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기자의 IT세상] 청와대에 IT수석을 신설하라

데스크 칼럼입력 :2018/05/10 09:32    수정: 2018/05/11 09:46

"제발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만나는 중소기업인마다 기자에게 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오늘이 꼭 1년이다. 언론마다 '문재인 1년'을 평가하느라 분주하다. 평가는 대동소이하다. 외교와 통일은 우수, 경제와 산업은 미흡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3.1% 성적을 거뒀지만 추경 편성 등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거둔 것이다. 양질 일자리는 늘지 않고, 청년 실업도 여전히 최악이다.

기업을 춤추게 하는 정책은 없고 주52시간 근무 같은 사기를 꺾는 정책만 나왔다. 소프트웨어(SW)와 IT업체도 풀이 죽어있기는 마찬가지다. 업(業)의 특성을 무시한 '주52시간' 밀어붙이기에 죽을 맛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초 약속한 것이 'SW기업 하기 좋은 나라'였다. SW강국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문 대통령이 보여준 'SW 행보'는 기대이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SW산업협회가 지난 4월 창립 30년 행사를 했다. 한국SW산업협회는 국내 최대 SW단체다. 당시 최고 VIP는 과기정통부 장관과 몇몇 국회의원이었다. 대통령 축하 영상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행사 관계자에게 물었다.

"명색이 창립 30년 행사고, 국내 최대 SW기관 행사인데 대통령 축하 영상이라도 받지 그랬냐"고. 돌아온 답이 놀라웠다. "청와대에 행사를 말할 파이프라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과기정통부가 있지 않냐"고 다시 물었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그 관계자는 "과기정통부도 안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비슷한 색깔을 가졌다. SW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은 부임 1년차에 대통령이 참석한 'SW 행사'를 크게 열었다. 역대 정부 처음으로 'SW강국 코리아'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SW 와 IT인들이 크게 고무됐음은 물론이다.

대통령이 빠진 'SW산업협회 30년 행사'를 예사롭게 보지 않는 것은 열악한 국내 SW환경 때문이다. 공공은 어느나라든 민간 성장의 젖줄 역할을 한다. SW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연간 공공 정보화 구매액은 4조 원 정도다. 10년이면 40 조원이다. 이 돈을 썼는데도 우리는 아직 변변한 글로벌 SW 기업을 갖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공공이 SW와 SW기업에 제 값을 쳐주지 않은 것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기자가 아는 A기업은 공공 SI시장에서만 20년 넘게 일했다. 그런데 최근 만난 A기업 대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공공을 떠날지 심각히 고민중"이라고 하소연했다. 공공SI 시장이 이익이 박(薄)해 숨이 턱턱 막힌다는 것이다. 국내 SI기업들 대부분은 공공의 박한 이익에 허덕인다. 이익이 3%만 되도 '황송한 수준'이라고 한다. 적자 기업도 상당수다.

이 정도 이익으로는 연구개발(R&D)과 직원 복지에 신경쓸 수 없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0년 이상 지속됐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과기정통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애면글면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문제 해결의 근원인 예산권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청와대에 IT수석을 둬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고, 이 수출의 30% 정도를 IT가 담당한다. 그런데도 IT는 청와대와 기재부, 감사원 등 힘있는 곳으로부터 홀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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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IT수석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것 역시 IT수석이 없는 것과 무관치 않다.

세상은 이미 SW시대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SW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청와대에 IT 수석을 두기를 다시한번 촉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