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도 올해 노동시간에 제한이 없던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이에 해당하는 업체는 이미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거나 7월 적용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업계 일부에선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게임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을 예상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른 한편에서는 게임업계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 업무 규제로 인해 업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업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게임업계에 맞는 대안 필요
국내 게임의 주류로 자리 잡은 모바일게임은 매주 새로운 콘텐츠가 추가되고 이벤트가 진행될 정도로 빠른 업데이트와 운영이 게임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업무 시간이 줄어든다면 업데이트가 늦어지면서 게임 경쟁력이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매출 등 성과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업체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게임 개발의 주요 분야인 그래픽, 프로그래밍 등은 개인 역량이 중요해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인력을 늘려 개발 속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게임업체는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을 24시간 끊임없이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언제 어떤 문제가 생길지 예상할 수 없어 근무 시간을 정해진 틀에 맞추기도 쉽지 않다.
게임업계에서는 출시 및 대규모 업데이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력 근로 시간제 최대 기간을 3개월에서 2배 이상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한 중간 관리자는 “개정법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당장만 해도 신작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가 대폭 이뤄지고 이용자가 늘어나는 여름 성수기에 인력 배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막막함을 표시했다.
그는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대형 버그나 서버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걱정이다”라며 “인원 충원은 이뤄지고 있지만 개발 속도 및 운영에 변화가 없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적용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게임사와 소규모게임사 격차 증가
개정법은 이번 시행에서는 제외되지만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규모 게임사에게 더욱 가혹할 전망이다.
게임업계는 실시간으로 이용자에 대응해야 하는 모니터링, 운영 등의 업무가 24시간 진행되며 신작 출시 및 테스트가 이뤄지면 집중적인 근무가 불가피하다.
그나마 대형게임사는 인력을 충원해 주야간 업무조를 나누는 등 대응이 가능하지만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소규모 게임사는 대안이 막막한 상황이다. 결국 대형게임사와 소규모게임사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셈이다.
한 소규모 게임사 대표는 “자금 사정으로 현상유지도 빠듯한 상황에서 규모를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오히려 대형게임사가 인력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고 근무환경도 좋아진 만큼 인력이 빠져나갈 것을 걱정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를 밝혔다.
■ 글로벌 경쟁력 하락 우려
최근 점차 늘고 있는 게임업계의 글로벌 진출에도 개정법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모바일게임은 트렌드에 맞는 신작과 업데이트를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흥행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개정법으로 인해 신작의 출시와 업데이트가 늦어진다면 해외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최대 경쟁 국가인 중국이 슈팅게임 등 모바일게임 일부 분야에서 한국 업체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력으로 속도를 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 '주 52시간 근무'가 IT 업계에 미칠 5대 영향2018.06.20
- SI 업계, 52시간 근무 특례업종 지정 요청2018.06.20
- 월드 랠리서 만난 현대차 vs 토요타…"여기선 빠른 제조사가 1위"2024.11.22
- "피부 컨설팅 받고 VIP라운지 즐겨요"…체험 가득 '올리브영N 성수' 가보니2024.11.21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개정법으로 인해 출시되는 신작의 숫자가 줄어들고 업데이트가 늦어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에 경쟁력이 밀릴 수 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주요 게임사의 신작 수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드는 등 속도 경쟁력이 하락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