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급 부처로 승격됐다. 중소기업을 경제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여부를 쥐고 있는 핵심 부처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정부 출범 6개월 후인 지난해 11월에야 장관이 임명됐다. 지난 1년간 문 정부의 중기정책은 숫자적으로, 양적으로는 풍성했지만 질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았다.
먼저 신규 벤처펀드 조성액이 지난해 4조4천억원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신규 벤처투자금액도 2조4천억원으로 전년대비 10% 늘었다.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도 6천348억원으로 역대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중 신설법인도 전년동월대비 24.5% 늘어난 1만41개를 보였다.
또 지난해 '재도전' 중소기업 2만개에 성장단계별 정책자금 4조6천억원을 지원해 2만2천명 규모 일자리를 창출했고, 창업투자회사 설립시 납입자본금 기준완화 및 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 정책을 폈다. 올해는 대규모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투자중심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며 창업, 투자, 재도전 선순환구조를 마련해 생태계 역동성을 되살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아쉬운 부분도 많다. 많은 중소기업은 "이전 정부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중기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유도하려면 보다 정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일자리 창출 기업 집중 지원...2021년까지 청년실업률 8%대 이하로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초 정부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벤처 기업, 소상공인 등을 성장시키고 창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자리 창출 기업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일자리 평가지표를 도입해 37개 사업에 적용한다. 일자리 창출, 정규직 전환, 임금상승, 근로시간단축, 근로환경개선, 산업 안전 등을 주목해 5조8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의 청년고용 문제를 재난 수준의 위기로 보고 있다. 청년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한시적 대책과 구조적 과제 대응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당면과제 대응은 청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통한 체감도 제고, 민간부문의 청년 일자리 수요 창출, 한시적 재정 직접 지원, 취업청년의 소득, 주거, 자산형성, 고용증대기업 지원 등을 강화하고, 연 12만개 창업을 유도하며, 지역 및 사회적 경제, 해외취업, 신서비스 일자리 수요를 확대한다. 군장병 교육훈련, 선취업-후학습, 일학습병행제 등도 확산한다.
이를 위해 4대 분야 중점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2021년까지 청년 실업률을 8%대 이하로 안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단 신규 고용 지원과 세금 면제다. 중소중견기업이 종업원 1명을 전일제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는 경우, 연봉의 3분의1 수준(900만원)을 지원한다. 신규고용 지원금을 받은 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을 보장한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34세 이하 청년은 전월세 보증금에 대해 3천500만원까지 4년간 저리(1.2%) 대출을 제공한다. 교통 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 재직 중소기업 청년에게 교통비 매월 10만원을 지급한다.
중소·중견기업 신규 취업자가 3년간 근무하면 3천만원 목돈을 마련해준다. 일정기간 기존 재직자는 5년간 근무하면 약 3천만원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청년을 1명 신규 고용하는 경우 대기업까지 세금감면 기간을 연장한다. 청년친화 기업으로 지정되면 1인당 500만원을 추가 감면한다. 청년친화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일자리나누기 시행기업, 청년신규채용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업 등이다.
정부는 지방교부세 정산분을 활용해 지역 민간기업 및 산단 활성화, 지역사회공헌 등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2021년까지 7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지진출 기업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사전교육 및 매칭 서비스로 제대로 된 해외 일자리(연봉 3천200만원 이상) 취업기회도 확대한다. 해외진출 기업·한인기업·국제기구 채널을 활용하고, 군산·통영 지역에 거점 청년센터를 건립한다. 해외창업 희망 청년에게는 연 1천만원 성공불융자를 지원한다.
블록체인·드론 시범사업 추진과 IoT 제품· 서비스 시장 출시,확산 지원 및 개인정보 개념체계 재정비를 통한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 방안도 마련했다.
빅데이터 산업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 익명정보, 가명정보 등으로 세분화해 데이터 활용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 혁신창업 국가 실현이 목표
청년 창업이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질적 측면에서 혁신성이 부족하고, 벤처투자가 주요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와 회수, 실패와 재도전의 선순환 고리가 취약하다는 점도 거론된다.
정부는 혁신창업 국가 실현이란 목표를 세우고 혁신창업 친화적 환경조성, 벤처투자자금의 획기적 증대 도모, 창업 및 투자 선순환 체계 구축 등 3대 추진방향을 세웠다.
핵심 기술인력의 창업도전 환경 조성을 위해 성공 가능성 높은 사내벤처, 분사창업기업을 활성화하기로 해다. 창업 준비단계부터 집중 지원하는 단계별 특화지원 프로그램을 신설, 운영하고, 분사창업기업에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대학, 출연연 인센티브 체계도 창업친화적으로 개편키로 했다. 교수, 연구원 등의 창업실적을 교원 재임용 평가에 반영하고, 휴겸직 가능기간과 조건 완화를 유도한다. 창업실적 등의 지표를 대학(LINC+).출연연(산업기술형), 공공 기관 평가에 확대반영해 창업을 권장하는 조직분위기를 조성한다.
대학창업 지원사업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 부처별로 운영하던 개별사업 수행조직을 ‘창업지원단‘으로 일원화했다. 대학창업펀드 규모도 150억원으로 확대했다. 청소년, 대학생의 도전정신 고취를 위해 기업가정신 교육을 중고교 정규교과에 포함하고, 창업선도대학 교육과정에 도입하기로 했다.
아이디어로 창업할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 조성 방안도 마련됐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3D프린터 등 제작장비를 활용해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역 혁신창업 허브로 기능을 재설계하고, 취약한 지역 혁신창업 지원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판교밸리를 조성하고, 국유재산과 공공기관을 활용한 혁신창업 공간도 확충한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극복과 성장 지원 강화 방안도 내놨다. '죽음의 계곡'은 초기기업이 창업 이후 3∼5년에 사업실패율 급증을 보인다는 뜻이다. 창업 3∼7년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창업도약패키지 사업 규모를 현재의 2배 수준인 1천억원으로 조기 확대키로 했다. 사업모델 혁신, 아이템 검증, 보강, 판로개척 및 글로벌 시장진출, R&D 등을 최대 2년간 1억원을 지원한다. 사업효과성 제고를 위해 기업당 지원금액을 2배 확대하고, 혁신성.성장성이 높은 바이오 등 고부가기술 분야를 집중 지원한다. 초기 창업기업의 조달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소규모 계약(2억1천만원 미만)에 대해 실적제한제 폐지 및 적격심사제 전환을 추진한다.
창업 초기기업 엔젤투자에 대한 세제상 인센티브를 확대한다. 혁신적 아이디어 기업의 크라우드펀딩 활용 기회도 늘리다. 또 우리사주, 스톡옵션에 과감한 세제혜택도 부여한다. 공모 창업투자조합을 활성화하고, 벤처캐피탈 진입·투자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중·장년층의 경험과 청년층 아이디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세대 융합형 창업과 숙련 창업도 지속적으로 지원을 확대한다.
청년 창업기업은 5년간 법인 및 소득세를 100% 감면해준다. 연령상한을 29세에서 34세로 늘리고, 업종을 전자상거래, 직업기술 서비스업 등 청년 창업 다수업종을 포함했다. 연매출 4천800만원 이하 모든 창업자는 연령, 지역에 상관없이 5년간 법인 및 소득세를 100% 감면한다.
민간이 투자할 창업 초기기업을 선정, 지원, 관리하는 민간주도 창업지원(TIPS)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연간 500개 기업을 선정하고, 벤처캐피탈 등 민간 운영사가 1억원을 선투자하면 정부가 9억원을 매칭 지원한다.
창업·벤처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R&D 비용 등 최대 20억원(3년)을 지원하는 '후속 창업지원(Post-TIPS)' 사업도 신설했다. 대전(연구단지), 판교(판교밸리), 서울 강북(마포) 등 혁신 창업기업 입주공간(TIPS타운)을 지방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대기업(자금·기술력)과 창업벤처기업(혁신성)이 각자 강점을 살려 상호협력하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체계도 구축한다. 스타트업 육성, 조인트 벤처 설립, 대학 등 협업 강화 등을 추진하고, 협력업체와 연계기능을 강화한다.
■ 벤처투자 활성화...유니콘 기업 2022년 8개로
중기부는 올해 1월말 기반제도 혁신을 예고하며 발표한 '민간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에 올해부터 벤처확인제도의 민간중심 개편, 벤처투자를 확대할 벤처투자촉진법 제정,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모태펀드 운용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기부의 벤처기업 확인 및 선별관련 제도 개편은 4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첫째, 공공기관이 아니라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벤처확인위원회를 두고 지원대상 벤처를 선별한다. 둘째, 재무적 시각을 벗어나 기술혁신성과 성장성에 중점을 둔 심사를 강화하고 벤처투자로 인정되는 유형을 13개에서 19개로 확대한다. 셋째, 사행, 유흥업 5종을 제외한 23개 업종의 벤처기업 진입금지 규제를 폐지한다. 넷째, 벤처확인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탈락기업 대상 컨설팅 지원을 도입한다.
중기부는 우선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벤처진입 금지업종을 폐지하기로 했다. 고시 개정으로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민간벤처확인 자문단을 설치하고, 지원 탈락기업 대상 컨설팅을 지원하는 '벤처 첫걸음 기업 케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법개정 이전에도 시행령이나 고시 등 하위 규정 개정을 통해 제도 개선 효과를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당초 부처의 정책 취지를 반영한 관련법 개정안을 2월중 입법예고하고 6월 국회 제출하기로 했다. 다만 실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은 지난달 하순에 마련됐다.
중기부가 벤처투자 확대와 창업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제정하려는 벤처투자촉진법의 내용은 3가지에 초점을 맞췄다. 첫째, 벤처펀드 공동운용사 범위를 확대하고 창업투자회사 전문인력 요건을 자격증과 학력대신 업계경력으로 바꿔 민간중심 투자생태계를 조성한다. 둘째, 투자대상 기업의 규모, 소재지, 업종 규제를 완화하고 세이프(SAFE) 허용 등 투자방식을 허용하며 창업투자의무를 펀드규모별로 차등화한다. 셋째, 창업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으로 이원화된 벤처펀드를 일원화하고 벤처투자제도 전반을 단순화한다.
중기부는 벤처투자촉진 관련법 제정안 역시 지난 2월 입법예고 후 6월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실제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 입법예고는 지난달 초 마련됐다. 중기부의 당초 추진 일정대로 제정안이 6월중 국회에 넘어가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또 중기부는 모태펀드의 민간투자 후원과 시장친화적 운용을 돕는 정책에 3가지 주안점을 뒀다. 첫째, 민간이 투자분야 조건을 제안하는 민간제안펀드 도입과 성과 및 관리보수 자율설계 허용 등으로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한다. 둘째, 민간투자 마중물 역할을 위해 시장실패 영역에 집중한다. 셋째, 지원받은 운용사 성과평가, 일자리 창출 우수펀드 인센티브 확대로 펀드운영 책임과 효과를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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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는 올해 청년창업에 6천억원, 4차산업혁명에 8천억원, 재기지원에 3천억원, 지방분야에 350억원, 지적재산권 분야에 180억원 등 1조8천억원 규모의 정책목적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모태펀드 출자사업으로 혁신창업 6천100억원, 소셜임팩트 1천억원, 민간제안 2천억원, 여성 등 시장실패 분야에 700억원 등 1조원 규모 정책목적 펀드도 조성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지난 2월 펀드모집 공고 후 오는 7월까지 모태 자펀드 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다만 민간제안 펀드는 연중 수시 운영할 방침이다.
이같은 민간중심 벤처생태계 혁신대책 발표를 통해 중기부는 벤처투자시장 활성화, 벤처기업 육성과 혁신성장, 유니콘기업 육성 목표를 내걸었다. 중기부는 연간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2017년 2조4천억원에서 오는 2022년까지 4조4천억원으로 1.8배가 되고, GDP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2016년 0.13%에서 2022년까지 0.23%로 0.1%포인트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매출 1천억 규모 벤처는 2017년 550여개에서 2022년까지 800개 이상으로, 보유 유니콘 기업 수는 2개에서 8개로 늘 것이라 기대했다.