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거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어제 지디넷코리아가 서울포시즌스 호텔에서 '인공지능(AI)이 열어가는 비즈니스 미래'를 주제로 주최한 '2017 아시아 테크 서미트(ATS:Asia Tech Summit)'에서도 이 열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고가의 유료 행사였음에도 400석 자리가 꽉 찼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은 오후 7시 쯤 막을 내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참석자들 열기는 오전 세션 마무리차 열린 한중일 기조강연자들의 라운드 테이블 토론에서도 느껴졌다.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사회로 진행한 토론에서 방청객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곤혹스런 사회자가 점심을 이유로 더 이상의 질문을 받지 않은 후에야 겨우 토론을 마무리했다.
청중 열기와 달리 행사를 지켜 보며 든 생각은 "한국AI, 큰일 났다"였다. 일본측 기조강연자로 참석한 스기야마 마사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혁신지능통합연구센터장은 일본 정부가 AI연구를 위해 센터 설립에 29억엔(약 282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일본 기초연구기관 투자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 센터의 최대 미션은 차세대 AI 기술이다. 스기야마 센터장은 일본정부가 AI 투자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베 일본 수상은 지난해 4월 5차 민관 미래투자회의를 개최, 대대적 AI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일본 뿐 아니다. 중국의 'AI 굴기'는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이번 행사서 중국측 대표로 기조강연을 한 알리바바클라우드의 AI개발 책임자 팬 팬은 알리바바가 하루만에 28조원의 매출을 올린 비결에는 AI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선진화 후속 조치로 AI에 올인하고 있는 중국은 '차세대 AI 개발 계획'을 마련, 오는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 AI국가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날 마무리 강연을 한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장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까지 18조 원이나 되는 돈을 AI에 투입할 계획이다.
눈을 우리나라로 돌리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본은 일개 센터에 연간 300억 원을 투입하는데 우리는 AI관련 정부 예산이 100억 원도 안된다. 당초 AI강국을 꿈꾸며 만들었던 지능정보기술원은 의도치않게 정부가 발을 빼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먹고 살기 급급한데 고급 인력이 올 리가 없다. 김 소장은 "소프트웨어는 국경이 없는 글로벌 경쟁"이라면서 " 우수 인력이 미국으로 가고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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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브리웨어'인 세상이다. 권력이 총구가 아닌 AI에서 나오는 시대가 됐다. 국가도 기업도 AI물결을 타지 못하면 2류, 3류로 낙오한다. 이를 세계적 기술석학 케빈 캘리(Kevin Kelly)는 "우리가 가진 AI는 앞으로 25년간 있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중국정부가 바이두,알리바바, 텐센트 등 자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과 힘을 합쳐 국가 차원의 AI 플랫폼을 구축, AI굴기에 가속화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최강 AI국가가 되기 위해 질주하고 있다. 우리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아니,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왜 걱정합니까. 우간다가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웃깁니까". 김 원장이 강연 중 한 말이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우리나라 인공지능이 우간다 수준밖에 안된다는 걸 에둘러 말한 것이다. 한국AI가 큰일 났다는 건 한국 미래가 큰일났다는 것과 같다. 우리는 정말 이정도 밖에 안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