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스마트폰, 그 다음을 보다

중국 바리스타 로봇 카페서 한국 스타트업 기술 시연

인터넷입력 :2018/07/02 07:59    수정: 2018/07/02 10:16

[베이징(중국)=유효정 중국 전문기자] 사람 대신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 이 곳을 오기 위해 쇼우두 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량 거리인 베이징 하이뎬구에 위치한 중국 닷컴스페이스를 찾았다.

드디어 맛본 커피. 베이징 현지 날씨 40도씨를 돌파한 찜통 날씨였지만 뜨거운 한 모금 더 먹어야 할 것 같은 산미도 높은 고급 핸드드립 커피, 그 맛이다.

비결은 로봇의 섬세한 핸드드립 '손기술'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으로 바리스타의 손동작처럼 원을 그리며 커피를 내리는 이 로봇은 앞으로 더 많은 카페에 등장할 예정이다.

바로 이 '커피 그 이상의 것'을 판매한다는 중국의 로봇 바리스타 카페 및 공유 오피스 체인 닷컴스페이스는 일종의 '신기술 집합소'다. 손님을 피해 테이블 사이사이를 오가는 로봇에 물컵을 얹으면 자동으로 물을 따라준다. 한켠에서는 로봇이 아이스크림도 만들어준다. 닷컴스페이스 계열 버블랩(BUBBLE LAP)이 직접 개발한 로봇들이다.

로봇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고 있다. (사진=ZD넷코리아)
로봇이 물을 따라주고 있다. (사진=ZD넷코리아)

흔한 카페의 장식품 대신 3D 프린터가 한 켠을 장식하고 있는 이곳에 28일부터 이틀간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카페의 모든 것을 대변하듯 '스마트폰, 그 다음'을 준비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이다. 카페지만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세미나 공간. 이날 만큼은 이 강단에 한국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주인공으로 섰다. 옆 공간 10m 가량 너비의 책상에서는 한국 스타트업 기술이 선을 보였다.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로 덧입혀지는 중국 4차 산업혁명의 조류에 한국 기업들이 기술을 간판삼아 출사표를 내민 것이다.

닷컴스페이스 전체 전경 (사진=ZD넷코리아)
닷컴스페이스 세미나 공간 전경 (사진=ZD넷코리아)

중개는 위메이크그룹이 했다. 20여 곳의 중국 벤처캐피털(VC) 및 투자사들 앞에서 기술을 보여줄 9개의 한국 스타트업을 뽑는 선정 과정은 무척 까다로웠다. 이를 위해 한국 5개 액셀러레이터와 손잡은 위메이크그룹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컨설팅 기업으로서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지원을 돕는 회사다.

사실 이번 행사는 위메이크그룹에 투자한 중국 음향 기기 및 부품 대기업 고어텍(Goertek Group) 그룹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그렇게 뽑힌 스타트업은 주로 XR, 스마트시티, 로봇 등 분야의 주목받는 한국 스타트업들이다. 3D VR·AR 콘텐츠 생성 기업 '더블미(Double me)', VR 푸드 테라피 콘텐츠 기업 '케이크테라피(Cake Therapy)', VR 헤드셋 기업 '룩시드랩스(Looxid Labs)', 단안식 3D 접사 촬영 장비 기업 '연시스템스(Yeon systems)', VR·AR 시뮬레이터 기업 '플레이솔루션(Playsolution)', 스마트 도어락 기업 '아마다스(AMADAS)' 등이다. 푸드 테라피 심리학을 접목하고 VR 화면의 어지러움을 해결하는 등 기존 상용화 제품의 문제점을 돌파하고 한층 안정화된 기술력으로 무장했다.

한국 스타트업 더블미의 3D 콘텐츠 생성 과정을 눈여겨 보고 있는 중국 투자사 관계자 (사진=ZD넷코리아)

이 자리에 참석하고 사전 스타트업 검토에도 참여한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은 "고어텍과 한국 기업의 접점을 만드는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펑루이캐피탈, 베이항캐피탈 등 20여 곳의 중국 벤처캐피탈사 관계자, 그리고 10여 곳의 고어텍 계열사 사업 담당 임원진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세상을 바꾼 스마트폰, 그 다음 세상을 바꿔나갈 한국 기업이 중국의 문을 두드리는 현장인 셈이다. 이날 위메이크그룹(wemake Group)은 스파크랩 등 한국 액셀러레이터 5개사와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위메이크그룹이 고어텍과 함께 추진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프로그램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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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텍그룹의 장빈(Jiang Bin) 회장은 "중국의 대표성 있는 투자사들이 모두 참가했으며 이는 한국과 중국의 우수한 창업투자 자원이 융합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세계 일류 부품회사를 키워내면서 한국 기업과의 인연을 중시해온 기업가다.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에 스피커 등을 공급해왔으며 애플과 샤오미 등 제품을 비롯해 전 세계 스피커와 이어폰 등 음향 부품 공급에 있어서는 세계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장 회장은 "3~5년 후에는 라이프 스타일과 업무 스타일의 혁명이 도래할 것"이라며 "AI는 하드웨어 방면에서 스마트폰의 그 다음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