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냐, 아니냐'...금감원-삼성바이오 공방 '팽팽'

어떤 결론나도 한 쪽은 치명상…최종결론 여파 커 장기화 조짐

디지털경제입력 :2018/06/07 23:30    수정: 2018/06/08 08:07

금융감독원(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첨예하게 대립 중인 ‘회계 처리 위반’ 의혹 공방이 금융위원회(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이 나오면 금융당국 최고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 의결만 남겨두게 된다.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 감리 후 분식회계라는 잠정 결론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대표와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등 고강도 제재를 건의하면서 양측 다 물러설 수 없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만약의 경우 회사에 불리한 최종 결론이 나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증선위 역시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첫 회의에서 “이해관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균형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7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모든 판단과 결정은 객관적 사실관계와 국제회계기준을 토대로 어떤 선입견도 없이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7일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1차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뉴스1)

■ 사건 출발점은 2015년 지분법 적용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투는 회계 부정 의혹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간 관계 변경의 타당성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재무제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지분법을 적용했다. 지분법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율 91.2% 가치는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치)으로 바뀐다. 미래 가치까지 반영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된다고 봤을 때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지는지 평가한다는 뜻이다.

지분법 회계처리로 삼성바이오에피스 전체 지분 가치는 2014년 말 4천621억원에서 2015년 말 5조2천726억원으로 급등했다. 이 같은 변화가 삼성바이오로직스 2015년 영업외이익에 반영됐다. 지분율, 이미 반영된 장부가액, 법인세 등을 감안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종적으로 얻게 된 당기순이익은 1조9천49억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돼 2014년까지 적자가 이어졌다. 2014년에만 당기순손실 997억원이었지만 1년 만에 2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얻게 된 셈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지난달 17일 1차 감리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콜옵션 행사 선조치, 적절했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은 지분법 적용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 합작사의 지분율 확대 가능성을 내세우고 있다.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3천300억원을 투자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운 미국 바이오 제약사 바이오젠이 향후 지분율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조치해뒀다는 주장이다.

앞서 바이오젠은 합작계약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발행주식 중 최대 49.9%까지 정해진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확보했다. 콜옵션은 특정 자산을 만기일이나 이전에 미리 계약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국내 모든 상장기업이 적용해야 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조항이 있다. K-IFRS 연결제무재표 B(적용지침)23(3)은 콜옵션 같은 잠재적 의결권을 가진 투자자가 콜옵션 행사 때 얻는 지분 가치가 행사 비용보다 많으면 잠재적 의결권은 실질적 권리, 즉 지분율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이유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성과와 콜옵션 행사 의사 표현 등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가 2015년 9월, 2016년 1월 각각 한국,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고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가 2015년 12월 한국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기업 가치가 상승해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해온 제품들이 2015년부터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바이오젠 입장에선 시간이 지날수록 콜옵션 비용보다 얻는 지분 가치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라고 증선위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감리위) 1차 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피력했다. 이어 “K-IFRS는 소액 투자자들에게 재무제표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취지가 있으므로 (지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만 있으면 지분법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젠은 2015년 하반기 콜옵션 행사 의사를 서신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2년 이상 행사하지 않다가 올 1분기 자사 실적 발표 자리에서 다시 콜옵션 행사를 거론했다.

김 대표가 1차 감리위에 나갔던 지난달 17일 바이오젠은 “콜옵션 행사 기한인 2018년 6월 29일 24시(한국시간)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니 양 당사자가 콜옵션 대상 주식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자”는 서신도 보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선 지분법 적용이 타당성 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재무제표 회계 처리 적정성을 이미 국내 3대 회계법인, 금감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4월 1일 해당 재무제표를 공시한 후 금감원은 같은해 5~6월 자체 조사, 10월 한국공인회계사협회 위탁 감리 진행한 후 12월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을 두고 “2016년 당사 상장 전후로 금감원을 통해 2015년 재무제표는 1, 2, 3차 검증됐으며 문제는 없었다”며 “2015년 있었던 사실 중 현재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금감원의 달라진 판단을 지적했다.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위원장)이 지난달 31일 3차 감리위원회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 상충되는 회계기준 조항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지분법 적용을 분식회계로 보고 있다. 2017년 3월 말부터 13개월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특별감리 후 내린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를 비롯한 회사와 회계법인 임직원 등 사건 관계자 20여명이 조사 받는 고강도 심사감리가 진행됐다.

금감원 외에도 참여연대,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일각에선 지분법 회계처리가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이뤄진 ‘실적 부풀리기’ 작업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IFRS엔 이같은 의혹에 힘을 싣는 조항도 있다. K-IFRS 연결제무재표 BC(결론도출 근거)124는 시장 상황에 따라 지배력 평가가 자주 변경되는 것을 우려해 자회사에 대한 투자사의 잠재적 의결권이 실질적인 것인지 아닌지 결정할 때 기초주식의 시장가격, 금융상품 행사가격 등에만 근거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리한 조항과는 상충되는 것이다.

금감원은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시기와 2015년 재무제표 지분법 적용 시기가 2년 이상 차이난다는 점에서도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젠이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장기 보유할 계획이 없다고 발언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 상실이라는 지분법 적용 근거도 흔들리고 있다. 미국 바이오전문매체 바이오센추리에 따르면 마이클 보나초스(Michel Vounatsos) 바이오젠 대표는 지난달 31일 “바이오젠 목표는 장기적으로 조인트벤처(삼성바이오에피스)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 목적이 지배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금감원의 또 다른 논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과도한 가치평가다. 참여연대 역시 삼성바이오에피스 공정가액을 평가할 때 미래현금흐름법(DCF) 모형을 자의적으로 활용해 지나치게 높은 지분가치를 거뒀다는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DCF는 미래 시장 상황과 회사 성장성을 고려해 미래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이를 할인해 현재 기업가치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많이 쓰이는 기업가치 평가방식 중 하나지만 평가 대상인 기업이 제시한 미래 매출을 지표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사 평가를 토대로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며 고평가 의혹에 반박하고 있다.

과대평가 혐의가 나오는 다른 배경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인수 합병건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평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도 기업 가치가 뛰면서 유리한 합병 조건을 얻게 됐다는 의혹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015년 5월 합병 결의를 공시했다. 당시 양사 합병비율은 1대 0.3500885로 산정되면서 일각에선 제일모직에 지나치게 유리한 비율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비롯한 국내외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과 비교해 주가는 낮아도 보유 자산은 더 많은 점에서 삼성물산 주식이 더 높게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승인했다.

국민연금이 합병으로 입을 손해를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성으로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일모직은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79%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국민연금은 자체 조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6조5천520억원으로 평가했다. 반면 국민연금으로부터 의뢰받은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는 1조5천200억원, 적정 합병비율은 1대 0.95로 제시했다. 합병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엔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참여연대와 심상정 의원 등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가 지분 23.24%를 가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인 점에 주목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법 처리가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작업의 일환이었다는 주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양사 합병비율이 확정된 시기는 2015년 5월, 당사 2015년 재무제표는 2016년 4월 공시된 점에서 시기상 두 사건은 연관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감리위는 물론 증선위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평가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심의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 2차 증선위 예정…7월초 결론 나올까 '장기화 수순'

증선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위반 심의는 앞선 감리위처럼 2, 3차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론 확정 시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해 심사숙고해 다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에 개최된 1차 증선위는 오후 11시까지 마라톤 회의로 진행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증선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법인에 추가 자료도 다수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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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증선위도 오는 20일 예정됐다. 회의 방식은 이번 1차와 마찬가지로 대심제다. 대심제는 제재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제도다. 일반 재판처럼 금감원 검사부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안진삼정 회계법인 관계자가 증선위에 동시 입장해 각자 입장을 진술할 수 있다.

3차 증선위까지 열린다면 오는 7월 4일 진행될 전망이다. 증선위에서 결론을 내리면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결론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 회계 위반 논란은 더 길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