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인텔...CEO 퇴진까지 '엎친데 덮친격'

차세대 먹거리만 쫓다 핵심 역량 '프로세서' 강화 놓쳐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8/06/25 17:06

22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불명예 사임한 인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CEO는 PC 프로세서 기업이던 인텔을 미래지향적 산업에 적합하게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잃었다는 반론도 있다. 기술 격차를 줄이며 따라붙는 AMD, PC 자리를 넘보는 퀄컴 등도 인텔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누가 다음 CEO에 오르든, 인텔은 당분간 험난한 길을 가게 됐다.

■ '구름'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 인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는 2013년 인텔 CEO 취임 이후 PC 프로세서 기업인 인텔을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AI, 5G,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미래지향적인 기업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가도 취임 당시 20달러 초반이었지만 5년이 지난 현재는 두 배인 50달러까지 끌어올렸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의 인텔 개혁에는 찬반 양론이 엇갈린다. (사진=씨넷)

그러나 브라이언 크르자니치가 전환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견급 인력을 대거 내보냈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2016년과 2017년 진행된 1만 2천명 규모의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견급 엔지니어들이 대거 인텔을 떠났다.

2016년 미국 오레곤 주 현지 언론인 오레고니안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같은 해 진행된) 구조조정된 인력 중 40% 이상이 40세 이상"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 공정 미세화 앞세운 AMD, 서버 영역 넘본다

2년마다 한 번씩 공정 미세화를 통해 소비 전력과 집적도를 높이겠다던 인텔의 전략은 2015년 이후 이미 틀어진 상태다. 이르면 2016년 말 선보일 예정이었던 10nm(나노미터) 공정 프로세서는 올해 나올지도 미심쩍은 상황이다.

AMD 리사 수 CEO는 올 하반기 베가 7nm 탑재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경쟁사인 AMD는 현재 12nm 공정에서 라이젠 프로세서와 스레드리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달 초 컴퓨텍스 2018 기조연설에서 AMD 리사 수 CEO는 "7nm 공정에서 만든 그래픽칩셋은 올 하반기, 서버용 에픽(EPYC) 프로세서는 오는 2019년 출시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 AMD 프로세서가 스펙터·멜트다운 등 보안 문제와 무관하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인텔도 스펙터·멜트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패치를 적용하면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시스코와 HPe, 텐센트 등 AMD 에픽 프로세서 기반 서버를 채택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당장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자신도 지난 12일 시장분석업체 인스티넷과 인터뷰 중 "AMD가 서버 시장의 점유율을 15% 이상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태블릿 강자 퀄컴, PC를 넘본다

LTE·5G 모뎀 칩 경쟁 뿐만 아니라 은연중 PC의 자리까지 넘보는 퀄컴도 인텔에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퀄컴 스냅드래곤 850 탑재 PC가 삼성전자 등 총 4개 제조사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엔가젯 등 외신은 올 초 출시된 첫 퀄컴 윈도10 PC인 HP 엔비 x2에 "윈도 애플리케이션 실행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퀄컴은 이달 초 기본 처리 성능을 3배 가까이 향상시킨 새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50을 공개했다.퀄컴 새 프로세서에 관심을 가지는 PC 제조사도 늘어나고 있다. HP, 레노버, 에이수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퀄컴 올웨이즈 커넥티드 PCㅇ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퀄컴 스냅드래곤 850 공개 행사에서 "이르면 올 연말 스냅드래곤 850 탑재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의 '큰 그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독일 윈도 전문 매체 윈퓨쳐는 현재 개발중인 스냅드래곤 1000(가칭) 프로세서 정보를 입수해 공개하기도 했다. 윈퓨쳐는 "다이 사이즈를 스냅드래곤 850의 두 배 이상 늘린 만큼 인텔 투인원 프로세서에 버금가는 성능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 AMD 출신 힘으로 "다시 인텔을 위대하게?"

인텔 역시 외부 인사 영입으로 각종 문제를 해결하려 준비중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반년 신규 영입된 대부분의 인물들이 AMD를 거쳤다는 것이다

짐 켈러는 AMD와 애플, 테슬라를 거쳐 인텔로 이직했다. (사진=AMD)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4월 영입한 짐 켈러다. 그는 AMD 애슬론64 프로세서와 함께 현재 PC는 물론 서버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x86-64(AMD64) 명령어, AMD 라이젠 프로세서를 만든 장본인이다.

관련기사

짐 켈러가 프로세서의 새로운 구조를 책임진다면 지난 해 11월에 영입된 라자 쿠드리는 그래픽 강화에 힘쓸 전망이다. 라자 쿠드리 역시 애플와 AMD를 거친 25년 경력의 그래픽 전문가다.

여기에 2010년경까지 인텔 자체 그래픽칩셋 '라라비' 개발에 관여했던 톰 포시스도 8년만에 다시 인텔로 돌아왔다. 관련 업계는 인텔이 AI를 위한 연산가속칩이나 프로세서 내장용 새 그래픽칩셋을 오는 2020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