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채용비리였다. 이중에서도 남녀 합격 비율을 정해놓고, 성적을 조작해 여자 구직자를 떨어뜨린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검찰에 기소됐다. 당시 이 문제에 관여했던 인사 담당자들은 법정에 서게 된다.
비난의 화살이 인사 담당자에게 쏠렸지만,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누구나 짐작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이런 채용행태를 진정으로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세간의 관심거리가 된 것이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노조원을 대상으로 '윤종규 회장은 채용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검찰 발표를 믿냐고 묻자 설문응답자 4천73명 중 3천703명(90.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남녀 차별 채용 행태를 알고도 묵과한 것이 맞다면 두 회장은 과거의 관행을 아무 문제 의식 없이 따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이 실무를 담당했던 그 시절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동료는 대부분이 남자였을 테고,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여직원은 '기쁨조' 역할이나 했을 수도 있을 터다. 그런 경험 때문에 그들 마음 속엔 어쩌면 '그래도 일은 남자가 잘하지'란 고정관념이 깊이 자리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물론 두 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직까지도 사회 곳곳에서 여성을 소외시키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채용 시즌마다 '더 똑똑한 직원을 뽑으려고 했더니 다 여자'라고 한탄하는 소리가 남자 중역들 입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흘러나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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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설마 그렇다고 여자를 안뽑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은행에서 성적 조작까지 해 성차별을 했다니 충격일 수밖에 없다. 두 은행은 "회장은 은행 채용에 관여하지 않으며, 인사권자도 아니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반인이, 특히 피해자인 여성들이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지는 의문이다. 지주사 회장이 그 오랜 관행을 어찌 몰랐을 것이며, 또 그 잘못된 관행을 몰랐다면 그 또한 문제 아니겠는가. 낡은 폐습을 외면하고서 어찌 혁신을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