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훈련 VR솔루션으로 의료시장에 깃발 꽂겠다”

[인터뷰]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

디지털경제입력 :2018/05/30 17:17    수정: 2018/05/31 15:06

게임업계에서 주로 언급되는 가상현실(VR) 기술을 의료업계으로 끌어들인 국내 헬스케어 기업이 있다. 서지컬마인드(Surgical mind)는 국내 최초로 VR 기술로 정교한 백내장 수술 훈련이 가능한 솔루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다. 전문의는 숙련도를 높이고 레지던트와 의과대학생들은 수술을 경험할 수 있다. 수술 훈련 솔루션 범위는 향후 이비인후과, 성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재활치료, 정신과치료에 도움되는 VR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서지컬마인드는 더 정교한 솔루션 개발을 위해 해부데이터를 확보하고 VR 게임전문 모회사 매니아마인드와의 긴밀하게 협력한다.

23일 기자와 만난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는 “국내서 VR 기술을 의료, 특히 외과 수술에 접목시켜 사업화를 추진 중인 기업은 서지컬마인드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김일 서지컬마인드 대표가 25일 자사가 개발한 수술 훈련용 VR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서지컬마인드가 현재 개발 중인 솔루션은 0.1 버전이다. 2~3년은 더 개발이 필요하지만 현재 완성도로도 백내장 수술 훈련과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주요 대학교, 병원 들과 활발하게 도입, 응용 논의 중이다.

김 대표는 “올 하반기 연세대 안과학 교실에서 학생 대상으로 솔루션 효과 실험을 할 계획이다. 국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베트남에도 기술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본인에게 솔루션 설명 특강을 부탁하는 교수, 전문의 연락이 많다. 정부부처에서도 관심이 많다. 서울대 해부학 교실, 중앙대에선 실습에서 솔루션이 활용되는 방식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지컬마인드는 자사 솔루션이 주목 받는 배경으로 현실과 VR 간 정합성과 정밀성을 꼽았다. 현실에서 햅틱을 0.5밀리미터(mm) 움직였다면 VR에서 실시간으로 똑같이 움직여야 수술 훈련이 가능한 까닭이다. 백내장 수술 시 안구에 주사가 들어가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정밀성 역시 전제조건이다. 김 대표는 “현재 솔루션 정밀도는 0.5mm 정도다. 앞으로 0.1~0.2mm로 보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 정밀하고 실제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햅틱, 센서 개선도 추진 중이다. “현재 금속이나 플라스틱 바디를 쓰고 있지만 실리콘 재질 햅틱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솔루션으로 수술 훈련하는 과정에서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지자계 센서, 마그네틱 필드도 고민 중이다. 현재 광학 베이스 센서를 사용하다 보니 센서에서 쏘는 빛이 가려졌을 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기술을 응용, 변형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같은 수술 훈련 솔루션이 완성되면 선진국 제품과도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제품은 기기 1대당 4억원 이상으로 가격대가 높다. 서지컬마인드는 가격대는 낮으면서 정합성, 정밀도는 확보한 솔루션을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유럽이나 북미는 의료진 양성에 적극적인 문화가 잡혀있어 고가 기기라도 잘 구매하는 편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수가 반영 등 문제도 있어서 매출로 바로 이어지는 솔루션이 아닌 이상 구매가 더 어렵다”며 “개발도상국은 우리나라 의료 수준과 10, 20년 정도 차이나는데 이런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성형 수술·재활 치료에도 관심

서지컬마인드의 수술 훈련용 VR 솔루션을 이용할 때 사용하는 도구 모형.(사진=지디넷코리아)

서지컬마인드는 국내 의료 시뮬레이션 솔루션 시장에도 좋은 사례가 될 전망이다. 국내서 몇몇 기업들이 의료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지만 국책과제 중심으로 연구하는 수준에 그친다. 서지컬마인드처럼 지속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모델로 만든 곳은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안정적인 사업 영위를 위해 사업 영역도 확장 중이다. 안과와 이비인후과 시장을 넘어 성형시장과 재활 치료, 정신과 치료를 신사업으로 보고 있다. 보톡스, 필러 같은 성형수술은 피부 아래 보이지 않는 부위를 수술하는 만큼 수술 시뮬레이션 수요가 높다는 분석이다.

“필러, 보톡스 시술은 피부 아래 보이지 않는 부위를 수술하다 보니 블라인드 테크닉이 필요하다. 백내장 수술 시뮬레이션은 미시 범위 트레이닝인데 마이크로 수술로 솔루션 영역을 확장화면 블라인드 수술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성형수술 사업 논의로 휴젤을 만나기로 했다.”

재활 치료, 정신과 치료용은 전문의나 레지던트 훈련이 아닌 VR을 이용한 치료가 목적이다. 사업 추진은 병원, 대학과 함께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삼성창원병원과 VR과 승마 운동기구를 결합한 재활 치료 솔루션을 개발 중”이라며 “고려대와는 정신과 치료 솔루션 분야에서 협력 중”고 설명했다.

서지컬마인드는 개발 중인 솔루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사람 해부데이터도 확보할 계획이다. 최대한 다양하고 정밀한 해부데이터가 많을수록 향후 더 다양한 외과 수술 영역에 도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많은 해부학 데이터들이 오래전 데이터들이다. 해부용 시체(카데바)에서 확보한 데이터다 보니 굳어있는 근육 데이터만 있다. 동적인 근육 데이터가 없다. 인종마다 신체 특징도 다른데 다양한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 발레리나를 예로 서양인과 동양인이 발끝으로 서 있을 때 발등 모양을 보면 서로 다르다.”

서지컬마인드는 다양한 사업 확장 전략을 고민하고 있지만 무분별하게 넓히기 보단 수익성 있고 기술적 강점 있는 시장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시장을 너무 작게 봐서도 안 되지만 너무 산만하게 사업을 해도 안 된다”며 “우리 기술을 어디까지 확장하는 것이 맞는지, 영속적 사업 즉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 모델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 후 완제품 판매 대신 구독, 대여 방식으로 가득을 잡았다. 일정 수준 이상 기술력을 갖춘 완제품을 판매하면 신제품이 나왔을 때 판매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김 대표는 “맥스, 마야 같은 3D 영상제작 소프트웨어도 구독, 대여 방식을 택했다. 서지컬마인드도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보니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 새로운 솔루션이 나오면 매달, 매년 갱신하면 된다”며 “하드웨어 제품도 대여, 장기 렌탈, 할부 방식으로 할 생각이다. 이런 가격 정책이라면 개발도상국 초기 도입도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VR 게임전문 모회사와 호흡 맞춘다

서지컬마인드는 전문의, 레지던트가 훈련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한 VR 기술력 배경으로 게임회사로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을 꼽았다. 서지컬마인드는 2013년 설립된 국내 VR 게임업체 매니아마인드의 자회사다. 김 대표는 매니아마인드 대표도 맡고 있다.

“서지컬마인드가 뛰어든 시장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VR 등 정보기술(IT) 분야와 의료 분야 지식, 경험을 모두 가져야 한다. 당사 솔루션에 들어있는 VR, 광학 센서 등은 이미 다른 분야에서 쓰이고 있지만 의료용으로 융합되는 것은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새로운 솔루션이 나오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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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서지컬마인드를 매니아마인드에서 완전 분리해 의료 솔루션 개발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매니아마인드도 게임사업에 집중하면서 VR 기술을 활용해 서지컬마인드 사업을 지원한다. 재활치료에 쓰이는 VR 콘텐츠, 의과대학에서 교육용으로 쓰이는 콘텐츠, 해부데이터 등을 제작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의료영역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이 가장 많이 이뤄질 수 있는 분야지만 가장 안 된 분야기도 하다”며 “ICT 전문가들이 너무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해 관심이 적었다. 서지컬마인드가 이 시장에 깃발을 꼽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