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탄일성(兩彈一星)이라고 했던가. 중국이 과학과 교육으로 국가를 부흥시키겠다는 과교흥국(科敎興國)의 근본이 됐던 케치프레이즈다. 양탄일성은 원자탄·수소탄·인공위성을 뜻하는 말로, 중국은 이를 목표로 삼아 우주정거장, 무인 우주선, 유인 우주선까지 쏘아 올렸다.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의 또 다른 이름 도광양회(韜光養晦)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중국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등 우리의 전략산업인 정보통신(ICT)산업 부문의 굴기(屈起)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중국 BOE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PC, 모니터 등 4개 부문서 1위, TV에선 2위를 기록했다. 핀테크, 드론, 블록체인 등은 중국이 앞섰다.
말 그대로 시진핑이 주창한 중국몽(中國夢)의 현실화다. 패스트 팔로(Fast Fallower)·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는 전략전술적 행보가 기반이다. 조선과 자동차,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까지 종횡무진이다. 만약 기술굴기(技術屈起)로 포괄되는 반도체 굴기와 함께 스마트 제조환경이 완성된다면 오는 2021년 ‘샤오캉(小康,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지칭) 사회건설’이 성큼 앞당겨진다.
예사롭지 않다. 파격적인 국가 지원책과 정책의 일관성, 시장과 미래의 트렌드를 읽는 위정자들의 통찰력은 기본이다. 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융합을 통한 정치체제의 안정성은 덤이다. 수소탄·원자탄을 개발한 군수산업의 기술력과 인공위성을 위시한 항공우주산업의 하이테크 파워라는 시너지 요인도 대기 중이다.
■ 중국, 양탄일성·반도체굴기 이어 스마트 제조 완성 박차... 도광양회·중국몽 실현 눈앞
그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인사다. 첸쉐썬(錢學森)을 보라. 파격 그 자체다. 마오쩌둥(毛澤東)시대에도 중국은 인재를 위해서는 삼고초려(三顧草廬)도 마다하지 않았다. 중국 출신의 첸쉐썬은 항공우주국(NASA)의 위상을 세운 당시로서는 미국 최고의 과학자였다. 미국의 반발은 당연했다. 인재 하나를 놓고 미·중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렀다. 그런 그가 결국 중국의 양탄일성을 완성했다. 15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후의 일이다. 중국은 이후 과학기술 분야의 총체, 동력, 유도탄 제조, 증기동력, 구조해석, 컴퓨터, 질량공제 등의 지식이 풍부해졌다. 로켓, 유도탄, 우주설비 연구 등 첨단 우주과학 분야에서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다.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죽하면 첸쉐썬 1인의 능력을 5개 사단병력의 그것과 맞먹는다고 했을까. 미국 조야(朝野) 일각에서 그의 중국 귀국을 허용하느니 차라리 죽이자고 했다는 뒷얘기는 아직도 유명하다.
우리는 어떤가. 실리콘밸리의 김종훈 하나 데려오는데도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일었다. 결국 정치적 희생양으로 귀결됐다.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겠지만 인재를 대하는 정권과 문화의 차이를 실감케 했다. 중국은 인재를 초빙하는데 국적과 이념, 진영, 출신, 학력을 따지지 않았다. 국가 간 대결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인재대오(人材隊伍) 건설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다시 눈을 내부로 돌려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630조원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4%다. 상반기로만 본다면 이미 20%를 가볍게 넘었다. 역대 최고치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ICT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58.9%에 달한다.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반도체 착시현상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문제는 반도체 활황이 다른 산업의 취약점과 부족한 일자리 문제 등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빼면 무역수지 적자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의존도가 60%를 넘는다는 점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나 할까. 반도체 재고는 쌓여만 간다. 견고하던 시장의 성장세에 이상징후가 감지된다. 바야흐로 중국의 패스트팔로 전략도 완성 단계다. 최근에는 미·중이 가격담합 조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수차례 지적했지만 단일 품목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반도체 리스크·보호무역 확산·금융위기 논란... 땜질 아닌 청와대·내각 전면 개편 돌파해야
글로벌 상황을 한 번 더 들여다보자.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통상규제는 폭탄 수준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도 확대일로다. 미·중 무역전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수출은 중국에 26.4%, 미국에 11.2%를 의존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발(發) 금융위기 확산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환율도 비상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엔진엔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문재인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소득주도 성장론은 그렇다고 치자. 혁신성장의 그림은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이미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이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비판을 내놨다. 여전히 부동산 버블과 청년 실업도 위험수위다. 말의 성찬 속에 논쟁만 벌이다가 시간만 허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가 다시 인사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1년간 코드 인사, 진영 인사에 매몰된 참이다. 청와대 참모를 보라. 대통령 주변에 첸쉐썬 같은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내각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규모를 놓고 소폭, 중폭 말이 많다.
분명한 것은 인재의 발굴이 핵심 포인트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아닌 전략가를 초빙하라는 얘기다. 직업이 정치인인 사람은 국회로 내보내는 게 맞다. 진영 논리 신봉자는 이제 사양해도 좋다. 이번 지방선거는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라는 촛불민심의 응집된 결과일 뿐이다. 경제를 잘해서가 결코 아니다.
정치적 성과에만 매몰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산업과 경제를 챙기라는 얘기다. 이제 먹을거리 산업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으면 그동안의 노력이 거품이 되고 만다. 작금의 중국은 더 이상 산업적으로 후진국이 아니다. ICT분야에서 우리의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신산업 일부에선 오히려 우리를 앞선다.
미·일·중·러 주변 강국과의 경쟁상황이 여간 호락호락하지 않다. 남미의 여러 국가와 필리핀의 오늘이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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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각 분야 제갈량(諸葛亮) 같은 인재라면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아니라 십고초려라도 해야 할 판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방선거도 압승한 참이다. 국민의 명령을 추상 같이 받들라는 의미다. 인사개편은 몇몇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청와대와 내각 전체의 인사를 올려놓고 아예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때다.
[편집인/과학기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