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5G 상용화를 앞두고 통신장비 업계가 분주하다. 화웨이는 상하이 MWC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연구개발(R&D)센터를 공개했고,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지난 13일 3.5GHz와 28GHz 대역 기지국을 공개했다. 5G로 인해 국내에서만 20조원 가량의 시장이 열린다고 하니 장비업계로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다. 취재를 위해 찾아간 국내 중소 통신장비업체들은 '5G 특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본이 집중되는 건 거대 기지국 장비들 위주라 국내 장비기업이 생산하는 소형 기지국(스몰셀) 장비나 전송장비 쪽에는 큰 특수가 없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5G는 3.5GHz와 28GHz라는 상대적 고주파 대역을 사용한다. 고주파 대역일수록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이 낮아 기지국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대형 기지국을 모든 곳에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스몰셀과 중계기가 특히 많이 쓰일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재 초반에는 스몰셀과 중계기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거라고 생각했다.
답은 '아니다' 였다. 그 정도는 대기업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5G가 상용화된다고 해도 중소기업으로서는 차지할 파이가 크지 않다. 네트워크 장비는 크게 대형 기지국, 스몰셀, 중계기, 전송장비, 코어장비로 나뉜다. 여기서 대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장비는 대형 기지국과 코어 장비다.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장비는 스몰셀, 중계기, 전송장비 등이다. 장비 특성상 중소기업이 코어 장비나 대형 기지국 장비를 생산하기는 쉽지 않다. 자본과 연구 개발 인력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소기업들은 시장이 작다는 '이중고'마저 겪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통신사를 대상으로 하는 캐리어 시장과 공공기관,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나뉜다. 통신 3사를 대상으로 하는 캐리어 시장에서 중소 장비업체들은 품질은 높이면서 가격은 낮춰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낮아 발주 자체를 받지 못한다.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외산 대기업 장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납품 단가를 낮춰 공급하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선택조차 받지 못하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진출을 노려 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통신 인프라 분야는 보수성이 강해 국내 업체가 다른 나라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어렵게 해외 진출에 성공한 업체들은 여기까지 오는 데만 5~10년이 걸렸다며 '결코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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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출입기자 워크숍에서 5G 상용화에 중국산 통신장비를 이용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의미가 희석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화웨이를 견제한 발언이지만 국내 중소장비 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시장에도 화웨이같은 영향력 있는 통신장비기업이 삼성전자 이외에 또 있었다면 애초에 국산이냐 중국산이냐 하는 논란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 육성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