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양 PC를 요구하는 각종 게임들이 올 상반기 PC 업계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PC 비수기로 꼽히는 3~5월에도 고성능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게임용 노트북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게임을 즐기는 데 필수 기기로 꼽히는 키보드와 마우스 등 주변기기는 물론 헤드셋, 스피커, 방송 기기도 게임용 PC의 덕을 봤다. 관련 업계는 고사양 게임의 대표주자격인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감소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 PC 시장 성장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수기 벽' 깬 게임 열풍
국내 PC 업계는 신학기인 3~5월, 9~11월을 전통적인 'PC 비수기'로 본다. 신학기를 앞둔 수요가 모두 여름방학·겨울방학 시즌에 흡수되는 탓이다. 그러나 지난 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게임 열풍은 이런 상식을 뒤집었다.
19일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된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에서 최대 60%까지 올랐다.
올 1월에는 스펙터·멜트다운 이슈 영향으로 판매량이 주춤했지만 이후부터는 지난해보다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늘었다. 메모리를 3GB 장착한 고성능 그래픽카드 판매량도 평균 50% 이상 상승했다.
게임용 노트북 역시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이 늘었다. 결과적으로 올해 상반기 'PC 비수기'는 없었던 셈이다.
■ 1인 크리에이터 증가...방송용 장비도 판매량 상승
배틀그라운드를 위시한 게임 열풍은 완제품 PC와 하드웨어를 거쳐 입력장치 등 주변기기와 헤드셋, 스피커, 방송 기기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중 매출 증가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분야는 바로 정확한 게임 조작에 필수적인 키보드와 마우스다. 게임용 키보드와 마우스를 제조·유통하는 각 업체의 집계에 따르면 게임용 기계식 키보드와 고정밀 마우스의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최소 30% 이상 늘었다.
게임에 흥미를 더하는 음향기기인 가상 7.1 채널 헤드폰 매출도 상승세다. 한 헤드폰 유통사 관계자는 "1분기에 확보한 고가 게임용 헤드셋이 한 달만에 모두 팔려나가며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품귀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라고 밝혔다.
다나와리서치는 "자신이 즐기는 게임을 유튜브나 트위치, 아프리카TV로 방송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고성능 웹캠과 마이크, 영상 장비 등 방송용 기기도 상승세를 탔다"고 설명했다.
■ "국내 PC 시장, 하반기도 성장할 것"
올 하반기 국내 PC 시장 역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 등 FPS(일인칭시점슈팅)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문제는 시장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잠재력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는 것이다.
국내 PC방 게임 점유율 조사업체인 게임트릭스와 멀티트릭 등에 따르면 현재 배틀그라운드는 30주 이상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 1위를 차지하다 2위로 밀려난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와 점유율 차이는 10% 미만으로 좁혀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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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는 PC 권장 사양이 3GHz 프로세서와 4GB 메모리, 엔비디아 지포스 GTX 8800 이상으로 2~3년 전 출시된 저사양 PC는 물론 별도 그래픽칩셋을 탑재하지 않은 투인원에서도 잘 작동한다. 가장 중요한 PC 업그레이드나 교체 수요 증가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
다만 다나와리서치는 "국내 PC 시장은 이미 몇 해 전 바닥을 친 탓에 올 하반기도 지난해 대비 성장이 예상된다. 게임 때문에 성장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