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외부감사는 공공재, 공정위 처분 잘못됐다"

"'감사공영제'로 비영리 부문 회계 투명성 꾀해야"

금융입력 :2018/05/24 09:36    수정: 2018/05/24 09:50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최근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의 아파트 외부 감사 최소 시간 기준을 설정한 행위가 공정 시장 거래 질서를 해친 경쟁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한공회 임원들을 형사 고발한 것과 관련해 최중경 한공회장이 강도 높게 비판했다.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공회 기자 세미나에서 최중경 회장은 "외부 감사는 공공재다. 자유시장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라며 "처분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감사 보수료를 누가 내냐. 기업이 내지만 정보 이용자는 기업만은 아니다. 무임승차자(프리 라이더)가 있다. 공공재이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 제한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경쟁이 있는 시장에서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 있는 법이지 시장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데 이 법을 들이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공정거래법 자체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우리 경제가 개방 경제로 가고 있고 선진 경제로 가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태생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경제가 전환되는 1980년대 만들어진 것"이라며 "1980년대에 머물러 있으면 안되고 다른 것은 털어내고 '공정제한규제법'으로 선진국형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세미나에서 최중경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지난달 30일 공정위는 300세대 이상 아파트 관리비 감사에서 담합을 유도한 혐의로 한공회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5억원 처분을 내렸다.

최중경 회장은 이날 아파트 관리비 외에도 기부금 모집 단체 등 비영리 부문의 투명성을 꾀하기 위한 '감사공영제' 도입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감사공영제는 회계 감사를 수행할 감사인을 감사 대상자가 정하지 않고, 공적 기관이 감사대상자를 정하는 제도다. 전 세계에 없는 제도로, 시행된다면 국내가 첫 사례가 된다.

일단 공영제의 개요는 ▲우수 회계사로 구성된 감사단을 구성 및 운영 ▲공적 기관이 감사인 지정 ▲회계 감리등 사후 감독 ▲감사보수표 마련의 절차로 이뤄진다. 현재 국내에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2조에 감사공영제와 맥이 닿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회계 감사 부분에 사업시행자는 시장·군수 등에게 회계 감사 기관의 선정·계약을 요청해야 하며, 시장·군수등은 요청이 있는 경우 즉시 회계 감사기관을 선정해 회계감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회계 감사기관을 선정계약한 경우 시장군수 등은 공정한 회계감사를 위해 선정된 회계감사기관을 감독하여야 하며, 필요한 처분이나 조치를 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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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회 등은 다양한 비영리 부문에 감사공영제를 적용하기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사립학교법 ▲새마을금고법 등 개별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최중경 회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감사공영제의 내용이 이미 들어가 있다. 세계 최초 사례라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 감사공영제가 남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서 하는 공익법인 투명성 확보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기부금을 받는 단체가 투명해지면 기부를 많이하게되고 따뚯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