌 액정표시장치(LCD)의 전철을 반도체 업계가 밟는 건 시간문제"라며 "머지않아 중국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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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예산이 매년 줄어듦에 따라 후방산업계의 분위기는 더 암울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매년 줄어든 예산 때문에 반도체 후방산업계를 책임지는 대부분의 장비·소재 기업들이 최근 5년간 반도체 R&D 국책과제에 참여하지 못한 실정이다.
박 학회장은 "지난 2016년 반도체 분야 신규 사업과제들이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예산을 아예 배정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면서 "올해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내년 신규사업 예산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