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 굴기(堀起·일어섬)'를 위해 국내 인력을 대거 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중국 현지 반도체 업종에 취직한 한국 인력은 약 1천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 취직자는 물론이고 임원급 고위 인사들도 포함됐다.
20년 넘게 국내 업체에서 근무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전직 고위 임원이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입사해 업계에 충격을 준 일도 있었다.
중국의 '반도체 전문가 모시기' 대상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5월엔 대만 TSMC의 한 엔지니어가 28나노미터(nm) 기반의 파운드리 공정 핵심 정보를 무단으로 반출해 중국 업체로 이직하려다가 현지 경찰에게 검거되기도 했다. 대만 TSMC는 파운드리 분야 점유율이 50%가 넘는 글로벌 1위 업체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통틀어 글로벌 인재들을 빼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반도체 전문 인력은 약 30만명에서 35만명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올리고, 산업 규모를 5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수행하려면 40만명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의 잇단 러브콜에 경력 이직자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업계 대비 높은 임금과 복지다.
업계에 따르면 경력 엔지니어 이직자들은 국내 업계 평균 대비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에 달하는 임금을 약속받는다. 또 자녀 교육비와 교통·통신비, 주택자금도 지원받는다. 이미 옮긴 직원이 다른 직원을 소개하면 인센티브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 이직자 가운데도 연구개발(R&D)에 종사하는 인력은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중국 내 반도체 분야 R&D 인력의 평균 연봉은 140만 위안(약 2억3천700만원)에 이른다.
공정 기술을 자세히 알고 있는 고급 인력을 더 우대해준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1년 일 하면 2~3억은 거뜬히 모은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면서 "중국 내 기술자들과 비교해봐도 한국에서 '스카우트' 돼 들어가는 직원들에게 처우가 더 좋은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력 유출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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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인력·기술 유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특히 고급 인력의 이직은 굉장히 은밀하게 진행돼 막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기술 경쟁 시대에선 전문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사람 중심'의 인재 경영이 뒷받침 돼야 또 다른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